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하수체 종양, 당뇨병보다 흔해…피로감 심하면 호르몬 검사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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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이기영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뇌하수체 종양 유병률이 18~21%에 이릅니다. 당뇨병보다 환자가 많은 셈이죠. 뇌하수체는 몸속에서 항상성을 유지하는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이곳에 문제가 있으면 피로감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호르몬 분비에 문제 생기면 혈압 조절 등 잘 안되고
심장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이기영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사진)는 “심한 무기력감을 호소하고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는 등의 증상이 1~3개월 정도 지속되면 의료기관을 찾아 호르몬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감기에 걸린 뒤 한 달 가까이 증상이 이어질 정도로 다른 사람보다 회복되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는 “뇌하수체 종양 등으로 호르몬 분비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고 심부전증 등 심한 심장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며 “제때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뇌하수체는 뇌 바로 아래에서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이다. 뒤쪽 뇌하수체인 후엽에서는 소변량을 조절하는 항이뇨호르몬과 여성이 아이를 낳을 때 자궁을 수축시키는 옥시토신호르몬을 분비한다. 앞쪽인 전엽에서는 유즙 분비를 조절하는 호르몬인 프로락틴, 성장호르몬, 갑상샘 자극 호르몬, 부신피질 자극 호르몬, 성선 자극 호르몬 두 개 등 여섯 개 호르몬을 분비한다. 문제가 생기는 곳은 주로 뇌하수체 전엽이다. 시상하부에서 뇌하수체 전엽으로 혈관을 통해 명령하는데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겨 프로락틴이 많이 분비되면 여성은 생리를 하지 않는다. 성장호르몬이 많아지면 거인증, 말단비대증 등이 생긴다. 부신피질 호르몬이 늘면 식욕이 당기고 살이 찐다. 배가 볼록 나오고 얼굴이 달덩이처럼 붓는 쿠싱병은 부신피질 호르몬이 늘었을 때 생기는 가장 흔한 질환이다. 호르몬 기능엔 문제가 없지만 종양이 커지면서 질환이 되기도 한다. 이 교수는 “뇌하수체 종양이 커지면 두통이 심해지고 시신경이 눌려 시야가 좁아진다”며 “뇌 척수액이 지나는 길을 막으면 뇌 안에 물이 차는 수두증이 생긴다”고 했다. 이들 증상이 있으면 수술 치료를 해야 한다.
호르몬 분비가 줄어도 문제다. 성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으면 남성은 발기부전의 원인이 된다. 여성은 무월경, 불임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남성에게 턱수염이 나지 않는 것은 성호르몬 분비가 줄었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1주일에 한두 번 면도를 할 정도라면 테스토스테론이 제대로 나오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갑자기 근육량이 줄거나 아침에 발기가 잘 되지 않고 무기력하며 수염이 나지 않는 남성이라면 검사해야 한다”고 했다.갑상샘 호르몬은 신진대사를 담당한다.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추위를 타고 몸이 붓는다. 위장 기능이 떨어져 변비 증상을 호소한다. 부신피질 호르몬이 부족하면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한다. 스트레스로 혈압이 떨어지고 저혈압 쇼크로 생명에도 영향을 준다. 힘이 없고 극심한 무기력증이 나타난다. 성장호르몬이 부족해지면 생명에 직접 영향을 준다. 근육을 발달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성장호르몬이 부족하면 심장근육이 망가진다.
종양이 없어도 뇌하수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여성은 출산할 때 피를 많이 흘려 뇌하수체에 혈액이 가지 않아 망가지는 시한(Sheehan) 신드롬이 흔하다. 출산 후 모유 수유를 못할 정도로 젖이 나오지 않으면 뇌하수체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위장 운동 기능을 늘리는 약을 먹으면 반대로 프로락틴이 늘어날 수 있다. 갑자기 젖이 나오고 생리를 하지 않는 증상을 호소한다. 남성은 발기부전이 생긴다. 약물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나아진다.
간단한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로 호르몬이 제대로 나오는지 확인할 수 있다. 종양이 있다면 종양을 떼어내고 호르몬이 부족하면 보충하는 치료를 한다. 이때 연령과 성별에 맞는 호르몬 수치를 파악하고 적절한 양의 호르몬을 투여하는 게 중요하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