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락의 실리콘밸리 통신] 2018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키워드는… 엑소더스, 온디맨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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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물가에 스타트업 ‘탈(脫)실리콘밸리’ 가속화미국 실리콘밸리는 공유경제, 자율주행자동차 등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이 개발된 4차 산업혁명의 심장이다. 우버, 에어비앤비 등 굵직굵직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탄생한 글로벌 스타트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피닉스, 뉴욕 등 새로운 스타트업 도시 부상
구독경제, 온디맨드 스타트업은 증가 추세
실리콘밸리를 하나의 국가로 간주하면 경제 규모는 세계 19번째다. 스위스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웃도는 수준이다. 자본과 인재가 풍부하고, 기후도 온화해 정보기술(IT) 기업에 최적화된 입지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①실리콘밸리 엑소더스(대탈출)?
그러나 올 하반기부터 실리콘밸리가 전성기의 끝자락에 다다랐다는 분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혁신적 기술 개발을 꿈꿨던 스타트업들이 하나둘씩 실리콘밸리를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새너제이까지 이어지는 실리콘밸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생활비(물가)가 문제로 꼽힌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실리콘밸리는 거라지(garage·차고) 창업으로 유명했지만 이제는 그 차고조차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데 어떻게 스타트업을 세우겠느냐”고 지적했다.
스타트업이 파고들 틈이 없는 것도 문제다. 알파벳(구글 모회사), 애플, 페이스북, 넷플릭스, 테슬라 등 거대 기업의 그늘에 가려 자본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주요 대기업들은 연봉 수준도 매우 높아 스타트업이 상대적으로 인재를 끌어오기도 힘들다.실리콘밸리가 매력을 잃어가면서 피닉스(애리조나주), 뉴욕 등 다른 도시들이 새로운 스타트업 중심지로 주목받고 있다. 피닉스는 우버, 웨이모(구글의 자율주행차 부문) 등 자율주행차 실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지역이다. 맛집 정보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옐프도 최근 피닉스에 제2의 사무실을 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피닉스의 다운타운 한복판에는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클러스터(산업집적지)가 형성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피닉스는 세금, 에너지 비용 등이 샌프란시스코보다 25% 이상 저렴하고, 집값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싸다.
②확산되는 구독 경제
어려운 사업 환경 속에서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는 이어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김보경 연구원)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넷플릭스처럼 월정액에 기반한 정기구독 서비스로 무장한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소비 패러다임이 ‘소유’에서 ‘사용(공유)’ 중심으로 바뀌고 있어서다.의료 스타트업 포워드(Forward)는 월정액 149달러로 무제한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용자는 진료 뒤에도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제공받아 건강 관련 상담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다. 포워드는 구글, 페이스북, 우버 등에서 근무한 개발자들이 지난해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펠로톤(Peloton)은 실내 자전거라는 전통적 기구에 넷플릭스식 모델을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로 주목받고 있다. 약 2000달러짜리 실내 자전거를 구매하고 월 39달러를 추가로 내면 자전거에 부착된 스크린으로 약 4000개의 동영상 수업을 시청할 수 있다. 기존 피트니스 멤버십보다 효율적이고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1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모았다.
③온디맨드 서비스도 활발
소비자와 공급자를 연결해주는 온디맨드 모델도 확산 중이다. 전기스쿠터, 반려동물, 세탁 등 다양한 서비스로 퍼지고 있다. 버드(Bird), 라임(Lime), 스킵(Skip), 스쿠트(Scoot), 스핀(Spin) 등은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떠오르는 전기스쿠터 스타트업들이다. 이들 전기스쿠터는 시민들의 ‘라스트 마일’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한 뒤 최종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마지막 단계를 전기스쿠터가 채워줄 수 있다는 뜻이다. 반려동물 온디맨드 스타트업 로버(Rover)는 펫시터(pet sitter·반려동물 돌보미)라는 새로운 프리랜서 직업군을 연결해주는 비즈니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용자가 앱을 통해 서비스를 요청하면 펫시터가 요구에 따라 반려동물을 돌보고 일정액을 받는다.
실리콘밸리 온디맨드 세탁 스타트업 린스(Rinse)는 세탁시설을 갖추지 않은 채 기존 세탁소 시설을 활용해 서비스하고 있다. 고객이 앱을 통해 세탁물 수거를 요청하면 린스가 위치와 수량에 따라 세탁업체에 분배하는 방식이다. 업체들은 세탁물을 처리한 뒤 린스 창고로 다시 보내고, 이후 린스가 가정으로 배송해 준다.
실리콘밸리=안정락 특파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