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수의 바이오노믹스]포지오티닙 美 혁신치료제 지정 실패와 개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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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가 기존 굴뚝 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전문가들의 영역에 있었던 만큼, 낯설고 이해하기 어렵다. 국내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제약·바이오 산업의 일면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다리와 꼬리, 귀 등을 만저나가다보면 온전한 코끼리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주]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스펙트럼의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30% 이상 급락했다. 스펙트럼이 미 식품의약국(FDA)에 신청한 포지오티닙의 혁신치료제 지정(BTD·Breakthrough Therapy Designation)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스펙트럼 및 투자자들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의 BTD 승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었다. 이것이 좌절되자 실망 매물이 나온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미약품의 주가도 지난 20일 6% 급락했다. 한미약품은 2015년 포지오티닙을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했다. 포지오티닙의 상업화 속도가 기대보다 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한미약품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스펙트럼은 바이오벤처이기 때문에 포지오티닙을 글로벌 제약사에 다시 기술수출할 가능성이 높고, 이 때 발생하는 수익을 한미약품과 분배할 것으로 예상된다.
BTD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의 의약품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FDA가 2012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BTD로 승인되면 FDA와 수시로 개발 및 허가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 또 시판허가 자료를 제출할 때 각 항목의 자료에 대해 개별심사를 요청할 수 있다. 모든 자료를 다 만든 뒤 허가를 신청하는 것보다 심사기간이 줄어든다. 다른 의약품보다 먼저 심사하는 우선심사 혜택도 있다.
BTD 승인 실패와 관련해 조 터전 스펙트럼 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스펙트럼 2상(ZENITH20)을 토대로 가장 빠른 허가승인 절차를 FDA와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며 “포지오티닙에 관한 우리의 개발 일정과 프로그램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BTD 신청은 MD앤더슨 암센터에서 실시한 연구자 임상 2상 중간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와 별도로 스펙트럼은 회사가 진행 중인 포지오티닙 임상 2상 중간결과를 토대로 신속승인(accelerated approval)을 내년 말 신청할 예정이다. 신속승인은 BTD와 함께 FDA가 채택하고 있는 의약품 개발 촉진 제도다. 생명의 위협하는 질환의 치료법 중 기존보다 좋은 효과가 기대될 때 임상 2상 결과만으로도 시판을 허가한다. 다만 시판 이후 추가적인 시험을 통해 치료법의 효과 및 안전성을 확인시켜야 한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포지오티닙의 BTD 승인 실패는 시장의 기대에는 다소 못 미쳤지만, 개발 일정은 차질없이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미약품의 기업가치를 훼손할만한 사안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BTD 승인이라는 단기적인 기대 요인만이 훼손됐다는 것이다.
◆의약품 개발은 속도전의약품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효능과 안전성이다. 이것이 입증돼야 판매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제약사가 경쟁하는 현재의 환경에서는 개발 속도도 성공의 중요한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2015년 7월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한 '올무티닙'의 낙마도 속도전의 결과다. 올무티닙은 2015년 12월 FDA로부터 BTD로 지정되면 3세대 폐암 치료제로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경쟁약물인 타그리소의 개발 속도가 더 빨랐다. 베링거와 한미는 글로벌 2상 결과를 가지고 2016년 FDA에 신속승인을 신청할 계획이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는 한발 앞서 2015년 11월 FDA로부터 신속승인을 받았다. 결국 베링거인겔하임은 2016년 9월 올무티닙의 권리를 한미약품에 반환했다. 타그리소의 빠른 출시로 추가적인 임상 진행 및 시장 침투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각국의 의약품 개발 촉진제도를 이용해 상업화에 속도를 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안트로젠은 일본의 '사키가케' 제도를 이용해 희귀 질환인 이영양성수포성표피박리증에 대한 세계 최초 줄기세포치료제 허가를 목표하고 있다. 일본후생노동성이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사키가케는 일본에서 치료제가 없는 질환 중 세계 최초의 신약을 대상으로 한다. 일본에서의 임상시험 등도 조건이다. 사키가케로 지정되면 조건부 판매허가 신청이 가능하다. 신청 이후 판매허가 심사는 6개월 이내 이뤄진다.
안트로젠의 일본 협력사인 이신제약은 지난달 사키가케 지정을 신청했다. 지정 여부는 내년 2월 발표된다. 안트로젠은 2019년 8월까지는 조건부 판매허가가 나올 것으로 기대 중이다.
파미셀은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알코올성 간경변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한 조건부 판매허가를 지난해 12월 신청했다. 한국은 생명을 위협하거나 한번 발병하면 증상이 호전되기 어려운 중증의 비가역적 질환에 대해 임상 2상 결과만으로도 3상 조건부 판매허가를 내준다. 2016년 식약처는 조건부 판매허가의 대상을 안전성이 확인되고 치료 효과가 탐색된 세포치료제로 확대했다.
