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2018 골프, 골프人…북 치고 장구 친 두 호랑이 형제에 골프계 '好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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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황제가 부활했고, 낚시꾼 스윙이 떴다. 타이거 우즈(미국)와 최호성(45)이다. 두 ‘호랑이’는 뜻밖의 활약으로 골프계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버바 왓슨(미국), 미셸 위(미국), 양용은(46) 같은 노장들이 거푸 우승컵을 들어올리는가 하면 400야드를 펑펑 날리는 초대형 슈퍼루키(캐머런 챔프)가 탄생하는 등 ‘신구 조화’가 눈부셨다. 2018 골프계를 ‘스토리 천국’으로 장식한 일들이다.
황제가 왔다그의 부활을 확신하는 이는 드물었다. 네 번의 허리 수술로 노쇠해진 몸은 보장해줄 게 없었다. 무뎌진 멘탈이 입스(yips)로 번진 적도 있던 터였다. 모든 비관을 깨고 우즈는 기적을 이뤄냈다. 그것도 2018년 마지막 정규대회 투어챔피언십에서 5년 만에 통산 80승 고지를 밟는 드라마를 쓴 것이다.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시리즈 마지막 대회였던 투어챔피언십은 시즌 최강자 30명만 출전하는 ‘별들의 전쟁’. 우즈는 가장 험난한 전장(戰場)에서 가장 빛나는 ‘대관식’을 연출해 극적 감동을 배가시켰다. 수천 명의 갤러리는 우즈와 함께 포효하고 울었다. 티켓이 동나고 시청률이 두 배로 뛰어올랐으며 우즈가 쓴 클럽과 공 같은 ‘타이거 굿즈(goods)’가 불티나게 팔리는 등 골프계는 올해 그 어느 때보다 기분 좋은 ‘우즈 효과’를 만끽했다.
즐거운 개성2018년 한 해는 개성 넘치는 스타가 대거 쏟아지며 팬들을 즐겁게 했다. 중견 골퍼 최호성의 ‘낚시꾼 스윙’은 올해를 풍미한 ‘펀 골프’의 대표 아이콘으로 떴다. 피니시를 잡지 않고 빙그르르 돌면서 끝을 맺는 그의 독특하고도 우스꽝스러운 스윙은 ‘적지 않은 나이에 젊은 친구들과 경쟁해야 했던 중년의 골퍼가 비거리를 짜내기 위해 고안해낸 생계형 타법’이었다. 하지만 골프 스윙엔 정답이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우며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비정석, 비주류 스윙의 대표주자인 최호성이 5년8개월 만에 일본 투어(JGTO) 통산 2승을 거머쥐자 골프계에선 ‘따라하기 열풍’까지 불었다. 급기야 “2019년 마스터스 대회에 최호성을 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K골프' 신기록 랠리
‘K골프 랠리’는 올해도 이어졌다. 박성현(3승)이 이끈 미국 투어(LPGA)에서 9승을, 일본 투어에서 17승(여자 15승, 남자 2승)을 합작했다. 애니 박(박보선)은 지난 6월 숍라이트클래식을 제패해 한국(계) LPGA투어 200승의 주인공이 됐다. 4년 연속 신인왕 계보(김세영-전인지-박성현-고진영)도 이었다. 유럽 투어에서 1승도 올리지 못한 건 흠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 외의 투어에선 각종 대기록을 쏟아내며 K골프의 힘을 다시 각인시켰다. LPGA투어 사상 최다 언더파 기록을 갈아치운 김세영(25)이 대표적이다. 그는 7월 손베리크리크 대회에서 2001년 안니카 소렌스탐이 기록한 27언더파를 4타나 줄인 31언더파로 우승했다. 2003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어니 엘스(남아프리카공화국)가 세운 31언더파와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김세영은 또 72홀 257타를 기록해 2004년 카렌 스터플스(미국)가 세운 LPGA 최저타 기록(258타·22언더파)을 1타 경신했다.
이와 함께 고진영(23)은 지난 2월 호주오픈에서 신인으로는 67년 만에 개막전 우승을 차지해 골프계의 주목을 받았다. 일본에선 안선주가 시즌 5승, 통산 28승을 올려 한국인 일본 투어 개인통산 최다승을 깼고 신지애는 일본 투어 사상 첫 한 시즌 메이저 3승을 달성해 한 차원 높은 K골프의 수준을 과시했다.
괴물의 탄생PGA투어는 2018~2019시즌 새로운 ‘장타 괴물’의 탄생에 반색했다. ‘슈퍼루키’ 캐머런 챔프다. 나오자마자 2개 대회 만에 우승(샌더슨팜스챔피언십)하더니 장타본색에 불이 붙었다. 그의 비거리는 군계일학이다. 이번 시즌 평균 335야드다. 평균 비거리 330야드를 넘긴 것은 PGA투어에서 그가 처음이다. 그의 헤드 스피드는 PGA투어 사상 최고인 평균 130.23마일을 찍었다. 한마디로 ‘꿈의 스피드’다. 이뿐만 아니라 이 스윙으로 때려낸 볼 스피드도 시즌 193.37마일을 찍어 투어 사상 처음으로 190마일 영역대에 진입했다. 장타공식 ‘130(헤드 스피드)-190(볼 스피드)’ 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것이다.
