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시장선 '특수상황 전략'이 빛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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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 인터뷰 - 김형태 디앤에이치투자자문 대표·홍성현 투자총괄 이사요즘 주식시장 플레이어는 ‘정파’와 ‘사파’로 나뉜다. 공모펀드 매니저를 ‘정파’, 헤지펀드 매니저를 ‘사파’라고 부른다. 과거엔 ‘가치투자’를 내세운 정파가 이름을 날렸지만 지금은 사파 전성시대다.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공매도를 병행하는 ‘롱숏 전략’으로 증시 급락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M&A·기업분할·자산매각 등
각종 변화 포착해 종목 발굴
車부품·디스플레이장비주 등
'무역전쟁 한복판' 기업 주목
에스에프에이·AP시스템 등
탄탄한 경쟁력을 갖췄는데
주가 급락한 종목 집중 분석
분산투자로 저위험·중수익 추구
연 10~15% 꾸준한 수익 목표
이런 상황에서 정파도, 사파도 아닌 ‘중도파’를 지향하는 이들이 있다. 지난해 7월 디앤에이치투자자문을 세운 김형태 대표(CEO·오른쪽)와 홍성현 투자총괄 이사(CIO)다. 31살 동갑내기 친구 사이로 각각 글로벌 투자은행(IB)인 한국 UBS와 뉴욕 JP모간에서 경험을 쌓고 운용업계로 뛰어들었다. 이들의 무기는 ‘특수상황(special situation) 전략’이다. 국내에는 생소하지만 해외에선 검증된 투자전략이다.‘특수상황’ 노리는 신세대 매니저
특수상황 전략은 인수합병(M&A), 공개매수, 기업분할, 자산매각, 악재성 뉴스 등 각종 변화를 포착해서 투자대상을 발굴하는 전략을 말한다. 헤지펀드의 ‘이벤트 드리븐(event-driven)’ 전략과 비슷하지만 다르다. 이벤트 드리븐 전략은 특수 상황에서 단기적인 차익거래 기회를 포착하는 트레이딩 전략을 뜻하지만 특수상황 전략은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 변화에 주목해 투자대상을 고른다.
정파가 지향하는 가치투자 전략에 가깝다. 특정 산업과 기업의 전망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다만 특정 이벤트로 인해 기업가치가 급격히 왜곡되는 상황을 포착하는 데 주력한다. 비유하자면 정파와 사파의 ‘무공’을 합친 셈이다. 김 대표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거나 뚜렷한 성장이 없어도 수익을 내는 목표로 한다”며 “요즘처럼 미래가 불투명한 시장 상황에서 빛을 내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디앤에이치투자자문은 올해 7% 수익을 거두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이 기간 17%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성적이다.홍 이사는 국내 시멘트주를 특수상황 전략이 들어맞은 예시로 들었다. 2015년만 해도 시멘트주는 암울한 시기였다. 건설업황 부진 속에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도 줄어드는 분위기였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조사와 각종 환경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애널리스트들도 쳐다보지 않았다. 사면초가 속에서 ‘특수 상황’이 생겼다. 사모펀드(PEF)들이 잇달아 시멘트기업 인수에 나선 것이다.
홍 이사는 무엇보다 한앤컴퍼니가 인수한 쌍용양회를 주목했다. 한앤컴퍼니는 인수 이후 자회사 매각과 구조조정 등을 진행하고 있었다. 홍 이사는 무엇보다 쌍용양회의 ‘누적적 우선주’를 눈여겨봤다. 누적적 우선주는 회사가 배당을 주지 못하거나 덜 줬을 때 추후 누적해 받을 수 있는 종류주다. 홍 이사는 “한앤컴퍼니 입장에서 구조조정이 끝나면 배당을 늘리기 위해 선제적으로 누적적 우선주를 공개매수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선제적으로 매수해 50%가량 수익을 거뒀다”고 말했다.
연 10~15% 수익 추구특수상황 전략은 철저한 분석 능력을 필요로 한다. 업황 분석을 바탕으로 기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 능력과는 다르다. 글로벌 IB나 PEF가 기업금융 딜을 하면서 쓰는 분석 방식에 가깝다. 김 대표는 “특정 기업을 분석할 때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들여다보려고 노력한다”며 “대신 경쟁사나 외국 사례, 경영진 특징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면서 남들이 보지 못한 가치를 찾는 데 주력한다”고 강조했다.
홍 이사는 남들이 관심 갖지 않는 영역을 더 집중적으로 살핀다고 했다. 실적 악화로 주가가 급락한 기업을 더 들여다보는 식이다. 그는 “요즘엔 자동차 부품주나 디스플레이 장비주 등 무역전쟁 한복판에 있는 기업을 보고 있다”며 “에스에프에이나 AP시스템 등과 같이 이미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는데 주가가 많이 떨어진 곳들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수상황 전략은 철저한 분산투자로 저위험·중수익을 추구한다. 홍 이사는 “특수상황 분석을 토대로 투자한 종목 10곳 가운데 7곳만 예상대로 움직여줘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연 10~15% 수익을 꾸준하게 내는 걸 목표로 삼고 이를 지키기 위해 기본수수료는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200억원대 자금을 굴리는 디앤에이치투자자문은 목표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에 대해서만 성과수수료를 받는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