바이로메드의 당뇨병성신경병증 치료제 후보물질인 'VM202'는 올 5월 FDA로부터 첨단재생의약치료제(RMAT)로 승인받았다. 2016년 RMAT 제도가 생긴 이후 국내 의약품 중에서 처음이다. RMAT 지정으로 FDA와의 수시 접촉 창구가 생겼으며, 판매허가 신청시 우선심사를 적용받는다. 의약품 개발에 있어 속도의 중요성은 우선심사권(PRV)의 가치를 통해 알 수 있다. FDA는 열대성 질환 및 소아희귀질환의 신약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관련 치료제를 승인받은 회사에 PRV를 부여한다. PRV는 판매허가 심사기간을 6개월로 단축시켜 주는 것으로, 다른 기업에 판매가 가능하다. 현재까지 평균 거래금액은 1억5100만달러(약 1700억원)다.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BTD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의 의약품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FDA가 2012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BTD로 승인되면 FDA와 수시로 개발 및 허가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 또 시판허가 자료를 제출할 때 각 항목의 자료에 대해 개별심사를 요청할 수 있다. 모든 자료를 다 만든 뒤 허가를 신청하는 것보다 심사기간이 줄어든다. 다른 의약품보다 먼저 심사하는 우선심사 혜택도 있다.
BTD 승인 실패와 관련해 조 터전 스펙트럼 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스펙트럼 2상(ZENITH20)을 토대로 가장 빠른 허가승인 절차를 FDA와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며 “포지오티닙에 관한 우리의 개발 일정과 프로그램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BTD 신청은 MD앤더슨 암센터에서 실시한 연구자 임상 2상 중간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와 별도로 스펙트럼은 회사가 진행 중인 포지오티닙 임상 2상 중간결과를 토대로 신속승인(accelerated approval)을 내년 말 신청할 예정이다. 신속승인은 BTD와 함께 FDA가 채택하고 있는 의약품 개발 촉진 제도다. 생명의 위협하는 질환의 치료법 중 기존보다 좋은 효과가 기대될 때 임상 2상 결과만으로도 시판을 허가한다. 다만 시판 이후 추가적인 시험을 통해 치료법의 효과 및 안전성을 확인시켜야 한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포지오티닙의 BTD 승인 실패는 시장의 기대에는 다소 못 미쳤지만, 개발 일정은 차질없이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미약품의 기업가치를 훼손할만한 사안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BTD 승인이라는 단기적인 기대 요인만이 훼손됐다는 것이다.
◆의약품 개발은 속도전의약품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효능과 안전성이다. 이것이 입증돼야 판매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제약사가 경쟁하는 현재의 환경에서는 개발 속도도 성공의 중요한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2015년 7월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한 '올무티닙'의 낙마도 속도전의 결과다. 올무티닙은 2015년 12월 FDA로부터 BTD로 지정되면 3세대 폐암 치료제로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경쟁약물인 타그리소의 개발 속도가 더 빨랐다. 베링거와 한미는 글로벌 2상 결과를 가지고 2016년 FDA에 신속승인을 신청할 계획이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는 한발 앞서 2015년 11월 FDA로부터 신속승인을 받았다. 결국 베링거인겔하임은 2016년 9월 올무티닙의 권리를 한미약품에 반환했다. 타그리소의 빠른 출시로 추가적인 임상 진행 및 시장 침투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각국의 의약품 개발 촉진제도를 이용해 상업화에 속도를 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안트로젠은 일본의 '사키가케' 제도를 이용해 희귀 질환인 이영양성수포성표피박리증에 대한 세계 최초 줄기세포치료제 허가를 목표하고 있다. 일본후생노동성이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사키가케는 일본에서 치료제가 없는 질환 중 세계 최초의 신약을 대상으로 한다. 일본에서의 임상시험 등도 조건이다. 사키가케로 지정되면 조건부 판매허가 신청이 가능하다. 신청 이후 판매허가 심사는 6개월 이내 이뤄진다.
안트로젠의 일본 협력사인 이신제약은 지난달 사키가케 지정을 신청했다. 지정 여부는 내년 2월 발표된다. 안트로젠은 2019년 8월까지는 조건부 판매허가가 나올 것으로 기대 중이다.
파미셀은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알코올성 간경변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한 조건부 판매허가를 지난해 12월 신청했다. 한국은 생명을 위협하거나 한번 발병하면 증상이 호전되기 어려운 중증의 비가역적 질환에 대해 임상 2상 결과만으로도 3상 조건부 판매허가를 내준다. 2016년 식약처는 조건부 판매허가의 대상을 안전성이 확인되고 치료 효과가 탐색된 세포치료제로 확대했다.
바이로메드의 당뇨병성신경병증 치료제 후보물질인 'VM202'는 올 5월 FDA로부터 첨단재생의약치료제(RMAT)로 승인받았다. 2016년 RMAT 제도가 생긴 이후 국내 의약품 중에서 처음이다. RMAT 지정으로 FDA와의 수시 접촉 창구가 생겼으며, 판매허가 신청시 우선심사를 적용받는다. 의약품 개발에 있어 속도의 중요성은 우선심사권(PRV)의 가치를 통해 알 수 있다. FDA는 열대성 질환 및 소아희귀질환의 신약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관련 치료제를 승인받은 회사에 PRV를 부여한다. PRV는 판매허가 심사기간을 6개월로 단축시켜 주는 것으로, 다른 기업에 판매가 가능하다. 현재까지 평균 거래금액은 1억5100만달러(약 1700억원)다.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