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별하지 않은 삼청동 "5곳 중 1곳은 공실"
입력
수정
한경닷컴-밸류맵, 삼청동 상권 전수조사서울의 대표 관광코스이자 골목상권을 이끌어 갔던 삼청동 골목이 몰락하고 있다. 2010년 중반부터 원주민이 지역을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을 나타냈던 이 지역은 공실률이 20%에 육박하고 있다.
문화거리, 카페거리 일대 공실률 17% 달해
젠트리피케이션 넘어 슬럼화 우려
한경닷컴과 토지·건물 실거래 플랫폼인 밸류맵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주요데이터에 등록된 삼청동 일대의 상가 193개를 전수조사한 결과 공실을 보인 상가는 33개였다. 공실률이 무려 17%로 5곳 중 1곳은 공실인 셈이다.조사 대상 지역은 서울교육박물관 주차장부터 삼청파출소까지 이어지는 북촌로5가길 골목길과 삼청로로 이어지는 문화거리, 카페거리 도로변 등이었다. 그동안 삼청동 일대의 젠트리피케이션이나 공실을 지적한 적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과정에서 셔터가 내려져 있거나 내부 인테리어 등을 정리하지 않아 공실을 확인하지 못한 경우과 물건들과 점포정리를 위해 세일을 실시하는 매장들의 경우까지 포함하면 공실률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막연하게 공실이 많은 정도로 추측은 했지만, 실제 조사로 공실률을 확인하니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삼청동은 빠르게 변화하는 상권과 유행, 그리고 거기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슬럼화될 우려가 있다"며 "지속 가능한 상권은 없기 때문에 삼청동 같은 사례는 다른 골목들에서 숱하게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삼청동이 슬럼화 우려까지 내몰리게 된 데에는 '임대료 상승'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삼청동은 2000년대초 한옥개조사업 힘입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박물관, 미술관, 카페들이 들어서면서 예술가들이 몰렸다. 이후 10년 넘게 서울시내 숨겨진 명소로 꾸준히 성장세를 보였고, 2010년대 관광객들이 합세하면서 규모를 키운다. 동시에 관광객들의 취향에 맞는 프랜차이즈, 커피숍, 화장품 매장들이 줄줄이 입성한다. 건물주의 손바뀜도 이 시기즈음 본격화됐다. 동시에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문화시설이나 토박이 상인들은 삼청동을 떠났다.
특히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이들을 타깃으로 한 가게들이 늘어났다. 초창기에는 문제가 안됐다. 관광객 증가로 인해 늘어난 매출이 상승한 임대료를 보완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드사태 이후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매출 감소가 공실증가로 이어졌다. 현재 공실인 상가들이 중국 단체관광객을 타깃으로 했던 화장품이나 의류 등 판매시설임을 유추해보면 알 수 있다.
상권자체가 관광객에 맞춰져 있다 보니 삼청동은 다른 지역에 비해 판매시설의 비중이 높다. 이 또한 공실증가의 요인으로 지적된다. 조사대상이었던 193개의 상업시설 중 도·소매 판매시설이 75개로 전체 40%에 육박하고 있다. 이러한 판매업은 인터넷 쇼핑 등의 활성화로 침체를 겪고 있다. 이 팀장은 "전통적인 쇼핑 거리인 압구정이나 신촌 등의 상권이 급격히 가라앉고 공실률이 높아지는 상황이다"라며 "삼청동 또한 외국인 관광객에 기댄 판매업이 많다보니 판매 부진이 공실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종로구에서는 2017년 말 ‘종로구지역상권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및 상생협력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지난 6월 삼청동을 포함해 익선동 한옥거리, 세종마을, 북촌, 인사동, 대학로 등 6곳을 대상지로 선정했다. 그러나 상가건물 임대차 상생계약서 표준안을 배포하는 것에 그치는 등 사실상 구호에 그치고 있어 그 효과는 크지 않아 보인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