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신한금융 CEO 세대교체…조용병 친정체제 구축 음모론도

채용비리에 신한사태까지…리딩뱅크 자리도 뺏기자 대대적 인적 쇄신
인수절차 안끝난 오렌지라이프 정문국 사장 영입…"왜 서두르나" 비판도
채용 비리와 '신한사태' 과거사에 이르기까지 위기에 몰린 신한금융그룹이 대대적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신한금융은 조직 일신 차원의 세대교체라고 하지만,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이 기회를 이용해 친정 체제를 구축하려 했다는 음모론이 나온다.

신한금융지주는 21일 임시 이사회와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열고 새 신한은행장 후보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을 추천했다.

신한금융투자 사장으로는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부사장을, 신한생명 사장으로는 정문국 현 오렌지라이프 사장을 추천했다.위성호 현 행장은 2년 임기를 채웠지만 연임에 실패하면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내부적으로 위 행장이 신한금융의 과거사를 둘러싼 검찰 수사에 연루된 것이 교체 배경으로 꼽힌다.

검찰 조사 등에 불려 다니면서 행장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지난달 6일 이른바 '신한 사태'와 관련해 재판 과정에서 위증한 것으로 보이는 위 행장(당시 신한금융 부사장)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권고했다.

앞서 시민단체 금융정의연대는 "2010년 신한 사태 당시 위 행장이 신한금융 부사장으로서 사태를 기획·실행했을 뿐 아니라 진상을 은폐하려고 검찰 조사와 법원에서 위증과 위증교사를 했다"며 그를 고발했다.

위 행장은 신한 사태 당시 라응찬 전 회장의 계파에서 활동했으며, 신상훈 당시 신한지주 사장을 축출하는 데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위 행장에 대한 불신임은 신한 사태로 상징되는 과거 세대에 대한 단절로 해석되기도 한다.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전원을 50대로 구성한 점이 이런 배경이 된다.

조 회장은 이날 이사회를 마치고 서울 중구 신한금융 본사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존 CEO들이 1950년대생으로 내 선배도, 친구도 있다"면서 "후배들을 위해 세대교체 차원에서 (인사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다만 신한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두고 조 회장과 경쟁했던 위 행장이 물러나게 되면서 2인자를 제거하고 친정체제를 구축했다는 음모론도 제기된다.

세대교체를 진행하면서 조 회장 연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위 행장을 자연스럽게 내쳤다는 설명이 나온다.
신한금융 계열사의 채용 비리 역시 대대적인 인사 쇄신의 배경이 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한금융 채용 비리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지난 10월 조용병 회장을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 채용 비리로 재판에 넘겨진 관련자는 지난달 구속 기소된 전 인사부장 2명과 법인을 포함해 8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범죄 행위자와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신한은행도 재판에 넘겨졌다.

신한은행은 2013년 상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외부청탁 지원자와 신한은행 임원·부서장 자녀 명단을 관리하면서 채용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하고, 합격자 남녀 성비를 3:1로 인위적으로 조정한 혐의를 받는다.

조 회장은 2015년 3월부터 2년간 행장을 맡았다.

이런 차별 채용으로 외부 청탁자 17명, 은행장 또는 전직 최고임원 청탁자 11명, 신한은행 부서장 이상 자녀 14명, 성차별 채용 101명, 기타 11명 등 총 154명의 서류전형과 면접점수가 조작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수년째 수성했던 리딩뱅크 자리를 KB국민은행에 빼앗겼다는 점도 대대적인 인적 쇄신의 배경으로 꼽힌다.

신한은행은 2011년 금융권이 회계기준을 통일한 이래 매년 당기순익 1위를 지켜왔지만, 지난해 국민은행은 물론 KEB하나은행에도 밀려 당기순이익 기준 3위에 그치는 수모를 겪었다.

신한금융의 주요 계열사인 신한은행이 흔들리면서 금융지주 순위에서도 신한금융이 2위로 내려앉게 됐다.

신한은행이 올해 처음으로 서울시금고 유치를 따냈지만 정작 구(區)금고 경쟁에서는 우리은행에 한참 밀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우리은행이 18개 구금고 운영권을 따냈고 국민은행도 광진구와 노원구를 운영하게 됐다.

신한은행이 확보한 구금고는 5곳에 불과하다.

신한금융이 신한생명 사장 후보로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을 영입한 것을 두고도 다소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 인수 계약을 맺었지만, 아직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심사에선 채용 비리와 관련한 조 회장의 사법처리 여부도 변수다.

그런데도 정 사장을 영입한 것을 두고 "신호가 나오지 않았는데 서둘러 출발한 격"이라는 지적이 업계에서 제기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정 사장이 오렌지라이프에서의 경영 성과를 신한생명에서도 발휘하라는 의미로 안다"고 설명했다.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고 나서 신한생명과 조기 통합(PMI)이나 인력 구조조정 등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선 "단언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