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속옷, 생리대, 미세먼지..."생활 속 불편함에서 창업 아이디어 얻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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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신여대 창업지원단 창업동아리 대표 3인 인터뷰취업은 청년층에게 넘기 힘든 산과 같다. 구직자는 많은데 일자리는 적다. 이에 정부와 대학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바로 창업이다. 최근 청년 창업 지원책이 늘어나면서 2000년대 초반에 불었던 창업 열풍이 되살아나고 있다. 성신여대 창업지원단 창업동아리 대표 3인을 만나 창업에 대한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이들의 사업 아이디어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문제에 맞닿아 있다. 김진형 라노블리에 대표는 2차 성징을 겪는 여성 청소년을 위한 맞춤형 속옷을 제작·판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는 "5년 전부터 속옷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자신의 정확한 가슴 크기와 유형을 몰라 난감해하는 여성 고객을 자주 봤던 게 이 사업을 생각하게 된 계기"라고 했다.김 대표는 "여성의 가슴은 크기뿐 아니라 모양이 제각각이라 자기에게 맞는 속옷을 입어야 한다"며 "성장 속도가 빠른 청소년 시기에 가슴 모양을 제대로 잡아주지 않으면 가슴 모양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지영 온리포유 대표는 여성에게 맞춤형 생리대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안전성이 검증된 7종의 생리대를 1회용 샘플 키트로 제작했다. 소비자가 하나씩 써보고 자신한테 가장 잘 맞는 생리대를 고르면 해당 제품 3개월분을 고객의 생리주기에 따라 정기적으로 배송한다.
그는 "초경부터 폐경까지 평균 35년간 400~500회 생리를 하는 여성의 비용 부담을 덜고 안전한 생리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생각에 일회용 생리대 키트를 구상하게 됐다"고 했다.왕선희 메아리_ECO 대표는 미세먼지에 주목했다. 집, 사무실 등의 창문에 붙이면 미세먼지를 걸러 깨끗한 공기만 실내에 들어오게 하는 가정용 방진망을 개발 중이다. 실험에서 초미세먼지를 98%까지 걸러냈다. 정전기 유도 원리를 이용해 먼지가 방진망에 붙게 했다. 그는 "제품 설계까지 마친 상태며 곧 제작이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창업이 막막한 길이었지만 학내 창업지원단으로부터 창업지원금을 포함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회사를 운영하는 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했지만 멘토링 프로그램 덕분에 사업 계획, 기업 홍보, 마케팅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홍 대표는 "창업 전에는 성공에 대한 확신보다 두려움이 컸다"며 "실무를 경험한 멘토들이 사업 단계별로 필요한 조언을 해줘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창업 선배로서 후배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무엇일까. 이들이 입을 모아 강조한 것은 '뚝심'이다. 큰 꿈을 가지고 창업한 뒤 힘든 일을 겪으면 자괴감, 불안감에 휩싸일 수 있어서다. 김 대표는 "시작부터 대박을 내는 사업가는 없다"며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말고 끈기를 가지고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고 했다.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을 면밀히 고민해보라는 얘기도 나왔다. 홍 대표는 "아무리 아이디어가 참신해도 제품화하지 않으면 빛을 보기 어렵다"며 "다른 사람에게 평가를 받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