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대한민국이 사랑한 것들…BTS부터 평양냉면까지
입력
수정
2018년 대한민국 유통·소비자 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변곡점이 많은 한 해였다. 방탄소년단(BTS)과 영화 '보헤미안랩소디'가 사회문화적으로 '위로'와 '공감'을 건네 관심을 받았다면, 건조기·공기청정기·롱패딩 열풍은 한반도의 기후 및 환경변화가 불러온 히트상품이었다. 유튜브를 비롯한 1인 동영상 제작자들은 다양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미디어 시장의 판도를 뒤집었고, 4·27 남북정상회담은 '평양냉면'이라는 화제작을 만들었다. 1인 가구의 확산은 동전노래방·코인세탁소 등 새로운 유망 업종을 탄생시켰다.
◆BTS부터 보헤미안랩소디까지…'위로'와 '공감'26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아이돌그룹 BTS의 경제적 효과는 연평균 5조6000억원에 달한다. 향후 5년 간 BTS가 현재의 인기를 유지할 경우 2013년 데뷔 이후 10년 간 총 경제적 효과는 약 5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데뷔 이후 국내외 29장의 앨범 발매, 2015년 미국 빌보드 차트를 비롯, 일본 오리콘 등 국내외를 넘나들며 해외에서 가장 유명해진 대한민국 아이돌 그룹이 됐다. 올해만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200' 1위 두 차례, '싱글 차트 핫100' 10위권 진입 등의 성과를 일궜다.
K팝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BTS의 인기 요인은 단연 그들이 대중들에게 전하는 공감 능력에서 나온다. 멤버들은 팬들에게 '자존감'(Love Yourself)을 갖고 '가끔은 멀리 돌아가도 괜찮다'(IDOL)고 말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BTS의 인기 요인으로 ▲청춘들의 고민을 담은 가사 ▲서사 구조가 있는 앨범과 콘서트 ▲팬과의 적극적인 온라인 소통 ▲두터운 팬층('아미')의 전폭적인 지원 등을 꼽았다. 정민 현대연 연구위원은 "멤버들이 10~20대 관점에서 진솔한 고민과 이야기를 전달해 국적을 불문하고 공감을 얻었다"며 "앨범의 서사성은 팬들에게 다음 앨범과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효과를 불러왔다"고 분석했다.올해 한국에서만 850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아 대한민국 극장가에서 최대 이변으로 꼽히고 있는 '보헤미안랩소디'의 열풍 역시 전 세대에 걸친 공감과 위로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1973년 탄생한 영국 밴드 '퀸'의 전기적 성격을 갖고 있는 이 영화에 10~30대 관객이 50~60%를 차지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는 탄자니아 출신의 이민자이자 성 소수자로서 시대의 아웃사이더들을 대변하며 끊임 없이 새로운 음악에 도전했다. 기존의 인기를 답습하기보단 항상 세상에 없던 음악을 내놓고자 했던 그의 의지가 현실에서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대리만족과 함께 위로를 전달했다는 설명이다. 퀸이 활동했던 당시 영국의 불안했던 경제적 상황 역시 지금의 한국의 상황과 맞물리면서 세대를 불문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BTS와 보헤미안랩소디 현상은 특정 계층이 아니라 전 세대에 걸쳐서 나타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그들이 주는 '위로'와 '공감'의 메세지가 어려운 현실을 맞닥뜨리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용기와 자부심을 주는 데에 열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튜브, 대한민국 미디어 시장의 판을 뒤집다올해 대한민국 소비시장에서 유튜브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국내 유튜브의 월간 앱 이용시간은 257억분으로 카카오톡(179억분), 네이버(126억분), 페이스북(42억분)을 훌쩍 앞섰다. 기존 올드 미디어(TV, 신문 등) 대신 유튜브 등을 활용한 1인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에게 광고가 몰렸다. 유튜브는 동영상 제작자라는 새로운 직업군을 탄생시켰고, 어린이들의 장례희망을 '유튜버'로 바꿔놨다.
디지털 마케팅 업체 메조미디어의 '2018 디지털 동영상 이용 행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일주일 평균 기기별 동영상 시청 비중을 묻는 질문에 40대의 36%가 모바일 기기, 34.7%가 TV라고 답했다. 10대에서는 모바일 51.3%, TV 13.9%로 거의 4배 차이가 났다. 10대들은 인터넷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고자 검색을 할 때도 포털 사이트(33.7%)보다 유튜브(35.7%)를 애용했다.
