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들킨 트럼프 '이라크 깜짝방문'…"트윗 중단도 단서"

SNS에 항로 등 노출…"백악관 보안전략 제대로 세워야" 지적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라크 '깜짝 방문'과 관련, 허술한 보안 문제를 놓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분쟁지역 방문이라는 특수성 등을 감안,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26일(현지시간) 현지 도착 때까지 이라크 방문을 비밀리에 붙였지만,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항로 등 비행 내용이 노출되는 등 철통 보안에 실패하면서다.

이에 더해 지난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폭풍 트윗'을 하던 트럼프 대통령의 SNS 활동이 갑자기 뚝 멈춘 것도 '대통령의 부재'에 대한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다.

CNN방송은 27일 "대통령의 이라크 비밀 방문이 그다지 비밀이 아닌 게 돼버렸다"며 소셜미디어 시대를 맞아 비밀경호국(SS)과 군은 앞으로 극도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전문가 견해를 소개했다.워싱턴포스트(WP)도 이번 이라크 방문과 관련, "백악관이 미리 발표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신호가 여러 단서에 의해 포착됨에 따라 작전상 보안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을 태운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이 영국 요크셔 상공을 날아가는 사진도 사진 공유사이트인 플리커(Flickr)에 올라오는 등 트럼프 대통령이 이라크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항공 애호가들(airplane buffs) 사이에서는 비행 내용이 노출된 상태였다.

항공 애호가들이 항로를 추적하면서 트위터로 그 내용이 실시간 공유되기도 했다는 것이다.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DC를 떠났다는 다른 징후들도 있었다며 백악관 공보실에 아무도 없었다는 점, 대통령의 일일 일정이 배포되지 않았다는 점,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동(웨스트윙)에 있을 때 보통 밖을 지키는 인력도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 등을 꼽았다.

WP는 무엇보다 평소답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SNS상의 부재'가 가장 큰 '힌트'가 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23일과 24일 각각 10회 이상, 크리스마스인 25일에는 2차례의 트윗을 올린 트럼프 대통령이 이라크 도착이 발표될 때까지 약 20시간 동안 트윗에서 '침묵'하면서다.일각에서는 백악관이 대통령의 이번 이라크 방문과 관련, 보다 보안에 신경을 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와 함께 '소셜미디어 시대'의 성격을 고려할 때 백악관이 앞으로는 식별하기 더 어려운 항공기를 이용하는 쪽으로 전략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고 WP는 덧붙였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라크행은 '깜짝 방문'일 예정이었으나 비밀이 오래가지 못했다"며 '극적 효과'가 반감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그 직전 4일간 수십 개의 글을 날렸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25일 밤 갑자기 멈췄고, 26일 트럼프 대통령의 자취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폴리티코는 전임 행정부들의 경우 대통령이 '분쟁지역'을 갈 때면 보안을 지키기 위한 극도의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트럼프 행정부 들어 보안 유지 노력이 더 어려워진 데는 비밀을 잘 못 지키는 트럼프 대통령 탓도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WP 인터뷰에서 "적절한 시기에 전투지역을 방문하려고 한다"고 '귀띔'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분쟁지역 방문 예고가 있고 나서 백악관 기자단 사이에서는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 트럼프 대통령이 마러라고에서 골프를 치고 있던 시간, 그가 분쟁지역으로 이미 떠났다는 엉뚱한 루머가 돌기도 했었다고 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이달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뒤 돌아오는 길에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을 들를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는 후문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라크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실 우리는 두어번 준비했었는데 사람들이 이를 알아내면서 보안상의 이유로 취소됐다"면서 그동안 수많은 종류의 비행기를 타봤지만 이번 비행은 그 어느 때와도 달랐다고 토로하기도 했다.백악관의 한 관계자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이라크 방문은 6주 이상 준비된 것이라고 밝혔다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