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영업자·경비원·저신용자 벼랑 내모는 '약자 보호정책'

새해를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아파트 경비원 해고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높은 최저임금 인상이 강행되자 입주자들이 경비원 감축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경비원 해고 바람은 불황의 골이 상대적으로 깊은 지방에서 더 뚜렷하다. 울산의 한 아파트는 경비원 30명 중 22명을 내년 1월1일부로 해고하기로 결정했다. 근무시간을 줄여 임금을 깎는 사례도 줄을 잇고 있다. 부산 한 대형아파트는 하루 근무시간을 두 시간 넘게 단축해 경비원 급여를 월 185만원에서 110만원으로 낮췄다. 경비 공백은 무인 ‘통합경비시스템’ 구축으로 메우기로 했다.아파트만이 아니다. 기업 경영자들도 구조조정을 통한 최저임금 대응에 나섰다. 경비원을 파견하는 용역회사들은 경력자를 신입직원으로 대체하고, 고용계약을 1년 미만으로 해 퇴직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인건비 통제를 모색하고 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알바 쪼개기’ 방식도 확산되고 있다. 근로시간이 주당 15시간을 넘으면 하루치 임금을 더 쳐줘야 하는 ‘주휴수당’ 부담을 피해 가기 위한 편법이다. 저임금 근로자를 위한다는 ‘친노동’ 정책이 오히려 해고와 소득 감소를 부르는 또 하나의 전형적 사례다.

빗나간 정책의 부작용은 통계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9월 말 현재 1분위 가구(최하위 20%) 취업자가 1년 전보다 16.8% 급감한 게 대표적이다. 1분위 근로자의 상용직 비중도 7.2%포인트(23.2%→16.0%) 낮아졌다. 대신 일용직 비중은 5.6%포인트(12.4%→18.0%) 급증했다. 해고의 칼바람을 피한 근로자들도 ‘고용 질’ 저하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연초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를 연 27.9%에서 24.0%로 낮춘 뒤 ‘저신용자 대출’이 오히려 감소한 데서도 ‘엇박자 정책’의 폐해가 드러난다. 대부업체와 저축은행이 대출 심사를 강화하며 부실 방지에 치중한 탓이다. 서민경제의 한 축인 자영업의 위기는 약자들의 수난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올해 평균 매출이 10% 넘게 줄고,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100만 명을 처음 돌파할 것이란 분석까지 나왔다. “기댈 언덕 하나 없고, 힘없는 우리가 뭘 어쩌겠느냐”는 해고 아파트 경비원의 탄식에 정부는 어떤 답변을 내놓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