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낙균 에비뉴11 대표 "인도판 '마켓컬리'로 신선식품 배송시장 선점"

인도로 간 '11번가의 전설' 정낙균 에비뉴11 대표

SKT 기프티콘, 11번가 등 성공 주역
벵갈루루 중심 온라인 배송 사업 펼쳐

"정교한 맞춤형 타깃 마케팅이 강점
'콜드체인' 구축 완료해 경쟁력 확보"
SK텔레콤에서 티머니, 기프티콘, 11번가 등의 신사업을 이끌던 정낙균 에비뉴11 대표(사진)는 업계에서 ‘11번가의 전설’로 불린다. 11번가 대표로 재직 시 회사를 국내 대표적인 전자상거래업체로 키워냈고, 터키에 진출한 도우쉬플래닛을 현지 1위 전자상거래업체로 성장시켰다. 정 대표가 다음 행선지로 택한 곳은 인도다. 지난해 말 SK그룹이 정리 수순에 들어갔던 인도 현지회사 에비뉴11을 25억원에 인수해 신선식품 배송·판매사업에 뛰어들었다.

최근 투자 유치 건으로 한국을 방문한 정 대표는 기자와 만나 “인도의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신선식품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했다”며 “지난해 기준으로 인도의 식료품 시장은 425조원 규모에 달하지만 온라인을 통한 식품 배송사업은 2조~3조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에비뉴11의 주요 사업은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에서 주문을 받아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가정에 신선식품을 배송하는 것. 한국의 ‘마켓컬리’와 비슷하다. 정 대표는 인도 3대 도시인 방갈로드를 주요 사업 지역으로 택했다. 지역별 특색이 강한 인도의 특수성을 감안해 전국망 구축보다는 한 지역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벵갈루루는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고소득층이 많아 신선식품 배송 수요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정 대표는 3년여에 걸친 현지 분석을 통해 벵갈루루를 종교·인종·문화 등에 따라 40개 지역으로 다시 세분화했다. 지역별로 선호하는 음식이 다르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 대표는 “아마존이 ‘톱다운’ 방식으로 식음료 배송사업을 펼치다 여러 차례 실패했다”며 “발로 뛰며 구축한 데이터로 지역을 세분화해 맞춤형 타깃 마케팅을 펼질 수 있는 것이 에비뉴11만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올해 약 27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내년도 매출을 400억원 규모로 잡았다.

정 대표는 베리타스캐피털과 인도 최대 미디어그룹인 더타임스그룹 등으로부터 약 110억원의 자금을 유치해 초기 사업자금을 마련했다. 그는 물류망 확충과 오프라인 직거래 매장 확보를 위해 약 5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그는 “경쟁사에 비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콜드체인(신선식품 배송 물류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기 위한 자금”이라고 설명했다.한국에서 최초로 기프티콘을 기획·개발해 ‘대박’을 친 경험을 갖고 있는 정 대표는 이를 인도에 도입할 계획이다. 인도 최초의 전자상거래 상품권인 셈이다. 그는 “기프티콘은 에비뉴11의 초기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식료품뿐만 아니라 마스크팩, 화장품 등 특색 있는 상품도 에비뉴11 플랫폼을 통해 배송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현재 1억 명 수준인 인도 고소득 소비층이 경제 성장과 함께 더 늘어나면 식료품 배송 시장도 급성장할 것”이라며 “모디 정부가 외국인 기업지분 100% 소유를 허용하는 등 해외 투자 유치에 적극적인 점도 사업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지훈/황정환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