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카본 조문수 회장 "올해 3600억 수주 비결은 불도그 같은 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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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선 보랭자재 국산화한 한국카본 조문수 회장“우리는 남들이 어려워하는 분야에 도전합니다. 그래서 연구개발에서도 불도그처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정신으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독창력 기반한 끈질긴 연구로 새로운 소재 개발 성공
항공기용 탄소섬유도 양산 준비
조문수 한국카본 회장(60)의 말이다. 올해로 대표에 오른 지 10년이 된 그는 “올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용 보랭자재 수주액이 3632억원에 달해 작년의 아홉 배에 달했다”며 악착같이 연구개발을 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보랭자재 수주액은 이 회사의 작년 전체 매출(2390억원)의 1.5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조 회장은 “올해 수주분 중 상당 부분이 내년 매출로 연결될 것으로 보이며 이후에도 전망은 밝다”고 했다.한국카본은 1984년 설립돼 역사가 34년이나 된다. 하지만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소비재가 아니라 복합소재로 중간재를 만들어 기업에 납품하기 때문이다.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이나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GFRP)과 같이 두 가지 이상의 재질을 합쳐 만든 소재가 복합소재다. 이 회사의 대표 제품은 LNG선 보랭자재와 자동차·항공기·풍력발전·건축·스포츠레저용 탄소섬유 및 유리섬유 복합소재 제품이다.
올해 한국카본이 대량 수주할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기술개발 덕분이다. 조 회장은 “LNG선은 일반 화물선과 달리 단열기술이 중요하다”며 “LNG를 영하 163도로 액화시키면 부피가 600분의 1로 줄어들어 많은 양을 운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두꺼운 보랭재를 둘러 외부 열을 차단하고 초저온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원래 LNG선 기술은 일본의 독점 분야였고 한국카본은 2001년 이 사업에 진출했다.그는 “보랭재에서 가장 중요한 강화 폴리우레탄폼과 딱딱한 2차방벽 부품인 RSB(rigid secondary barrier)의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며 “RSB는 세계에서 한국카본만 제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2012년에는 프랑스 기업이 독점 공급하던 유연한 2차방벽 부품인 FSB(flexible secondary barrier)도 국산화했다.
국산화로 원가 절감이 가능해지자 한때 조선사들로부터 주문이 몰려 매출이 늘기도 했지만 최근 조선업 불황 여파로 실적이 몇 년간 좋지 않았다. 매출은 2013년 2408억원에서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했다. 작년 매출은 2013년 수준을 밑돌았다. 올 들어 9월 말까지 매출도 162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1.4% 줄었다. 올해 수주가 매출에 반영되는 내년부터는 급속히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게 조 회장의 설명이다.
조 회장은 동국대 화공과를 나와 1983년 말 한국화이바 기획실장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한국카본은 1984년 그의 부친인 조용준 한국화이바 회장(88)이 설립했다. 조문수 회장은 1990년 한국화이바 사장을 거쳐 2008년 한국카본 사장으로 임명됐다. 조 회장은 주제품인 LNG 관련사업을 키우면서 미래 먹거리로서 자동차 및 항공기용 소재 사업에도 도전하고 있다.그는 “남과 다른 생각을 갖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독창력(獨創力)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카본 연구소는 밀양과 서울에 있으며 50명의 연구인력이 근무 중이다. 이는 전체 직원의 약 10%에 이른다. 이 중 석·박사가 18명이다. 이들은 건축자재·자동차·항공기·풍력발전용 탄소섬유 및 유리섬유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조 회장은 “앞으로 상용화되는 자동차나 항공용 탄소섬유 소재 제품도 기존 제품과는 차별화된 제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분야의 경우 PCM(press compression molding) 공법을 사용하는 고속경화 탄소섬유 프리프레그를 개발했다. 성형시간을 기존 3분에서 75초로 단축했고 2020년께에는 양산차량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항공 분야 인테리어 패널 소재는 조만간 글로벌 항공기 제조사의 소재규격 인증을 획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0년 6월까지 탄소섬유 및 유리섬유 소재에 대한 모든 인증을 획득한 뒤 2021년께 양산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