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K시리즈' 9년 만에 안방서 밀리언셀러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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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디자인 경영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뚝심 있게 밀어붙인 기아자동차 세단 라인업 K시리즈가 올 초 내수 누적 판매 100만 대를 돌파했다. 시장에 나온 지 9년 만에 거둔 성과다. 그가 이끈 ‘디자인 경영’은 오늘날 기아차 경쟁력의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세계적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 영입
RV 이미지 벗고 세단 시장 장악
K시리즈 성공과 흑자전환
2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K시리즈는 지난달까지 내수 시장에서 누적 판매 대수 112만6414대를 기록했다. 특히 올 초 처음으로 100만 대 고지를 밟아 ‘밀리언셀러’ 대열에 올랐다. 2009년 11월 준대형 세단 K7이란 이름을 달고 진출한 지 9년 만이다. K시리즈는 준중형 세단 K3와 중형 세단 K5, K7과 대형 세단 K9으로 이뤄진 기아차의 세단 라인업을 말한다.
그동안 기아차는 레저용차량(RV) 강자로 꼽혀왔다. 이 회사가 세단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눈에 띄게 달라진 디자인’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 같은 변화를 가져온 주인공은 정 수석부회장이다. 그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당시 디자인 경영을 화두로 내걸며 회사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데 ‘올인’했다. 특히 폭스바겐 총괄 디자이너 출신인 피터 슈라이어는 정 수석부회장이 공들여 영입한 대표적 인물이다. 슈라이어는 독일 아우디 디자이너로 명성을 얻고 기아차에 2006년 8월 영입돼 K5, K9 등 K시리즈의 디자인을 총괄 지휘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스포티지R, 쏘울 역시 그의 작품이다.
이뿐 아니라 기아차를 상징하는 패밀리 룩 ‘호랑이 코’ 그릴을 도입하는 등 부활을 이끌었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2년 그의 첫 개인전을 열도록 도와줄 만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슈라이어는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사장)을 거쳐 최근 현대차그룹 디자인경영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K시리즈 흥행은 기아차가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K시리즈 중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중형 세단 K5다. 2010년 4월 출시된 K5는 누적 판매량이 51만9543로 집계됐다.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6.1%에 달한다. 뒤이어 K7(29만6572대) 26.3%, K3(27만4726대) 24.3%, K9(3만5573대) 3.1% 순이었다.한 업계 관계자는 “2006~2007년 2년 연속 적자를 내던 기아차가 10년 사이 디자인을 무기로 확 바뀌었다”며 “정 수석부회장이 체질 개선을 이뤄 낸 뒤로 높은 경쟁력과 정체성을 확립한 모습”이라고 말했다.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