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발등에 불 떨어진 기업…기본급 올리자니 통상임금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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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석 노동전문위원 jsc@hankyung.com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을 둘러싼 논란으로 기업의 임금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체계가 워낙 복잡해 연봉 5000만원 이상 근로자도 최저임금 위반 사례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불합리는 임금의 골격이 되는 기본급의 비중이 낮은 반면 상여금, 복리후생비, 주휴·약정휴일 수당 등 임금구성 요소가 많은 데서 비롯된다. 약정휴일이란 2004년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근로기준법에 정한 주휴일 이외에 토요일처럼 휴무일 4~8시간을 유급 처리하기로 노사 간 단협을 통해 정한 것을 말한다. 정부는 최저임금 시급 기준을 단순화하기 위해 각종 수당을 기본급으로 통합하는 등 임금체계를 개편해달라고 기업에 주문하고 법 적용을 6개월 유예한다고 지난 24일 발표했다.

그러나 노사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임금체계를 6개월 내에 개편하라는 주문은 노사관계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분의 임단협 교섭은 상견례부터 타결까지 1년 가까이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매년 하반기 타결되면 그해 연초부터 소급해 임금을 인상한다. 파업으로 노사가 대립과 갈등을 겪으면 해를 넘기기도 한다. 6개월 내에 임금체계를 개편하라는 주문은 하나 마나라는 현장의 불만이 터져나오는 이유다.기본급 비중을 높이면 통상임금도 오르게 돼 기업의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통상임금 기준으로 50%의 할증임금이 주어지는 휴일·연장·야간근로 등을 고려하면 인건비 증가는 적지 않다. 기업의 지급능력, 근무체계, 종업원 구성 등 고려할 요소가 하나둘이 아니다. 대법원 판결로 통상임금에 대한 법적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노사 쌍방이 오랜 기간 단체교섭을 통해 형성해 온 통상임금을 법원의 사후적 판단을 통해 재산정해야 한다는 것은 경영리스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임금체계 개편은 정부의 일방적 요구보다 근본 문제부터 짚어 나가는 접근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임금체계가 복잡한 것은 해석조차 힘든 노동법 체계와 정부의 규제가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이 노동 관련 학계의 중론이다. 근로시간과 임금 등에 복잡한 규제를 덧칠해온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물가억제를 위해 정부가 1992년 도입한 총액임금제가 지목된다. 기업으로서는 기본급을 가급적 올리지 않으면서 각종 수당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단순화하려면 정부가 계도기간을 정해 밀어붙인다고 될 일은 아니다. 노동법 체계부터 합리적으로 개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