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中企 과보호, 기업 혁신의지 꺾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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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멘토' 로버트 앳킨슨 美 IT혁신재단 회장“어제 한국에서 십수만 명의 택시기사가 파업하는 걸 봤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혁신기업이 나오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한국 정치권과 정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별로 나오지 않았다더군요. 이건 문제입니다.”
‘혁신 전도사’로 불리는 로버트 앳킨슨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회장(사진)이 지난 20일 한국에서 벌어진 대규모 택시 파업을 두고 한 말이다. 앳킨슨 회장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 국가혁신·경쟁력전략자문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올초 미국 펜실베이니아대는 ITIF를 세계 50대 정보통신기술(ICT) 정책 싱크탱크 중 1위로 선정했다.
그는 2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혁신을 위해서는 기존 산업계 희생도 감수하는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며 “한국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상황에 적합한 혁신정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싱가포르와 독일 등 선진국의 일부 정책을 모방하고 있으나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정책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앳킨슨 회장은 경제 체질을 개선하려면 한국 정부가 ‘중소기업 과보호’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ITIF에 따르면 한국 5~49인 규모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200인 이상 대기업 대비 22%에 불과하다. 이 같은 생산성 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큰 수준이다.
그는 “정부의 중소기업 보호정책은 오히려 기업들의 혁신 의지를 꺾는다”며 “경쟁력 없는 중소기업들이 정리되면 경제의 허리층이 더욱 탄탄한 기업으로 채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기업 사업을 막는 규제도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인공지능(AI) 등은 막대한 자본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앳킨슨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논리가 아니라 ‘큰 것이 아름답다’는 논리가 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