유튜브에 따르면 지난해 구독자 수 1000만을 돌파한 국내 채널이 3개나 등장했다. 특히 지난 한 해 동안 구독자 10만을 돌파한 채널은 601개, 100만 돌파 채널은 39개 증가했다. 2016년 구독자 10만을 돌파한 채널은 307개, 100만을 돌파한 채널은 28개, 1000만을 돌파한 채널은 없었다. 구독자가 10만명을 넘는 유튜브 채널은 2015년 367개에서 지난해 1275개로 불과 2년 사이에 4배가량 급증했다.유튜브의 국내 시장 성공 요인은 재능 있는 크리에이터들의 성장에 있다. 제작자들은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질 높은 콘텐츠로 팬들과 소통하면서 유튜브 커뮤니티를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동영상 커뮤니티로 성장한 유튜브는 다양한 분야의 제작자들이 자신만의 콘텐츠 개발에 도전하고, 양질의 창작물을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다른 플랫폼에서 개인방송을 운영하다가 유튜브로 옮긴 '대도서관'(게임방송, 토크)은 지난해에만 무려 17억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도서관은 180만명에 가까운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밴쯔'(먹방) 등 인기 유튜버들이 벌어들이는 수입도 연간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을 만나는데 제한이 없다는 점도 유튜브의 장점이다. 실제로 수많은 콘텐츠 제작자들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세계 사용자들과 만나고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유튜브는 2007년부터 파트너에게 광고 수익을 분배하는 '파트너 프로그램'을 런칭했다. 콘텐츠 제작자들은 광고수익 외에 PPL(간접광고) 등으로 돈을 벌어들인다.
이 교수는 "유튜브의 인기는 그동안 일방적인 소통에 지친 새로운 세대들이 올드 미디어에 균열을 불러일으킨 데서 출발한 것"이라며 "양방향 소통의 장일뿐만 아니라 친교, 상업, 관심사 등 무한대의 영역에 걸쳐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분석했다.
◆4·27 남북정상회담 최대 화제작 '평양냉면'
지난 4·27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의 최대 화제작은 역시 '평양냉면'이었다. 남북한 정상이 만찬에서 평양냉면을 먹는 장면이 중계되면서 국내에서도 평양냉면집들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롯데슈퍼 등에 따르면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지난 4월 27~29일까지 냉면류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정상회담 사흘 전(4월24~26일)보다 7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평양냉면 카테고리 판매량은 87.4% 증가하며 함흥냉면(43.2%)을 압도했다. CJ제일제당의 간편식 냉면은 지난 6월 한 달간 8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며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지난 3월 선보인 '평양물냉면'은 일부 유통 채널에서 품절 사태까지 발생했다.
미세먼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공기청정기와 건조기도 올해의 히트상품이 됐다. 롯데닷컴 등에 따르면 지난 2년 간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2015년 대비 2016년 11.5%, 2016년 대비 2017년 252.6% 증가했다. 의류관리기를 포함한 건조기류도 2016년부터 판매가 급증했다. 지난해의 경우 2016년 대비 판매가 무려 349.4%나 증가했다.
대형마트에서도 보조 가전으로 여겨지던 스타일러와 건조기가 인기였다. 이마트에선 스타일러와 건조기가 세탁기를 포함한 전체 세탁가전 매출의 30%를 넘었다. 올해 매출 비중은 전년 대비 14.6%p 증가한 46%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는 그동안 전통적 인기가전인 세탁기 매출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타일러와 건조기는 지난 2월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50% 증가하는 등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지난해 정부에서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종합 대책'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중 미세먼지 '나쁨' 초과 일수는 262일에 달했다. 특히 3월의경우 2011년부터 5년간 월 평균 미세먼지가 가장 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미세먼지 대책 공약을 발표하면서 "이 문제만큼은 한·중 정상외교 주요 의제로 다루겠다"고 얘기한 바 있다.
1인 가구의 확산은 동전노래방·코인세탁소 같은 새로운 업종을 탄생시켰다. 올해 행정자치부 통계를 살펴보면 주민등록상 1인 가구는 약 739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3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비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불러왔다.
