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진영' 반발짝 다가선 美연준, 내년엔 긴축 속도 늦춘다

금리 0.25%P 올리면서 내년 인상횟수 3회→2회…'점진적 긴축' 문구 미세조정
보유자산 축소도 지속…시장 "기대에 못미친다" 실망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 긴축의 속도 조절을 예고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앞서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비교하면 석 달 새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목소리'는 약해졌다.

큰 틀의 방향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곳곳에서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뉘앙스를 전달했지만 '완벽한 변신'을 기대한 시장의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했다.

정책 당국과 시장 참가자들 사이의 뚜렷한 간극이 확인된 셈이다.연준은 이날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예상대로 0.25%포인트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내년 통화정책에 대해선 인상횟수 전망치를 기존 3차례에서 2차례로 하향 조정했다.

'추가 금리인상'과 '내년도 긴축 감속'이라는 다소 엇갈린 정책조합을 절충한 셈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골적인 금리 동결 압박에도, 일단 단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정치적인 고려는 연준의 금융정책 결정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 '비둘기 색채' 강화…FOMC 2명 "이제 동결하자"
연준은 점도표(dot plot)를 통해 내년도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겠다는 시그널을 보냈다.점도표란 FOMC 위원 개개인의 금리 인상 스케줄을 분포도로 정리한 일종의 설문조사다.

연준 수뇌부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잣대로 꼽힌다.

내년 금리 인상이 두 차례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FOMC 위원 17명 가운데 11명에 달했다.

총 16명이 점도표에 참여했던 9월 당시 7명보다 4명이 늘어난 규모다.

5명이 두 차례, 4명이 한 차례 인상을 각각 내다봤고 2명은 아예 동결을 주장했다.

세 차례 이상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은 지난 9월에는 9명에 달했지만, 이번에는 6명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 기준)는 기존 3.1%에서 2.9%로 하향 조정됐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2.25~2.50%로 올라선 것을 감안하면,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인상을 시사한 셈이다.

오는 2020년 금리 인상횟수는 기존처럼 한차례로 예상됐다.

이른바 '중립금리'를 끌어내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 또는 디플레이션 압력 없이 잠재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는 이상적인 금리 수준을 말한다.

일종의 연준 목표치로도 볼 수 있다.

'중립금리'는 지난 9월 2.8~3.0%에서 2.5~3.0%로 하단이 0.3%포인트 낮아졌고, 중립금리 중간값은 3.00%에서 2.75%로 하향조정됐다.

현 기준금리(2.25~2.50%)를 기준으로 하면, 중립금리 하단에 이미 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현재 중립금리의 하단부(lower end)에 와있다"고 말했다.
◇ '점진적 긴축기조' 성명문구 '미세조정'
시장이 이번 FOMC 성명에서 주목한 대목은 '점진적 금리 인상'(further gradual increases)이라는 문구가 유지될지 여부였다.

연준은 2015년 12월 7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한 것을 시작으로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이어왔다.

2016년 1차례, 지난해 3차례에 이어 올해 들어서는 이번까지 네 차례 올렸다.

앞서 공개된 11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당시 회의에서 '추가적인 점진적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는 성명서 문구를 수정하는 문제가 논의됐다.

일부 위원들은 향후 경제지표에 대한 평가를 더욱 중시하는 쪽으로 문구를 수정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때문에 이번 FOMC에서 '점진적 금리 인상'이라는 문구를 유지할지는 향후 연준의 기조를 가늠하는 핵심 잣대로 여겨져 왔다.

일단 연준은 이 문구를 살리면서도 일부(some)라는 '수식어'를 추가하는 절충안을 선택했다.

아직은 단계적 긴축을 종료할 시점이 아니지만, 경제·금융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기본적으로는 미국 경제에 대한 연준의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회견에서 "연준의 대다수 동료는 내년 경제가 잘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존 예상보다는 성장세가 둔화하는 흐름이지만, 그렇다고 경제전망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는 상황 인식이다.
◇ 비둘기 변신?…美 증시 "기대에 못 미친다"
뉴욕증시는 '널뛰기 장세' 끝에 급락장으로 마감했다.

한동안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면서 연준의 속내를 파악하는데 주력했던 투자자들은 장 막판 '매도'로 방향을 잡았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51.98포인트(1.49%) 내린 23,323.66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39.20포인트(1.54%) 내린 2,506.9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47.08포인트(2.17%) 하락한 6,636.83에 각각 마감했다.

아예 금리 동결까지 기대했던 금융시장의 높은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금융권에서는 내년도 금리 인상을 단 한 차례로 제한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왔다.

이러한 높은 기대감에 비춰보면, 내년 인상횟수를 3차례에서 2차례로 줄이고 2020년에는 한 차례 추가인상을 시사한 연준의 기조는 실망스러운 측면이 있다.

긴축효과를 뒷받침하는 보유자산 축소 정책도 '실망 매물'을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보유자산 축소는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됐으며, 연준은 매달 500억 달러의 자산을 축소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부드럽게 진행돼왔고 목적에 기여하고 있다.

그것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존 보유자산 축소 프로그램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만약 연준이 과도하게 통화 완화적 정책을 취했다면, 오히려 경기둔화 우려가 부각되면서 증시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수 있었다는 관측도 나온다.일각에선 연준이 어떤 카드를 내놓더라도 뉴욕증시의 입맛을 맞추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는 이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