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FTA 발효…韓 '통상 외톨이' 되나

11개국 참여 CPTPP 30일 발효

공산품 99.8% 등 관세 철폐
시장개방으로 日·호주 등 유리

정부, 신중히 가입 검토 중
"사실상 한·일 FTA라 부담"
일각선 "새 통상질서 낙오 위험"
일본과 캐나다, 호주 등 11개 국가가 참여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30일 발효됐다. 회원국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세계 GDP의 13%로 현재 가동 중인 다자간 무역협정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이미 CPTPP 회원국 상당수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어 당장 국내 무역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세계 통상 흐름에 뒤처지는 ‘외톨이’가 될지 모른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다음달 CPTPP 추가 가입 조건이 정해지는 것을 보고 각계 의견 수렴을 거쳐 참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국내 영향, 당장은 크지 않을 듯
CPTPP는 일본, 캐나다, 호주, 멕시코,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칠레, 페루, 뉴질랜드, 브루나이 등 11개국이 참여한 다자간 FTA다. 당초 미국도 참여하려 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탈퇴했다. 규모도 크지만 시장 개방 수준도 높다. 회원국 간 공산품은 99.8% 이상, 농산물은 95% 이상이 관세를 철폐한다. 일례로 일본이 수입 포도에 매기던 관세가 발효 즉시 없어지고 6.1%인 캐나다의 자동차 관세는 5년 뒤 0%가 된다. 전자상거래, 국영기업, 노동 환경 등 새로운 통상 이슈도 포함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CPTPP 발효로 GDP가 7조6000억엔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파급력이 큰 CPTPP지만 당장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한국은 11개국 중 일본 멕시코를 제외한 9개 국가와 FTA를 체결해 자유무역 효과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1위 경제대국 미국이 빠지면서 CPTPP의 영향력이 반감된 측면도 있다.통상 규범 진화에 홀로 뒤처질 위험도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유무형의 손해가 커질 것이란 의견이 많다. 우선 한국이 최근 무역을 확대하려 하는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영향력이 축소될 우려가 있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는 한국과 체결한 FTA보다 CPTPP의 시장 개방 수준이 높다. 일본, 호주 등 경쟁국이 우리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게 된 것이다.

세계 통상 흐름에 뒤처질 우려도 크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CPTPP는 국가 간 자유로운 전자정보 이동을 보장하고 금융 서비스, 외국 자본 투자 규제를 완화하는 등 새로운 통상 규범이 상당수 담겼다”며 “이런 규정들은 4차 산업혁명 기술 발전을 촉진할 텐데 한국만 소외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정부도 이런 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당장 CPTPP에 가입하기엔 검토해야 할 사항이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일 시장 개방에 따른 손실 우려가 그중 하나다. CPTPP 가입은 사실상 일본과 FTA를 체결하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일본은 상당수 공산품의 관세가 이미 0%여서 CPTPP 가입 때 우리만 일방적으로 시장을 개방하는 결과가 빚어진다. 특히 자동차산업은 현재 8%인 관세를 낮춰주면 일본 차의 국내 시장 잠식이 확대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CPTPP 가입 여부는 회원국들이 추가 가입 절차를 확정하는 것을 보고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PTPP 가입 희망국을 위한 추가 가입 절차는 다음달 말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