'태풍의 눈' 쭈타누깐 자매
K골프가 꽃길만 걸은 건 아니다. 강력한 ‘태풍(泰風)’이 새 대항마로 떠오른 탓이다. 올해 태국은 LPGA 시즌 5승을 올려 한국과 미국의 9승에 이어 다승부문 2위 국가에 올랐다. 에리야 쭈타누깐(3승)과 모리야 쭈타누깐(1승) 자매가 4승, 티다파 수완나푸라가 깜짝 우승으로 1승을 보탰다. 특히 동생 에리야는 상금왕, 올해의 선수상, 최다 톱10 진입, CME글로브포인트, 평균 타수 등 주요 부문에서 사상 처음으로 전관왕에 올라 쭈타누깐 천하를 완성했다.
골프는 규칙이다
지난해 ‘렉시 톰슨 4벌타 사건’에는 못 미쳤지만 올해처럼 골프 규칙 위반 사례가 많았던 해도 드물다. 톰슨은 올해에도 잡음을 일으켰다. 2월 혼다LPGA타일랜드에서는 움직일 수 없는 광고판을 멋대로 움직였다가 2벌타를, 멘탈 휴식까지 마친 8월에는 인디우먼인테크챔피언십에서 페어웨이에 놓인 공을 집어들었다가 1벌타를 받았다.
어이없는 실격 사건도 발생했다. LPGA투어 퀄리파잉 시리즈에 출전한 첸 도리스(미국)의 어머니는 딸이 OB(아웃오브바운즈) 구역에 공을 떨구자 발로 공을 인바운즈 지역으로 차 넣었다가 지역 주민의 제보로 들통이 났다.한국 선수가 연루된 규칙 위반 이슈도 유독 많았다. 강성훈(31)은 7월 퀴큰론스내셔널 대회에 출전했다가 해저드 구역으로 공이 진입한 지점을 사실과 달리 적용했다는 ‘속임수 논쟁’의 한복판에 서야 했다. 김시우(23)는 4월 RBC헤리티지 대회 때 프린지에 있는 모래를 손으로 치웠다가 2벌타를 받는 수모를 당했다. 이뿐만 아니라 코리안투어 상금왕 박상현(35)은 지난달 열린 아시안투어 홍콩오픈에서 스윙지역 개선과 이 결과를 스코어카드에 표시하지 않아 실격당했고, 박효원(31)도 같은 대회에서 뿌리가 있는 식물을 제거했다는 이유로 2벌타를 받아 체면을 구겼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황제가 왔다그의 부활을 확신하는 이는 드물었다. 네 번의 허리 수술로 노쇠해진 몸은 보장해줄 게 없었다. 무뎌진 멘탈이 입스(yips)로 번진 적도 있던 터였다. 모든 비관을 깨고 우즈는 기적을 이뤄냈다. 그것도 2018년 마지막 정규대회 투어챔피언십에서 5년 만에 통산 80승 고지를 밟는 드라마를 쓴 것이다.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시리즈 마지막 대회였던 투어챔피언십은 시즌 최강자 30명만 출전하는 ‘별들의 전쟁’. 우즈는 가장 험난한 전장(戰場)에서 가장 빛나는 ‘대관식’을 연출해 극적 감동을 배가시켰다. 수천 명의 갤러리는 우즈와 함께 포효하고 울었다. 티켓이 동나고 시청률이 두 배로 뛰어올랐으며 우즈가 쓴 클럽과 공 같은 ‘타이거 굿즈(goods)’가 불티나게 팔리는 등 골프계는 올해 그 어느 때보다 기분 좋은 ‘우즈 효과’를 만끽했다.
