모니터 '초고화질·초대형' 경쟁 불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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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리포트‘모니터 운명은 데스크톱PC에 달렸다.’ 전자업계의 오랜 공식이었다. 판매량의 대부분이 데스크톱PC를 교체할 때 나왔기 때문이다. 주연인 데스크톱PC가 죽을 쑤는데 조연인 모니터가 잘나가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2010년 1억7358만 대였던 글로벌 모니터 판매량이 지난해 1억2119만대로 쪼그라든 이유도 데스크톱PC가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 ‘정보기술(IT) 허브’ 자리를 내준 여파였다.
판 커지는 고화질 모니터 시장
4K 모니터 판매 32% 급증…게이머들 30인치 구매 가장 많아
업무효율 높이는 와이드 모니터, 사무용 수요도 급증 추세
삼성·LG, 게임용 모니터 등 프리미엄 시장 집중 공략
오랜 기간 데스크톱PC의 ‘종속변수’로 치부되던 모니터 시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모니터 스스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내며 데스크톱PC와의 ‘운명공동체’ 고리를 끊고 있다.모니터 시장, 10여 년 만의 성장세
19일 글로벌 IT 시장조사업체인 IDC에 따르면 올 들어 3분기까지 전 세계 모니터 판매량은 9161만 대로, 작년 같은 기간(8897만 대)에 비해 3%가량 증가했다. 모니터 시장이 성장세로 돌아선 건 10여 년 만에 처음이다. 반면 데스크톱PC 판매량은 같은 기간 6960만 대에서 6736만 대로 3.2% 줄어들면서 감소 추세가 지속됐다. 업계 관계자는 “한 방향으로 움직여온 데스크톱PC와 모니터 판매량 추이가 엇갈린 건 2000년대 중반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모니터 시장의 성장세를 이끈 원동력은 프리미엄 제품이다. 고해상도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보다 선명한 화질로 즐기려는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IDC에 따르면 올 들어 3분기까지 풀HD보다 네 배가량 화소 수가 많은 UHD급(픽셀 수 3840×2160·4K) 이상 모니터 판매량은 163만 대로, 작년 같은 기간(123만 대)에 비해 32.6% 늘었다. 크리스마스 특수가 있는 4분기에 판매량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올해 전체 판매량은 220만~230만 대에 달할 전망이다. 2016년 판매량이 114만9048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2년 만에 두 배가 되는 셈이다.업계 관계자는 “노트북 성능이 데스크톱PC에 버금갈 정도로 좋아지자 고화질 모니터만 구매한 뒤 노트북에 연결해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총싸움 게임 ‘배틀 그라운드’를 즐기는 게이머들 사이에선 ‘30인치, 21 대 9(가로 세로 비율) 이상 모니터’가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와이드 모니터에 대한 사무용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엑셀과 파워포인트, 네이버 등 3~4개 창을 동시에 띄워놓을 수 있는 만큼 업무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프리미엄 시장 공략하는 삼성·LG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게임용 모니터 등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키워드는 ‘고화질’과 ‘대형화’다. LG전자는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인 ‘CES 2019’에서 49인치짜리 울트라 와이드 모니터를 내놓는다. 화면 비율이 32 대 9인 이 제품의 해상도(5120×1440)는 UHD보다 한 수 위다. LG전자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데 이미 미국의 유명 금융회사와 납품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삼성전자는 게임용 모니터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보다 넓고, 선명한 화질로 무장한 10개 모델을 앞세워 전 세계 게임용 모니터 시장의 ‘맹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모니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판매량은 5~7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4K 이상 프리미엄 시장에선 1, 2위를 다투고 있다”며 “TV 시장에서 확인된 고화질·대형화 추세가 모니터 시장에 본격적으로 옮겨붙으면 삼성과 LG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