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불편한 진실' 감추겠단 박능후 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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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국민연금 보험료율이 장기적으로 얼마나 올라야 할지는 지금 국민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낫다.’
고갈 막으려면 두 배 인상 필요
"당장 공개하면 국민들 겁 먹어"
김일규 경제부 기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연금 개편안과 관련해 밝힌 생각의 요지다. 국민연금 고갈을 막으려면 현행 보험료율(9%)의 두 배인 18%, 고갈될 경우엔 최대 33.5%로 인상해야 하지만 지금 당장 그걸 공개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겁을 먹어 아예 인상 시도조차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복지부는 지난 14일 네 가지 국민연금 개편안을 발표했다. ①현행(소득대체율 40%에 보험료율 9%) 유지 ②현행 유지+기초연금 10만원 인상 ③소득대체율 45%에 보험료율 12% ④소득대체율 50%에 보험료율 13%다. 보험료율 인상안도 포함됐지만, 연금을 더 주겠다는 것을 전제한 점에서 모두 재정 안정화와는 거리가 먼 방안이다.
박 장관은 이날 ‘재정 안정화 대책이 없다’는 지적에 “장기적으로 보험료율이 18%가 돼야 한다고 담을 수도 있지만, 너무 큰 수치를 미리 보여주면 국민들이 두려워하기 때문에 일단 묻어둔 것”이라며 “5년마다 1%포인트씩 올려 12% 또는 13%까지 가면 보험료 인상에 대한 저항이 상당히 누그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 뒤에 다시 보험료율을 올리면 된다고도 했다.
만약 ③안이나 ④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국민연금은 2063년 또는 2062년 고갈되고, 그해 연금 지급에 필요한 만큼 그해 걷는 ‘부과 방식’으로 전환되면 보험료율이 31.3%나 33.5%까지 올라야 한다. 복지부는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이를 밝히지 않았다. 박 장관은 이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엔 “3안이나 4안이 채택되면 기금 소진까지 45년가량 준비 기간이 생긴다”며 “당연히 그 사이에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더 내고 덜 받는’ 식으로의 국민연금 개혁은 인기 없는 정책이다. 그렇다고 불편한 진실을 묻어두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많다. 박 장관은 이날 경기도가 추진하는 ‘청년연금’에 대해선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포퓰리즘 측면에서 만만치 않은 복지부의 비판을 경기도가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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