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최저임금 '주휴시간' 수정 논의…미세조정 유력

녹실회의서 예정시간 넘기며 '격론'…24일 국무회의서 최종결론

정부가 23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장관들 간 비공식회의인 녹실(綠室)회의를 열어 최저임금법 시행령 수정을 논의했다.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국무조정실 등 관계 장관들은 오후 3시 30분부터 주휴 시간(유급으로 처리되는 휴무시간)을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하는 조항을 부분 수정하는 방안 등 쟁점을 놓고 2시간 30여분간 격론을 벌였다.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서 노사 합의로 정한 약정휴일시간은 빼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24일 국무회의에서 최종결론을 낼 예정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국무회의에 차관회의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원안을 올리고, 현장에서 고용노동부가 이의제기를 하면서 수정안을 제시, 국무위원들이 논의해 의결하게 된다"고 말했다.

국무회의가 끝나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종결정된 내용을 브리핑할 예정이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오늘 회의에서는 최종결론을 안 냈고, 내일 국무회의에서 결정하는 거로 했다"면서 "오늘 부총리와 총리가 저녁에 만나 논의한다고 하니, 거기서 최종 조율될 듯하다"고 말했다.그는 "오늘 1시간으로 예정됐던 회의를 2시간 반이나 한 걸 보면 격론을 벌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무회의 처리를 하루 앞두고 시장 애로 등 문제 제기가 있어 부총리가 관계부처 장관들과 함께 논의해보고자 회의를 소집한 것"이라며 "옛날 녹실회의 같은 장관들 간 비공식회의의 사례"라고 말했다.

실제 일하지 않는 유급휴일의 근로시간을 최저임금 적용 대상 근로시간으로 명문화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은 고용노동부가 지난 8월 입법예고할 때부터 경영계의 반발에 부딪혔다.24일 국무회의 심의를 앞두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17개 경영계 단체는 지난 17일 정부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한다며 강력히 반대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최저임금은 산입범위 임금을 최저임금법상 근로시간으로 나눠 계산하는데, 주휴시간이 근로시간에 추가되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똑같은 임금을 주고도 시간당으로는 덜 주는 꼴이 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미 최저임금 위반사례가 적발된 현대모비스나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대졸 신입사원 연봉이 5천만원이 넘는 현대차를 비롯한 여러 대기업에서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사례가 나오게 된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나 대우조선해양이 고액연봉에도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시정명령을 받은 진짜 이유는 잘못된 임금구조 탓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들 기업은 기본급이나 고정수당 등은 낮고 상여금이나 성과급 등은 높은 임금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주무 부처인 노동부는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등 시행령 개정안의 큰 틀은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재부 등 관련 부처의 문제 제기로 경영계의 부담을 줄일 '미세조정'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 합의로 정한 약정휴일시간은 최저임금 산정시 기준시간에서 빼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대기업은 노사 합의로 근무를 하지 않는 토요일 4시간이나 8시간에 해당하는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소정근로시간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하고 월평균 주 수 4.345를 적용하면 월 노동시간은 소정근로시간만 적용하면 174시간이고 주휴시간(일요일 8시간)을 합하면 209시간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약정휴일시간(토요일 4시간)까지 더하면 226시간이 된다.

노사 합의로 약정휴일시간을 8시간으로 잡은 곳에서는 243시간으로 불어난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약정휴일수당을 단체협약으로 규정해놓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단체협약을 개정하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주요 현안에 대한 녹실회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녹실회의는 1960년대 중반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냈던 고(故) 장기영 씨가 경제부처 장관들과 비공개로 현안을 논의하면서 시작된 회의를 말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