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일본…美, 다음달 통상협상 '車시장·환율' 벼른다

USTR '합의 목표' 의회 보고

자동차 만성적자 해소에 역점
"환율조작 금지도 확약 받겠다"

농산물·통신·금융·제약…22개 분야 관세철폐 요구
FTA 수준 압박에 日 초긴장
미국이 무역장벽 철폐, 환율조작 금지, 만성적인 적자 해소 등을 일본에 요구하고 나섰다. 다음달 미·일 무역협상을 앞두고 미국은 일본의 대(對)미국 수출의 핵심인 자동차산업도 정조준했다. 미국의 강경 방침에 일본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동맹국이라도 국익을 앞세워 협상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미국 우선주의’가 이번엔 일본을 겨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자동차와 농산물 분야를 중심으로 일본의 무역장벽을 낮추기 위한 협상을 벌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의회에 협상 목표를 보고한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9월 정상회담에서 내년 1월에 새로운 무역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새 무역협상에서 미국은 일본에 전방위적인 관세 인하 및 철폐를 요구할 방침이다. USTR은 보고서에서 “자동차와 농업, 서비스산업 등 미국의 핵심 수출 분야가 지난 수십 년간 일본 시장의 높은 관세·비관세 장벽에 막혔고 이 때문에 대(對)일본 무역 불균형이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USTR은 대일 무역적자(688억달러·2017년 기준)의 75%가량을 차지하는 자동차산업에서 각종 비관세 장벽을 완화하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미국은 일본 자동차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추도록 요구하는 것 외에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미국 내 생산 및 고용을 늘리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USTR은 미국산 농산물 관세를 낮추거나 철폐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미국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통신서비스 및 금융산업과 제약산업 등에 대한 진입규제 완화와 차별금지도 주문하기로 했다.특히 USTR이 제시한 협상 목표 중 ‘환율조작 방지를 확약받는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끈다. 미국이 환율조작 혐의를 언제든 무기화할 수 있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 재무부는 일본을 환율조작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상태다.

일본은 미국의 강경한 태도에 적잖게 긴장하는 분위기다. 미국이 일본에 제시한 협상대상 항목은 자동차·농산품 등을 포함해 지식재산권, 노동, 환경 등 총 22개에 이른다. 새로운 미·일 무역협상을 물품무역협정(TAG)에 한정하고자 하는 일본 의도와 달리 미국은 사실상 미·일 자유무역협정(FTA)에 준하는 포괄적 협정을 요구하고 있다.

수출 주력상품인 자동차 부문에선 철강산업의 사례처럼 대미 수출 수량을 제한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농업분야에서도 과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합의된 수준을 넘는 양보를 일본에 요구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미국이 환율조작 카드를 꺼낸 데 대해서도 “환율조항만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자칫 일본의 통화정책에 족쇄가 채워지면 환율 변동에 대처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미국 제일주의’를 내건 트럼프 정권의 의도대로 협상이 진행될 수 있다는 걱정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김동욱/워싱턴=주용석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