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두 번째 패스트트랙 유치원3법…빨리 갈까 더디 갈까

'사회적 참사법' 이후 두 번째…단일회계·형사처벌 이견 속 지정
330일 이후 본회의 자동상정…여야 합의시 처리 앞당길 수도

국회 교육위원회는 27일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신속처리(일명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했다.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패스트트랙 안건에 지정된 법안은 지난 2016년 12월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회적 참사법)에 이어 두 번째다.
이로써 지난 10월 국정감사 이후 시작된 유치원법 관련 공방은 어느 정도 매듭이 지어졌지만,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만의 합의라는 점에서 향후 심사 과정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유치원 3법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사립유치원의 회계 비리를 지적한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지난 10월 23일 처음 발의했다.앞서 시도교육청 감사로 비리 혐의가 적발된 사립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박 의원은 "학부모가 낸 돈으로 원장이 명품 핸드백을 사고, 노래방·숙박업소에 가는 행태는 막아야 한다"며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국가지원금과 학부모 분담금 회계를 단일화하고, 교비의 교육목적 외 사용을 형사처벌하도록 한 민주당 안은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등으로부터 '사립유치원을 비리 집단으로 매도하고,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강한 반발을 샀다.

이에 한국당은 지난달 30일 국가지원금과 학부모 분담금을 분리한 이중회계를 허용하고, 교비 목적 외 사용을 형사처벌하는 조항을 삭제한 대안을 내놨다.유치원법 통과의 시급성을 인식한 교육위는 7차례나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민주당과 한국당 안을 병합 심사했지만, 회계 단일화와 형사처벌 여부 등을 두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교육부가 에듀파인(국가회계관리시스템) 사용을 의무화하고, 사립유치원의 일방적인 휴원과 폐원·정원 감축에 대한 행정제재를 강화하는 시행령을 지난 16일 입법 예고한 것과 관련, 한국당 의원들이 '국회와 입법권 무시'라고 강하게 맞서면서 유치원 3법 논의는 공전을 거듭했다.
이에 교육위 바른미래당 간사인 임재훈 의원은 ▲ 에듀파인 도입 ▲ 단일회계 운영 ▲ 누리과정 지원금 체계 현행 유지 ▲ 교비회계 부정 사용의 형사처벌 도입의 내용을 담은 중재안을 지난 24일 발의하며 진전을 시도했다.하지만 한국당 측은 단일회계를 도입한 임 의원 안도 민주당 안과 다를 바가 없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자 이찬열 위원장을 필두로 한 교육위에서는 한국당의 협조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패스트트랙 가능성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특히 유치원법을 당론으로 정한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한국당의 반대가 이어질 경우 패스트트랙에 나설 것을 처음으로 시사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패스트트랙은 2012년 5월 도입된 것으로, 국회선진화법으로도 불리는 현행 국회법의 핵심 내용 중 하나다.

여야 간 합의를 이루기 어려운 쟁점법안이 국회에서 장기간 표류하는 것을 막는 것이 주요 취지다.

일단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법안은 일정 기간(최대 330일)이 지나면 상임위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국회법 제85조 2항에 따르면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되기 위해선 국회 재적 의원 과반의 서명이나 상임위원회 재적 5분의 3 이상 찬성을 받아야 한다.

현재 교육위 재적 위원 14명 중 민주당 7명과 바른미래당 2명을 합치면 패스트트랙 요건을 충족하는 만큼 패스트트랙 가능성은 계속해서 제기됐다.

하지만 본회의에 상정되기까지 기간이 문제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은 중간에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상임위에서 180일, 법사위에서 90일, 본회의 상정까지 60일 등 총 330일이나 지나야 본회의에서 표결이 가능하다.

패트스트랙 1호 안건인 '사회적 참사법'이 안건에 오른 지 336일이 지나서야 본회의에서 의결된 것이 단적인 예다.
이 때문에 사실상 '슬로트랙'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당 김현아 의원이 이날 전체회의에서 "유치원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는 것보다 2018년 연내처리라는 족쇄와 같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실제로는 법을 2년 후에 시행하는 나쁜 선택을 했다"고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다만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더라도 여론의 압박에 따라 논의가 빨라질 경우 처리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