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 10년 만에 최악…브라질·인도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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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가지수 10개 중 9개 하락주요국 주가지수 90%가량이 전년 대비 하락세로 올해를 마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최악의 성적표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정책에 따른 유동성 감소, 미·중 무역전쟁,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 등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것이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에 걸쳐 주가가 하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27일 기준으로 집계한 세계 주요 증시 시가총액은 68조9402억달러(약 7경7000조원)로 지난해 12월31일보다 12조3194억달러(약 1경3700조원·15.2%) 감소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정한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1조6600억달러의 7.4배에 달하는 액수가 허공으로 사라진 것이다. 조사 대상 91개 주가지수 중 80개가 작년 말보다 하락했다. 43개 지수는 10% 이상 하락했고, 이 중 7개는 20% 이상 떨어졌다.
중국 증시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28일 2493.90으로 마감해 작년 말 대비 24.6% 급락했다. 올해 상하이종합지수보다 많이 하락한 지수는 두바이 금융시장 일반지수와 그리스 아테네증시 일반지수 두 개뿐이다.
중국 증시 시총은 5조3570억달러로 1년 만에 2조3669억달러 줄었다. 지난해 1조2000억달러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가별 시총 순위에서도 일본에 밀리면서 4년 만에 2위에서 3위로 내려앉았다. 일본 증시 시총은 지난해 말보다 9586억달러 감소한 5조3712억달러로 집계됐다.세계 최대인 미국 증시도 하락장을 피하지 못했다. 다우지수가 6.7% 하락하는 등 미 증시 시총은 1년 사이 3조30억달러 감소했다. 뉴욕 증시 주요 지수는 11월까지만 해도 전년 대비 상승세를 유지했으나 12월 급락했다.
유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불확실성까지 겹쳐 맥을 못 췄다. 영국의 대표 주가지수인 FTSE100지수는 12.4% 떨어졌다. 독일 DAX지수는 18.3%, 프랑스CAC지수는 12.9% 하락했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17.3% 내려 91개 지수 중 13번째로 높은 하락률을 보였다.
일부 신흥국 증시는 상승세를 보였다.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15.0% 상승했다. 친시장 정책을 내세운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당선으로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다. 저유가를 바탕으로 높은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인도 센섹스지수는 5.9% 올랐다.그러나 내년 Fed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달러 강세, 유가 변동 등 악재가 많아 상승세가 유지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