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남북철도연결 착공식 예정대로"…대북제재 넘어서

워킹그룹 회의서 합의…인도적 지원도 '예외' 긍정 검토

한국 온 비건 美 대북특별대표
"美도 인도적 지원은 제재 대상 아니라는 견지서 적극 검토"

정의용·조명균 등과 잇따라 면담…北 대화의 장 끌어내기 방안 논의
폼페이오 "美·北 2차 정상회담 내년 초에 열리길 기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이 21일 청와대에서 미국의 북핵 실무 협상을 이끄는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와 만나 얘기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남북한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과 내년 봄으로 예정된 남북 공동 6·25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이 사실상 대북 제재 관문을 넘어섰다. 미·북 협상이 교착 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이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 방한을 계기로 2차 미·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불씨를 이어갔다는 평가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제재 예외’21일 비건 대표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한·미 양측 수석대표로 한 워킹그룹 회의에서 양측은 남북 철도 연결사업 착공식과 유해발굴 사업, 타미플루 제공 등 남북 교류 사업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

이도훈 본부장은 이날 “워킹그룹 논의를 통해 철도 연결사업 착공식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오는 26일 북한 개성 판문역에서 열기로 한 철도 연결사업 착공식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대상은 아니지만 행사를 위해 북으로 반출해야 하는 물품에 대해 ‘제재 예외’를 인정받아야 하는 걸림돌이 있었다.

이번 회의에서는 국제기구를 통한 한국 정부의 800만달러 규모 대북 인도적 지원과 이산가족 화상 상봉, 북한 양묘장 현대화, 남북 간 국제항공로 신설 등의 사안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본부장은 “남북 간 유해발굴 사업도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게 됐다”며 “북한 동포에 대한 타미플루 제공도 해결됐다”고 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이 사업을 위해 이뤄져야 할 각종 발굴 장비 등의 대북 반출에 대해 제재 적용을 면제하는 데 미측이 동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미국도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800만달러 지원 계획에 대해 “미국도 인도적 지원은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견지하에서 이 문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비건 대표의 방한을 통해 북한이 반길 만한 조치를 전달,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2차 미·북 회담 위한 모멘텀 확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2차 미·북 정상회담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그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캔자스 지역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이 내년 초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는 작업을 여전히 진행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새해 첫날로부터 머지않은(not too long) 시점에 만나 미국에 가해지는 위협을 제거하는 문제에 대한 추가 진전을 만들길 원한다”고 했다.북한 문제가 1년 전보다 좋아졌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더는 미사일 실험도, 핵 실험도 없다. 우리는 더 좋은 상황에 있다”고 단언했다. 제재 완화에 대한 이견 등으로 미·북 간 교착국면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북한과 대화의 끈을 이어가며 늦지 않은 시점에 ‘2차 핵 담판’을 열겠다는 미국 측의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비건 대표와 만나 미·북 정상회담을 견인할 한·미 공조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두 사람이 비핵화 문제 및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대북 협력사업 추진 방안을 폭넓게 협의했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한·미 간 공조를 더욱 긴밀히 지속해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 실장과 비건 대표는 이 밖에도 미·북 간 비핵화 후속 협상이 교착상태에 놓인 것과 관련한 대응 방안을 두고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은 비건 대표와 면담한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진입하기 시작했다”며 “북측도 이 과정을 되돌릴 수 없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