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 은행권, 5대 금융지주로 재편…리딩뱅크 경쟁 불 붙는다

사진=각사
내년 1월 우리금융지주 출범으로 금융권에 '5대 금융지주 시대'가 열린다. 각 금융지주·은행들은 인수·합병(M&A)과 조직 개편을 통해 경쟁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리딩뱅크 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8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지주사 전환을 위한 주식이전 계획서를 승인했다. 2014년 11월 민영화에 따른 지주사 해체 이후 4년 만의 부활이다. 우리은행은 내년 1월11일 은행을 포함한 자회사와 지주 간 주식이전을 거쳐 우리금융지주로 공식 출범한다.

◆KB금융, 리딩뱅크 수성…신한·우리, M&A로 몸집 불린다

우리금융지주 출범으로 금융권은 내년부터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금융지주사 체제로 재편된다. 업계 1위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 지주사 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는 상황이다.현재 리딩뱅크는 KB금융이 차지하고 있다. KB금융은 신한금융이 9년간 사수했던 리딩뱅크 자리를 지난해 탈환했다. 올해도 지주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거두며 2년 연속 왕좌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KB금융은 올 3분기 누적 순이익 2조8688억원, 신한금융은 2조6434억원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1조9043억원, 하나금융은 1조8921억원, NH금융 1조771억원이다.

신한금융은 올해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아시아부동산신탁을 인수하며 리딩뱅크 재탈환에 나섰다. 두 회사가 내년에 신한금융의 자회사로 편입되면 KB금융의 실적을 추월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출범을 앞둔 우리금융은 이미 금융권 M&A의 큰 손으로 불리고 있다. 은행에 편중된 그룹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보험사, 증권사, 저축은행 등 인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짙다.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겸직하는 손태승 우리은행장도 M&A를 통해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손 행장은 "(지주체제로 전환하면) 상대적으로 은행에 집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방면으로 확대하고,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A를 대비해 이미 상표권도 출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7월 특허청에 우리부동산신탁사, 우리생명·손해·재보험, 우리저축은행, 우리투자증권, 우리리츠운용 등 상표권을 새로이 출원했다.◆디지털 역량 강화…조직 개편으로 힘 실어

금융지주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디지털 혁신에 방점을 찍고 조직 개편에 나섰다. 금융시장이 디지털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KB금융은 지난 27일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디지털 혁신부문을 신설해 지주 내 디지털·정보기술(IT)·데이터 부문을 총괄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디티(Digital Transformation)전략'을 전 그룹 차원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허인 국민은행장이 디지털혁신부문장을 맡았다.

하나금융도 디지털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날 조직을 개편했다. 정보통신기술(ICT)그룹·업무프로세스혁신본부의 권길주 전무를 이노베이션·ICT그룹 겸 업무프로세스혁신본부 부행장으로 승진시켰다. 디지털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 가능한 인재를 전면 배치했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내부통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내부통제혁신단도 신설했다.

농협금융은 이달 초 인사에서 손병환 농협미래경영연구소장을 농협금융 상무로 선임했다. 손 소장은 농협은행에서 NH핀테크혁신센터 소장을 지내며 핀테크 업무를 전담했던 핵심인물로 농협금융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농협은행은 디지털 금융부문 내 부서별 업무역할을 재정립하기 위해 디지털전략부, 스마트금융부, 올원뱅크사업부로 되어있던 조직을 디지털전략부, 디지털채널부, 디지털마케팅부로 재편했다. 디지털금융부문의 독립성을 강화해 부문장에게 인사, 예산 등 조정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신한금융지주를 필두로 금융권에 M&A 바람이 거세게 불었지만 내년에는 더 많은 금융지주사가 M&A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KB금융이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M&A나 디지털뱅킹으로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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