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주식으로 자금조달 '꽁꽁'

올 들어 증시 큰 폭 하락 여파
유상증자·IPO 전년 대비 70%↓
대어급 상장 줄줄이 철회
▶마켓인사이트 12월27일 오후 2시14분

증시에 불어닥친 한파가 기업의 자금 조달 전선까지 퍼지고 있다. 올 4분기 들어 국내 기업들이 유상증자나 기업공개(IPO) 등 주식을 발행해 조달하는 자금 규모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내년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계속돼 먹거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댜.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기업의 주식 발행(구주 매출·출자전환·현물출자 제외) 규모는 4394억원으로 전달 대비 10.9% 감소했다. 전년 동기(1조5287억원)와 비교하면 71.3% 줄었다.

4분기로 접어들수록 주식 발행 금액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1분기 3조7231억원이던 주식 발행 규모는 매 분기 감소해 지난 10~11월 9327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3.3% 줄어든 수치다. 유상증자(4917억원)가 56.5%, IPO가 14.3% 감소했다. 증시 분위기가 급격히 얼어붙자 기업들이 주식 발행 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나서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9월 말까지 2300대를 유지하던 코스피지수는 10월 한때 2000선이 붕괴될 만큼 큰 폭으로 추락했다.특히 IPO 시장에서 이 같은 분위기 변화가 두드러진다. 9월 이후에만 카카오게임즈, CJ CGV베트남홀딩스, HDC아이서비스 등 8개 기업이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고도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당초 기대보다 기업 가치를 낮게 평가받을 것이란 우려에 줄줄이 상장을 포기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등 일부 기업은 금융당국의 회계감리 문제로 상장 일정을 연기했다.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할 만큼 서둘러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기업이 많지 않은 것도 주식 발행 규모가 감소한 이유로 꼽힌다. 건설·철강·조선·해운 등 주요 취약 업종 구조조정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대형 유상증자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올 상반기 유상증자를 한 삼성중공업(1조4088억원)과 현대중공업(1조2350억원) 이후 앞으로도 상당 기간 조(兆)단위 증자는 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IB업계에선 내년에도 주식 발행 시장을 찾는 기업의 발길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 담당임원은 “기업 실적 전망치가 점점 하향 조정되는 등 당분간 증시가 살아나긴 쉽지 않아 보인다”며 “기업들이 주식 발행을 줄이면 어떤 전략으로 영업 실적을 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