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盧 마지막 비서관 자랑스러워…불법공모 상상 못해"

10분간 최후진술…"드루킹 요구 실현된 것 없어, 특검 얘기 앞뒤 안 맞아"
"'킹크랩 시연 후 100만원' 조사 제대로 안해…검사에 따지자 머뭇거려"
'드루킹' 김동원 씨 일당과 공모해 불법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로 징역 5년을 구형받은 김경수 경남지사는 자신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임을 거론하며, 자신의 혐의에 대해 "상식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김 지사는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재판에서 10분간 최후진술을 했다.

미리 준비해온 종이를 책상 위에 올려둔 채 피고인석에 선 그는 시종일관 차분하고 단호한 말투로 재판부와 허익범 특별검사팀 측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국민과 경남도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말문을 연 김 지사는 "김동원 씨와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 일부 회원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들의 요구들은 당연히 관철되었어야 하지만, 어느 것도 실현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사건의 본질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인사 추천이 무산되니까 그에 대해서 불만을 품고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반발했던 일부 온라인 지지자들의 일탈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는 "그런 일이 있기 전까지 저에게 경공모는 적극적이고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온라인 지지모임이었고, 정치인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를 갖고 성실하게 대해줬다"며 "이는 정치인의 숙명 같은 것으로, 다시 그때와 같은 상황이 온다 해도 똑같이 대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저의 선의를 악용하고 조직 장악을 위해서 활용했다"며 "미리 이를 알아보지 못한 것이 잘못이라면 정치적 책임을 온전히 감당하겠지만, 불법적 방법을 동원해 문재인 정부까지 공격한 저들의 불법적 행위에 대해선 진실을 밝히고 온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그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란 타이틀에 대해선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며 "제가 잘못되는 것은 노 전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게 되는 일이란 생각으로 매사에 조심하고 처신에 주의를 기울여왔다"고 말했다.

이어 "2012년 대선에서 국정원을 동원한 불법 댓글 사건으로 인해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인데, 두세 번 만난 사람과 불법을 공모하고 온라인에서 선거운동을 공모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지방선거를 도와달라며 인사 추천을 역제안했다는 특검 측 주장에 대해서도 "도움받을 생각이었으면 그들 요청을 당연히 들어줬어야 한다"며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일축했다.'대선 이후 드루킹 김동원씨에게 지방선거를 특정해서 지지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노무현 대통령 때 겪었던 시행착오가 너무 뼈아파서, 지지자들에게 대선이 끝나도 문재인 대통령이 성공할 수 있게 끝까지 함께 해달라는 얘기를 늘 입에 달고 살았다"며 "이것이 어떻게 제 지방선거를 도와달라는 얘기가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특검 측은 최종 의견을 밝히던 중 김 지사가 댓글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을 본 후 김씨 측에 100만원을 줬다는 부분을 거론하며 강한 의심이 든다고 언급한 부분도 따져 물었다.

김 지사는 "정말 강한 의심이 들 정도의 사안이라면 조사 과정에서 저에게 오히려 확인하고 조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씨와 대질조사 마지막에 제가 검사에게 왜 조사하지 않느냐며 확인을 요청했고, 검사는 이미 경찰에서 정리된 문제라며 머뭇거리면서 마지못해 김씨에게 질문한 것이 생생하다"고 떠올렸다.

김 지사는 발언을 마무리하면서 "누구보다도 이 사건의 진실이 하루빨리 밝혀지길 원한다"며 실체적 진실을 반드시 밝혀달라고 재판부에 거듭 요청했다.

김 지사의 말을 듣던 지지자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일부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재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온 김 지사는 "특검 도입을 제일 먼저 주장했고 특검을 통해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했는데, 저들의 일방적 주장만을 근거로 이 사건을 조사했다는 의혹을 떨칠 수가 없다"며 특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