대표적인 예로 혼자서도 부담 없이 노래 부를 수 있는 '동전노래방(코인노래방)과 '코인세탁소'를 들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데다 혼자여도 그다지 쑥스럽지 않아 1인 가구에 최적화된 놀이 문화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비용도 저렴해서 지갑이 얇은 10~20대는 물론 30~40대에게도 인기가 높다. 코인세탁소 역시 혼자 사는 가구에 대형 가전에 속하는 세탁기를 들여놓을 여유가 없기 때문에 유망한 업종으로 꼽힌다.공급자 입장에선 아르바이트를 쓰지 않는 '무인(無人)점포'로 운영된다는 점, 비교적 작은 공간에서도 창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예전에는 혼자 밥을 먹거나 혼자 노는 것에 대해 정서적으로 불편함 같은 것들이 존재했다면 이제는 인식이 달라졌다"며 "1인 가구의 확산과 보편화는 과거에 사회적 행동으로 치부됐던 것들의 기준을 바꿔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BTS부터 보헤미안랩소디까지…'위로'와 '공감'26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아이돌그룹 BTS의 경제적 효과는 연평균 5조6000억원에 달한다. 향후 5년 간 BTS가 현재의 인기를 유지할 경우 2013년 데뷔 이후 10년 간 총 경제적 효과는 약 5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데뷔 이후 국내외 29장의 앨범 발매, 2015년 미국 빌보드 차트를 비롯, 일본 오리콘 등 국내외를 넘나들며 해외에서 가장 유명해진 대한민국 아이돌 그룹이 됐다. 올해만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200' 1위 두 차례, '싱글 차트 핫100' 10위권 진입 등의 성과를 일궜다.
K팝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BTS의 인기 요인은 단연 그들이 대중들에게 전하는 공감 능력에서 나온다. 멤버들은 팬들에게 '자존감'(Love Yourself)을 갖고 '가끔은 멀리 돌아가도 괜찮다'(IDOL)고 말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BTS의 인기 요인으로 ▲청춘들의 고민을 담은 가사 ▲서사 구조가 있는 앨범과 콘서트 ▲팬과의 적극적인 온라인 소통 ▲두터운 팬층('아미')의 전폭적인 지원 등을 꼽았다. 정민 현대연 연구위원은 "멤버들이 10~20대 관점에서 진솔한 고민과 이야기를 전달해 국적을 불문하고 공감을 얻었다"며 "앨범의 서사성은 팬들에게 다음 앨범과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효과를 불러왔다"고 분석했다.올해 한국에서만 850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아 대한민국 극장가에서 최대 이변으로 꼽히고 있는 '보헤미안랩소디'의 열풍 역시 전 세대에 걸친 공감과 위로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1973년 탄생한 영국 밴드 '퀸'의 전기적 성격을 갖고 있는 이 영화에 10~30대 관객이 50~60%를 차지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는 탄자니아 출신의 이민자이자 성 소수자로서 시대의 아웃사이더들을 대변하며 끊임 없이 새로운 음악에 도전했다. 기존의 인기를 답습하기보단 항상 세상에 없던 음악을 내놓고자 했던 그의 의지가 현실에서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대리만족과 함께 위로를 전달했다는 설명이다. 퀸이 활동했던 당시 영국의 불안했던 경제적 상황 역시 지금의 한국의 상황과 맞물리면서 세대를 불문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BTS와 보헤미안랩소디 현상은 특정 계층이 아니라 전 세대에 걸쳐서 나타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그들이 주는 '위로'와 '공감'의 메세지가 어려운 현실을 맞닥뜨리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용기와 자부심을 주는 데에 열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튜브, 대한민국 미디어 시장의 판을 뒤집다올해 대한민국 소비시장에서 유튜브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국내 유튜브의 월간 앱 이용시간은 257억분으로 카카오톡(179억분), 네이버(126억분), 페이스북(42억분)을 훌쩍 앞섰다. 기존 올드 미디어(TV, 신문 등) 대신 유튜브 등을 활용한 1인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에게 광고가 몰렸다. 유튜브는 동영상 제작자라는 새로운 직업군을 탄생시켰고, 어린이들의 장례희망을 '유튜버'로 바꿔놨다.
디지털 마케팅 업체 메조미디어의 '2018 디지털 동영상 이용 행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일주일 평균 기기별 동영상 시청 비중을 묻는 질문에 40대의 36%가 모바일 기기, 34.7%가 TV라고 답했다. 10대에서는 모바일 51.3%, TV 13.9%로 거의 4배 차이가 났다. 10대들은 인터넷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고자 검색을 할 때도 포털 사이트(33.7%)보다 유튜브(35.7%)를 애용했다.
