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도 비용' 트럼프 의중 확인…'원점' 방위비협상 어디로

트럼프 "부자나라 군대에 보조금, 고칠 것"…매티스 사임으로 美우선주의 가속화
협상 난항시 美, 한국차 관세부과·주한미군 감축 카드로 압박 가능성
내년부터 적용될 제10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한미 간 협상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실무차원에서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미국 수뇌부의 완강한 '대폭 증액' 요구로 협상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지면서, '동맹도 비용'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식이 방위비 협상에서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동맹을 중시하는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이달 말 퇴임과 맞물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장관과 동맹국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놓고 갈등이 있었음을 시사했다.그는 24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전 세계 많은 매우 부유한 국가의 군대에 실질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들 국가는 무역에서 미국과 미국의 납세자를 완전히 이용하고 있다"면서 "매티스 장군은 이것을 문제로 보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문제로 보고 고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대선후보 시절인 2016년부터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언급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트위터 글이 겨냥한 나라에 한국이 포함됐을 수 있다.외교 소식통도 25일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트위터 메시지는 방위비 협상의 연내 타결이 사실상 불발된 상황에서 나왔다.

한미는 지난 3월부터 양국을 오가며 10차례에 걸쳐 회의했지만 총액 규모 등에 있어 이견이 여전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외교부 당국자는 11∼13일 진행된 10차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총액 등과 관련해) 입장차가 아직도 크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가 지난달 9차 회의 뒤에는 "상당 수준의 문안 합의에 도달했다"고 말했던 것과 비교하면 협상 상황이 더 어려워졌음을 시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는 우리가 부담할 방위비 분담금 총액 규모를 놓고 집중적으로 협상을 벌인 결과 연간 한국 측 부담액 기준으로 1천억 원 안팎으로까지 차이를 좁혔는데, 미 수뇌부의 반대로 그간의 진전이 '물거품'이 될 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현재 어느 정도 수준의 인상을 요구하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10차 회의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을 현재의 2배 규모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며, 미 정부도 현재보다 50% 인상된 연간 12억 달러(약 1조3천억 원)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는 미국 언론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미국의 요구하는 인상 폭이 여기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면 이는 합리적 수준의 소폭 인상을 원하는 우리 측이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어서 앞으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경제 카드로 우리를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게 일각의 예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 자동차와 차 부품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한국산 자동차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미국이 방위비 협상이 마음먹은 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압박용'으로 꺼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우리 정부도 한미동맹 및 대북공조와 국민 여론 사이에서 어려운 결단을 해야할 상황이다.

미국과의 대북정책 공조 등과 방위비 협상은 별개 트랙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미국이 방위비 협상을 한미간의 다른 사안과 연계하려 할 경우 상황은 복잡해 질 수 있다.

방위비 문제를 빨리 매듭지음으로써 동맹의 방위 태세와 북핵 해결을 위한 한미공조에 악영향이 없도록 할 필요성과, 미국에 따질 것은 제대로 따지기를 바라는 여론의 목소리 사이에서 정부도 고민이 클 전망이다.

한미는 10차 회의 이후에도 실무차원에서 소통을 계속하고 있지만, 차기 회의 일정도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장원삼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와 미국 티모시 베츠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 간 협의로는 돌파구를 만들기 힘들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도 10차 회의를 마친 지난 14일 "협상 대표뿐 아니라 양 정부의 모든 채널을 통해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외교 장관급 혹은 정상 간 담판을 통해 이견을 조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협정 공백 상태가 길어지면 국내 미군 부대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 임금 지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국내 미군기지에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 8천여명의 임금은 우리가 70%, 미국이 30%를 각각 부담하는데, 미국이 이를 위해 책정해놓은 예산이 4월 중순에는 소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비준 등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늦어도 내년 2월 말까지는 협상이 타결돼야 한국인 근로자 임금이 차질없이 집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분담하는 몫을 말한다.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각종 미군기지 내 건설 비용, 군수 지원비 등의 명목으로 쓰인다.현행 제9차 특별협정에 따라 올해 한국 측 분담액수는 약 9천602억 원으로 전체의 절반 정도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