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사장 바꾸라는 靑 지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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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기재부 사무관 유튜브서 폭로민간기업인 KT&G 사장 선임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전직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주장이 나왔다.
기재부 "현황만 파악…개입 없었다"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은 30일 유튜브 개인방송을 통해 “청와대에서 KT&G 사장을 바꾸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기재부가 (이를 받아) KT&G 2대주주인 기업은행에 KT&G 주주총회에서 ‘사장 연임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내도록 했다”고 주장했다.신씨는 “이 과정에서 문건이 만들어졌으며, 지난 3월 (기재부) 차관 집무실 옆 부속실에서 문건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문건에는 ‘대외 주의, 차관 보고’라고 적혀 있었다고 했다.
그는 또 “문재인 정부는 민간기업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천명했음에도 이렇게 했다”며 “청와대 지시라고 내가 직접 들었다. 더군다나 당시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민간기업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을 모색해 보라는 지시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KT&G 사장은 외국인 주주들이 반대해 교체되지 않았다.
기재부는 문건에 대해 “KT&G 현황 파악을 위한 동향 보고 자료”라며 “인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청와대 지시가 있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민간기업 인사 개입…前정부와 다른 게 뭐냐"
서울신문 사장 교체에도 관여
"위임받은 권력인데…분노"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은 30일 유튜브 개인 방송에서 청와대의 인사 개입에 대해 “청와대가 LG나 삼성의 사장 교체에 관여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정권과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신 전 사무관은 ‘정부가 KT&G 사장을 바꾸려 한다는 정부 문건이 입수됐다’는 내용의 지난 5월 MBC 보도를 언급하면서 “문건을 제보한 사람이 나”라고 말했다. MBC 보도에 따르면 기재부가 ‘KT&G의 경영비리 의혹’을 이유로 2대 주주인 기업은행을 통해 백복인 사장의 연임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도록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외국인 주주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지만 당시 청와대와 정부가 민간 기업 인사에 개입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신 전 사무관은 공직을 떠난 이유에 대해 ‘내부고발’ 이후 시작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사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속한 부서를 찍어 감사를 시작했으며, 이 과정에서 힘들어 하는 동료들을 지켜보기가 너무나 괴로웠다고 설명했다.
신 전 사무관은 청와대가 ‘KT&G 사장 교체’ 외에 서울신문 사장도 교체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 지시 중 KT&G 사장 교체 건은 잘 안 됐지만, 서울신문 사장 교체 건은 잘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 건은 그가 직접 문건을 본 게 아니라 전해 들은 주장이어서 신빙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신 전 사무관은 내부고발 이유에 대해 “2014년에 공무원 조직에 들어왔고,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보면서 공무원이 무얼 해야 하는지 고민이 있었다”며 “당시 촛불시위에도 나갔는데 국민의 권력을 위임받은 권력이 다시 시장개입을 한다는 데 분노했다”고 설명했다.
2012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2014년 공무원으로 일을 시작한 신 전 사무관은 2018년 8월 기재부를 그만둔 뒤 학원 강사를 준비 중이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학원 강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학원 강사를 하려면 기재부에서 나온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유튜브 방송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측은 관련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동향 파악을 위해 문건을 작성했을 뿐 KT&G 사장 인사에 개입할 시도나 목적이 있었던 것은 전혀 아니었다”며 “문건은 차관에게 보고도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기재부가 해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배정철/임도원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