즐거운 개성2018년 한 해는 개성 넘치는 스타가 대거 쏟아지며 팬들을 즐겁게 했다. 중견 골퍼 최호성의 ‘낚시꾼 스윙’은 올해를 풍미한 ‘펀 골프’의 대표 아이콘으로 떴다. 피니시를 잡지 않고 빙그르르 돌면서 끝을 맺는 그의 독특하고도 우스꽝스러운 스윙은 ‘적지 않은 나이에 젊은 친구들과 경쟁해야 했던 중년의 골퍼가 비거리를 짜내기 위해 고안해낸 생계형 타법’이었다. 하지만 골프 스윙엔 정답이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우며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비정석, 비주류 스윙의 대표주자인 최호성이 5년8개월 만에 일본 투어(JGTO) 통산 2승을 거머쥐자 골프계에선 ‘따라하기 열풍’까지 불었다. 급기야 “2019년 마스터스 대회에 최호성을 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K골프' 신기록 랠리
‘K골프 랠리’는 올해도 이어졌다. 박성현(3승)이 이끈 미국 투어(LPGA)에서 9승을, 일본 투어에서 17승(여자 15승, 남자 2승)을 합작했다. 애니 박(박보선)은 지난 6월 숍라이트클래식을 제패해 한국(계) LPGA투어 200승의 주인공이 됐다. 4년 연속 신인왕 계보(김세영-전인지-박성현-고진영)도 이었다. 유럽 투어에서 1승도 올리지 못한 건 흠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 외의 투어에선 각종 대기록을 쏟아내며 K골프의 힘을 다시 각인시켰다. LPGA투어 사상 최다 언더파 기록을 갈아치운 김세영(25)이 대표적이다. 그는 7월 손베리크리크 대회에서 2001년 안니카 소렌스탐이 기록한 27언더파를 4타나 줄인 31언더파로 우승했다. 2003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어니 엘스(남아프리카공화국)가 세운 31언더파와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김세영은 또 72홀 257타를 기록해 2004년 카렌 스터플스(미국)가 세운 LPGA 최저타 기록(258타·22언더파)을 1타 경신했다.
이와 함께 고진영(23)은 지난 2월 호주오픈에서 신인으로는 67년 만에 개막전 우승을 차지해 골프계의 주목을 받았다. 일본에선 안선주가 시즌 5승, 통산 28승을 올려 한국인 일본 투어 개인통산 최다승을 깼고 신지애는 일본 투어 사상 첫 한 시즌 메이저 3승을 달성해 한 차원 높은 K골프의 수준을 과시했다.
괴물의 탄생PGA투어는 2018~2019시즌 새로운 ‘장타 괴물’의 탄생에 반색했다. ‘슈퍼루키’ 캐머런 챔프다. 나오자마자 2개 대회 만에 우승(샌더슨팜스챔피언십)하더니 장타본색에 불이 붙었다. 그의 비거리는 군계일학이다. 이번 시즌 평균 335야드다. 평균 비거리 330야드를 넘긴 것은 PGA투어에서 그가 처음이다. 그의 헤드 스피드는 PGA투어 사상 최고인 평균 130.23마일을 찍었다. 한마디로 ‘꿈의 스피드’다. 이뿐만 아니라 이 스윙으로 때려낸 볼 스피드도 시즌 193.37마일을 찍어 투어 사상 처음으로 190마일 영역대에 진입했다. 장타공식 ‘130(헤드 스피드)-190(볼 스피드)’ 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것이다.
'태풍의 눈' 쭈타누깐 자매
K골프가 꽃길만 걸은 건 아니다. 강력한 ‘태풍(泰風)’이 새 대항마로 떠오른 탓이다. 올해 태국은 LPGA 시즌 5승을 올려 한국과 미국의 9승에 이어 다승부문 2위 국가에 올랐다. 에리야 쭈타누깐(3승)과 모리야 쭈타누깐(1승) 자매가 4승, 티다파 수완나푸라가 깜짝 우승으로 1승을 보탰다. 특히 동생 에리야는 상금왕, 올해의 선수상, 최다 톱10 진입, CME글로브포인트, 평균 타수 등 주요 부문에서 사상 처음으로 전관왕에 올라 쭈타누깐 천하를 완성했다.
골프는 규칙이다
지난해 ‘렉시 톰슨 4벌타 사건’에는 못 미쳤지만 올해처럼 골프 규칙 위반 사례가 많았던 해도 드물다. 톰슨은 올해에도 잡음을 일으켰다. 2월 혼다LPGA타일랜드에서는 움직일 수 없는 광고판을 멋대로 움직였다가 2벌타를, 멘탈 휴식까지 마친 8월에는 인디우먼인테크챔피언십에서 페어웨이에 놓인 공을 집어들었다가 1벌타를 받았다.
어이없는 실격 사건도 발생했다. LPGA투어 퀄리파잉 시리즈에 출전한 첸 도리스(미국)의 어머니는 딸이 OB(아웃오브바운즈) 구역에 공을 떨구자 발로 공을 인바운즈 지역으로 차 넣었다가 지역 주민의 제보로 들통이 났다.한국 선수가 연루된 규칙 위반 이슈도 유독 많았다. 강성훈(31)은 7월 퀴큰론스내셔널 대회에 출전했다가 해저드 구역으로 공이 진입한 지점을 사실과 달리 적용했다는 ‘속임수 논쟁’의 한복판에 서야 했다. 김시우(23)는 4월 RBC헤리티지 대회 때 프린지에 있는 모래를 손으로 치웠다가 2벌타를 받는 수모를 당했다. 이뿐만 아니라 코리안투어 상금왕 박상현(35)은 지난달 열린 아시안투어 홍콩오픈에서 스윙지역 개선과 이 결과를 스코어카드에 표시하지 않아 실격당했고, 박효원(31)도 같은 대회에서 뿌리가 있는 식물을 제거했다는 이유로 2벌타를 받아 체면을 구겼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