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봉 5500만원' 현대·기아차 직원 8200명도 최저임금 미달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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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노동쇼크 초읽기다음달 1일이 되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직원 8200여 명의 시급이 최저임금 기준에 미달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유급휴일을 최저임금 산정 기준시간에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이 시행되고, 동시에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에서 8350원으로 10.9% 오르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신입사원 연봉은 약 5500만원이다. 다른 대기업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노조가 임금체계 개편에 동의하지 않으면 회사는 기준 미달 직원의 임금을 올려줘야 한다. 저임금 근로자의 기본적인 소득을 보전하겠다는 최저임금제의 본래 취지와 달리 고임금 근로자가 더 많은 혜택을 받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연봉 5000만원도 최저임금 위반20일 차관회의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시행령이 오는 2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내년 1월부터 유급휴일이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가리는 기준 시간에 포함된다. 근로자가 실제 일하는 시간은 하루 8시간씩 월 174시간이다. 하지만 1주일에 하루(8시간) 이상을 유급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때문에 월 209시간이 기준 시간이 된다. 현대차와 기아차처럼 토요일과 일요일을 모두 유급휴일로 정한 회사는 월 243시간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비상 걸린 기업들
내년 최저임금 산정때 휴일 포함
月 243시간 근로 기준 삼으면 기본급 200만원도 법 위반
모비스·대우조선, 시정명령 받아
저임금 근로자 돕자는 취지와 달리
대기업 직원 임금만 높아져
'임금 양극화' 오히려 심화될 수도
월 기본급이 200만원일 경우 기준 시간을 월 174시간으로 하면 시급은 1만1494원(200만원/174시간)이 된다. 하지만 기준을 월 243시간으로 바꾸면 시급은 8230원으로 뚝 떨어진다. 같은 월급이지만 적용 기준에 따라 최저임금 위반 여부가 달라지게 된다. 월 243시간을 기준으로 삼으면 기본급이 203만원(8350원×243시간) 이상이 돼야 최저임금법을 지키게 된다. 수당과 상여금 등을 포함하면 연봉 5000만원가량인 근로자가 최저임금 기준에 미달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모비스와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최저임금(시급 7530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시정 지시를 받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현대모비스의 대졸 신입사원 연봉은 5000만원이 넘는다. 홀수 달마다 지급되는 상여금과 성과급 등을 뺀 기본급을 243시간으로 나누면 1~3년차 사무직 및 연구직 시급은 6800~7400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임금법은 매달 정기적으로 주는 돈만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반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조가 상여금을 매달 지급하는 방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내년엔 직원 9500여 명 중 약 18%(1700여 명)가 최저임금 기준에 미달하게 된다.현대차와 기아차의 일부 직원도 내년부터 최저임금 기준에 못 미치게 된다. 현대차에서 7000명, 기아차에서 1200명이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 직원의 평균연봉은 각각 9200만원, 9300만원이다.
“기업 인건비 부담 가중”
이들 기업이 최저임금법을 지키려면 2~3개월에 한 번 주는 상여금을 매달 지급하면 된다. 하지만 노조가 동의하지 않으면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결국에는 회사가 최저임금 미달자의 임금을 올려주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대부분 제조업체가 호봉제에 기반한 임금체계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저연차 직원의 임금을 높이면 자연스럽게 고연차 직원의 임금도 늘어난다. 한 대기업 노무담당 임원은 “일부 직원의 임금만 올리면 다른 직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결국 전 직원 임금이 올라가 인건비 부담이 급증한다”고 말했다.경제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및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이 강성노조가 있는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을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일요일을 모두 유급휴일로 정한 기업은 대부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노조가 있는 대기업이다.
경제단체 고위관계자는 “최저임금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직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기업(토·일요일을 유급휴일로 정한 기업)이 오히려 피해를 입는다”며 “대기업 직원의 임금만 높아져 소득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