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제조업 영업익 5년 만에 뒷걸음질"

하나금융경영硏 전망

"13개 산업 내년 영업익 136兆…2% 감소"
국내 제조업 이익이 4년간의 상승세를 마감하고 내년부터 하강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반도체 석유화학 등 주력 업종의 감소폭이 클 것이란 분석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일 펴낸 ‘2019년 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휴대폰 등 국내 주요 13개 산업의 내년도 합산 영업이익이 136조3000억원으로 올해(139조1000억원)보다 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철강, 도소매, 정유, 발전, 디스플레이, 자동차부품, 통신, 식료품, 조선 산업도 분석 대상에 포함됐다.13개 산업의 합산 영업이익은 2016년 102조4000억원, 지난해 131조6000억원, 올해 139조1000억원으로 최근 4년(2015~2018년) 연속 상승하다가 내년에 꺾일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제조업 전체 이익의 87.4%를 차지하는 반도체 석유화학 등 10대 제조업의 내년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2.7%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상반기에 비해 내년 경기 전망치가 하락한 업종은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 비철금속, 풍력 등 6개이며 상승한 업종은 전무했다.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제조업 가동률이 2011년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으며 이 기간 생산능력도 크게 확대되지 않아 생산 자체가 부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 2년간 반도체와 유가 등 가격 효과로 기업 이익이 증가했으나 더 이상 가격 효과를 기대할 수 없어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다만 이익 하락세가 완만하게 나타나 위기 수준은 아니다”고 덧붙였다.한국 제조업의 위기가 수익성 하락이 아니라 경쟁력 약화에 있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 제조업의 진짜 문제는 경쟁력 약화”라며 “앞으로도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위험요소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반도체와 석유화학의 영업이익이 10대 제조업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41.6%에서 지난해 63.2%로 치솟았다. 이 와중에 주력 수출품인 디스플레이와 휴대폰의 시장점유율은 중국에 추월당했고, 반도체는 5년 뒤 중국과의 격차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김동한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자동차의 경우 가성비를 무기로 한 중국 현지업체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데 비해 국내는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수입차 공세 등으로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반도체, 디스플레이, 통신 등 설비투자 상위 10개 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올해(6.4%)보다 낮은 2.8%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신용평가사들도 내년 국내 주요 산업을 어둡게 전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42개 분석 대상 산업 가운데 15개 산업의 환경이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기업평가는 29개 산업 가운데 16개 산업의 전망을 ‘어둡다’고 평가했다. 내년을 낙관하는 산업은 아예 없었다. 두 신용평가사가 공통적으로 부정적인 사업환경을 예상한 산업은 자동차(부품), 디스플레이, 조선, 해운, 소매유통, 대부업 등이다.

송태준 한국기업평가 평가기준실장은 “주요 산업의 내년 사업 환경이 악화할 것”이라며 “미·중 무역분쟁, 금리·환율·유가 등 거시 여건 불확실성으로 경기에 민감한 주요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이태호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