유튜브에 따르면 지난해 구독자 수 1000만을 돌파한 국내 채널이 3개나 등장했다. 특히 지난 한 해 동안 구독자 10만을 돌파한 채널은 601개, 100만 돌파 채널은 39개 증가했다. 2016년 구독자 10만을 돌파한 채널은 307개, 100만을 돌파한 채널은 28개, 1000만을 돌파한 채널은 없었다. 구독자가 10만명을 넘는 유튜브 채널은 2015년 367개에서 지난해 1275개로 불과 2년 사이에 4배가량 급증했다.유튜브의 국내 시장 성공 요인은 재능 있는 크리에이터들의 성장에 있다. 제작자들은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질 높은 콘텐츠로 팬들과 소통하면서 유튜브 커뮤니티를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동영상 커뮤니티로 성장한 유튜브는 다양한 분야의 제작자들이 자신만의 콘텐츠 개발에 도전하고, 양질의 창작물을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다른 플랫폼에서 개인방송을 운영하다가 유튜브로 옮긴 '대도서관'(게임방송, 토크)은 지난해에만 무려 17억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도서관은 180만명에 가까운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밴쯔'(먹방) 등 인기 유튜버들이 벌어들이는 수입도 연간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을 만나는데 제한이 없다는 점도 유튜브의 장점이다. 실제로 수많은 콘텐츠 제작자들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세계 사용자들과 만나고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유튜브는 2007년부터 파트너에게 광고 수익을 분배하는 '파트너 프로그램'을 런칭했다. 콘텐츠 제작자들은 광고수익 외에 PPL(간접광고) 등으로 돈을 벌어들인다.
이 교수는 "유튜브의 인기는 그동안 일방적인 소통에 지친 새로운 세대들이 올드 미디어에 균열을 불러일으킨 데서 출발한 것"이라며 "양방향 소통의 장일뿐만 아니라 친교, 상업, 관심사 등 무한대의 영역에 걸쳐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분석했다.
◆4·27 남북정상회담 최대 화제작 '평양냉면'
지난 4·27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의 최대 화제작은 역시 '평양냉면'이었다. 남북한 정상이 만찬에서 평양냉면을 먹는 장면이 중계되면서 국내에서도 평양냉면집들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롯데슈퍼 등에 따르면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지난 4월 27~29일까지 냉면류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정상회담 사흘 전(4월24~26일)보다 7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평양냉면 카테고리 판매량은 87.4% 증가하며 함흥냉면(43.2%)을 압도했다. CJ제일제당의 간편식 냉면은 지난 6월 한 달간 8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며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지난 3월 선보인 '평양물냉면'은 일부 유통 채널에서 품절 사태까지 발생했다.
미세먼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공기청정기와 건조기도 올해의 히트상품이 됐다. 롯데닷컴 등에 따르면 지난 2년 간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2015년 대비 2016년 11.5%, 2016년 대비 2017년 252.6% 증가했다. 의류관리기를 포함한 건조기류도 2016년부터 판매가 급증했다. 지난해의 경우 2016년 대비 판매가 무려 349.4%나 증가했다.
대형마트에서도 보조 가전으로 여겨지던 스타일러와 건조기가 인기였다. 이마트에선 스타일러와 건조기가 세탁기를 포함한 전체 세탁가전 매출의 30%를 넘었다. 올해 매출 비중은 전년 대비 14.6%p 증가한 46%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는 그동안 전통적 인기가전인 세탁기 매출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타일러와 건조기는 지난 2월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50% 증가하는 등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지난해 정부에서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종합 대책'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중 미세먼지 '나쁨' 초과 일수는 262일에 달했다. 특히 3월의경우 2011년부터 5년간 월 평균 미세먼지가 가장 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미세먼지 대책 공약을 발표하면서 "이 문제만큼은 한·중 정상외교 주요 의제로 다루겠다"고 얘기한 바 있다.
1인 가구의 확산은 동전노래방·코인세탁소 같은 새로운 업종을 탄생시켰다. 올해 행정자치부 통계를 살펴보면 주민등록상 1인 가구는 약 739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3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비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불러왔다.
대표적인 예로 혼자서도 부담 없이 노래 부를 수 있는 '동전노래방(코인노래방)과 '코인세탁소'를 들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데다 혼자여도 그다지 쑥스럽지 않아 1인 가구에 최적화된 놀이 문화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비용도 저렴해서 지갑이 얇은 10~20대는 물론 30~40대에게도 인기가 높다. 코인세탁소 역시 혼자 사는 가구에 대형 가전에 속하는 세탁기를 들여놓을 여유가 없기 때문에 유망한 업종으로 꼽힌다.공급자 입장에선 아르바이트를 쓰지 않는 '무인(無人)점포'로 운영된다는 점, 비교적 작은 공간에서도 창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예전에는 혼자 밥을 먹거나 혼자 노는 것에 대해 정서적으로 불편함 같은 것들이 존재했다면 이제는 인식이 달라졌다"며 "1인 가구의 확산과 보편화는 과거에 사회적 행동으로 치부됐던 것들의 기준을 바꿔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