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탈을 쓴 매? "美FOMC 증시에 부정적…감내할 수준"

미국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놓고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요소가 나타났지만 아직은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이라는 평가가 20일 국내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9일(현지시간) FOMC 회의를 거쳐 기준금리를 2.25%~2.50%로 0.25%포인트 올렸다.그러면서 FOMC 위원들의 의견을 담은 점도표에서 내년 금리 인상 전망치 횟수를 사실상 종전 3회에서 2회로 하향 조정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증권사 전문가들은 "비둘기보다는 아직 매에 가깝다"는 평가를 주로 했다.

종전보다는 비둘기파적이지만 시장 기대 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 FOMC 결과는 '실패한 비둘기 흉내'다"라며 "내년 금리 인상 횟수를 낮췄지만 성명서 문구 조정이나 기자회견 내용이 현재의 경기와 금융시장 분위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시장이 예상했던 수준에 미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 미국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고 채권시장은 강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경제전망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내년에 점진적 금리 인상 지속에 무게를 둔 '덜 매파적인' 결과로 판단한다"면서 "시장 변동성과 금융 여건상 연준 위원이 금리 인상 전망을 낮췄지만 현시점에서 정책이 완화적일 필요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성명문에 기존에 없던 '모니터링' 관련 문구가 삽입된 점은 파월 의장이 기존의 매파적 스탠스에서 점차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매가 조금씩 비둘기로 바뀌고 있다"면서 "다만 금융시장은 연준 의장이 좀 더 완화적 표현을 하는 등 태도 변화를 기대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이번 연준 성명서에는 '점진적 금리 인상' 문구가 유지된 채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 상황이 경기 전망에 미칠 영향에 대해 모니터링하겠다'는 문구가 삽입됐다.전문가들은 이번 FOMC가 시장 예상보다 덜 완화적이라는 점에서 위험자산 기피와 안전자산 선호 추세가 금융시장에서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점도표 하향조정에도 미국 주가지수가 하락하고 달러가 강세를 보인 것은 아직 연준이 금융시장을 위하지 않는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라며 "내년 금리 인상 전망 시사에 위험자산의 어려움은 좀 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연준이 중장기적으로 긴축 감속 신호를 보냈다는 점에서 이번 FOMC 결과가 실망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파월 의장이 인터뷰에서 여전히 매파적 시각을 제시해 투자심리 악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지만 점도표상 금리 인상 횟수를 조절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나쁘지 않은 뉴스"라고 분석했다.

오 센터장은 "이번 FOMC 결과가 시장에 일시적 충격을 줄 수는 있으나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와 유가 하락, 금융시장 불안 심리 확산 등의 영향으로 내년 연준의 정책 기조는 지금보다 크게 후퇴할 것"이라며 "파월 의장의 통화 긴축 관련 발언이 국내 증시에 하루 이틀 정도 영향을 주겠으나 감내할 만한 수준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시장 기대보다 매파적인 연준의 스탠스가 증시 급락과 강달러,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했지만 내년 금리 인상횟수는 지표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이번 FOMC 결과에 지나치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