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투자 동반추락하는데…경제 떠받쳐온 반도체마저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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景氣 17년 만에 최악국내 경기가 둔화를 넘어 완연한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달엔 생산과 투자가 동반 감소한 가운데 경기를 이끌어오던 반도체 호조세마저 꺾인 모습이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는 8개월 연속 하락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2009년 수준까지 떨어졌다.
통계청, 11월 산업활동 동향…경기동행지수 8개월째 하락
반도체 출하 16.3% 감소…10년 만에 최대폭↓
가동률 떨어지고 재고 쌓여…제조업, 불황 직면
통계청, 내년 상반기 '경기 하강' 공식 발표할 듯
앞으로의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도 6개월 연속 떨어져 마찬가지로 2009년 수준까지 내려갔다. 통계청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전환했음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반도체마저 둔화세 뚜렷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1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全) 산업생산은 10월 대비 0.7% 감소했다. 산업생산은 9월 1.4% 감소한 뒤 10월에 0.8% 늘며 반등했지만 지난달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업종별로는 정부가 세금을 들인 공공행정만 0.2% 늘었을 뿐 광공업(-1.7%), 서비스업(-0.2%), 건설업(-0.9%) 등에서 모조리 감소했다.광공업생산 감소는 제조업에서 1.9%가 빠진 탓이 컸다. 특히 반도체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전월 대비 반도체 생산은 7~9월 석 달 연속 감소하다 10월 1.6% 증가했지만 지난달 다시 5.2% 감소로 돌아섰다. 반도체 출하는 전월 대비 16.3%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18.0%)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반도체 생산은 호조세가 꺾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생산이 감소하면서 제조업 가동률은 떨어지고, 재고가 쌓이는 모습이다. 불황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10월 73.8%에서 11월 72.7%로 하락했고, 출하 대비 재고비율은 같은 기간 107.7%에서 112.3%로 올랐다.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5.1% 감소했다. 6월에 7.1% 줄어든 뒤 5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설비투자는 3월부터 6개월 연속 뒷걸음질치다 9월(+3.0%)과 10월(+2.2%) 증가했지만 지난달 다시 감소세로 전환했다. 반도체 제조장비 등 기계류와 승용차 등 운송장비 투자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건설기성(공사 실적)도 0.9% 줄었다. 4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경기 바닥 향해 간다”
생산, 건설기성 등이 감소하면서 현재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8개월 연속 하락해 지난달 98.2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2009년 5월(97.9) 이후 최저 수준이다. 앞으로 경기 국면을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6개월 연속 하락했다. 11월엔 98.6을 나타냈다. 역시 2009년 4월(98.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동행지수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6개월째 동반 하락한 것은 2004년 5~10월 이후 처음이다.
통계청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6개월 연속 하락하는 것을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진입하는 근거 중 하나로 보고 이후 경기전환점(정점~저점)을 설정해왔다. 현재는 2013년 3월을 경기 저점으로 설정한 2016년 6월이 마지막 판단이다.통계청은 내년 3월 발표되는 국내총생산(GDP) 등 지표를 분석해 경기 전환점 설정을 위한 전문가 자문회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작년 2분기 언저리가 경기 정점으로 추정된다”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절차를 거쳐 공식적으로 경기 하강 판단을 하겠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산업활동 동향에 대해 “대내외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경제 역동성·포용성 강화를 위해 총력 대응하겠다”는 원론적 방침만 내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임시방편적 대책 대신 근본적인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그동안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 증가세를 이끌었는데 앞으로 전체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며 “경기가 바닥을 향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구조개혁을 통해 위기대응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