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일 경제계 신년인사회…문재인 대통령 2년 연속 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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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힘 실어줘도 힘든데…"주요 기업인과 정·관계 인사들이 모여 새해 각오를 다지는 경제계 신년인사회가 ‘김빠진’ 잔치가 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다. 상당수 주요 그룹 총수들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그룹 총수도 참석 안할듯
靑 "시무식때 각계 인사 초청"
23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는 내년 1월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경제계 신년인사회를 연다. 주요 기업인을 비롯해 정치인, 고위 관료, 주한 외교 사절단 등이 참석해 새해 인사를 하고 경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거의 매년 대통령이 참석해 경제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기업인들과 소통하며 사기를 북돋워왔다.문 대통령은 이번 행사에도 가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열린 올초 신년인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데 이어, 2년 연속 불참 통보를 한 것이다.
1962년 경제계 신년인사회가 시작된 뒤 56년 동안 현직 대통령이 신년인사회에 불참한 사례는 문 대통령을 제외하고 1984년(전두환 대통령), 2007년(노무현 대통령), 2017년(박근혜 대통령) 등 세 차례뿐이다. 대통령이 임기 첫 신년인사회에 이어 2년 연속 불참한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이번 행사엔 문 대통령 대신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한다.
경제계에선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지난 18일 “산업정책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산업생태계가 이대로 가다가는 무너지겠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말한 뒤 경제계와 소통을 확대해나갈 것이란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가뜩이나 수익성 악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 대내외 악재로 기업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대통령이 이럴 때 기업인들의 손을 맞잡고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아쉬워했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대통령이 혹시 노동계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며 “대기업 총수들과 계속 어느 정도 거리를 두겠다는 ‘사인’으로 읽힐 수도 있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나오지 않기로 하면서 주요 그룹 총수들도 잇달아 불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은 대한상의 측에 나오지 않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대통령이 특정 단체의 신년인사회에 참석하지 않고 청와대 시무식 때 각계 인사를 초청하겠다”는 뜻을 경제계에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