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산타랠리 대신 '최악의 성탄이브'…"진앙은 트럼프"

다우 22,000선 무너지고 S&P500 약세장 진입…유가 폭락·금값 강세
트럼프發 불확실성 증폭…므누신 '시장달래기' 역효과
미국 뉴욕증시는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조기 폐장한 24일(현지시간) 또다시 급락 장세를 연출했다.거래가 이뤄진 불과 3시간 30분 동안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3% 가까이 주저앉으면서 22,000선이 무너졌다.

연말 마지막 5거래일과 새해 첫 2거래일 동안 증시가 반짝 강세를 보이는 '산타 랠리'는커녕 브레이크 없는 급락세가 반복되는 양상이다.

그동안 '트럼프 효과'를 호평했던 경제 매체들은 시장 불안의 진앙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지목했다.시장을 안정시키겠다며 성급하게 나선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되려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웠다.

불안감이 커지면서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국제유가도 이날 6% 넘게 폭락했다.

◇ 뉴욕증시 3대 지수, 첫 성탄 이브 급락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53.17포인트(2.91%) 급락한 21,792.2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는 65.52포인트(2.71%) 내린 2,351.1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40.08포인트(2.21%) 내린 6,192.92에 장을 마감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3대 지수가 1% 이상 급락한 것은 처음이다.다우지수만 놓고 보더라도 크리스마스이브에 이처럼 급락한 것은 다우지수 122년 역사상 처음이라고 마켓워치는 전했다.

앞서 1918년 12월 24일 다우지수가 1.13% 하락한 바 있다.

그만큼 이날 급락장의 심리적 충격이 크다는 뜻이다.

지난주 나스닥 지수에 이어 S&P500 지수도 약세장에 공식 진입했다.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 통상 약세장으로 분류한다.

S&P500 지수를 구성하는 11개 부문은 모두 연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게 됐다.

국제유가도 급락했다.

내년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06달러(6.7%) 내린 42.53달러에 마감했고,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내년 2월물 브렌트유도 6%대 하락한 50달러 선에 머물고 있다.

반면 안전자산인 금은 1%가량 오르면서 6개월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 긴축·무역갈등 악재에 트럼프발 '워싱턴 리스크' 급부상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점진적인 긴축 기조, 미·중 무역갈등과 맞물린 경기둔화 우려 등이 뉴욕증시를 압박하는 '양대 상수'였다면, 최근엔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정치리스크가 돌발 악재로 떠오른 모양새다.

통상 자본시장은 정치적 변수에 직접 반응하지 않지만, 최근 워싱턴DC의 난맥상이 증폭하면서 가뜩이나 취약해진 투자심리를 더욱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과 정치적 불확실성을 증시급락의 진앙으로 꼽았다.

지난 2년간 감세와 규제 완화, 재정지출 확대 등으로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트럼프 효과'가 사라지고, 이제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매체 CNBC 방송은 "시장이 워싱턴을 바라보면 겁을 먹게 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불확실성의 근원이 됐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워싱턴의 혼란이 투자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평가했고, 로이터통신은 "워싱턴발 드라마 탓에 주식 투매가 심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문제로 셧다운(연방정부 부분폐쇄)을 강행한 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해임설까지 나오면서 시장 불안을 키웠다는 것이다.

당장 이날 증시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악재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우리 경제가 가진 유일한 문제는 연준"이라고 비판하자, 곧바로 뉴욕증시 낙폭이 확대됐다.

연준의 금리인상 자체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흔들기'에 더 부정적으로 반응한 셈이다.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투자자 노트에서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하려 한다면, 금융시장은 더욱 깊은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므누신 재무장관의 행보도 투자자들의 우려를 샀다.므누신 장관은 '금융시장에 대한 대통령 워킹그룹' 회의를 소집하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오히려 유동성 우려가 있는 것 아니냐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