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점 대비 85%↓…2018년 달군 '가상화폐 10대 뉴스'
입력
수정
1년 내내 하락기…거래소 폐쇄 논란부터 하드포크 분쟁까지올해 1월1일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기준 1927만80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비트코인이 31일 0시 425만9000원을 기록했다. 최고점(2885만8500원) 대비로는 85.25% 폭락한 금액이다. 희망을 말하며 앞다퉈 투자하던 암호화폐 시장은 기나긴 침체기에 빠졌다. 한경닷컴이 1년 내내 암호화폐 시장의 하락기였던 2018년의 10대 뉴스를 꼽아봤다.
◆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 논란1월11일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암호화폐 거래가 사실상 투기·도박과 비슷한 양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까지 검토하고 있다. 정부 입법안을 준비 중이며 부처간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나온 지 4시간 만에 글로벌 암호화폐 시가총액이 119조원 증발하는 등 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투자자들은 강력 반발했다. 당시 '정부는 국민들에게 단 한 번이라도 행복한 꿈을 꾸게 해본 적 있습니까?'란 제목의 암호화폐 규제 반대 국민청원 게시글은 20만명 이상의 추천을 받기도 했다.
이에 청와대는 거래소 폐쇄는 정부 차원에서 조율된 방침이 아니며 각 부처 논의·조율을 거쳐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튿날(1월12일)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블록체인이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이라는 의견도 있고 산업·보안·물류 같은 분야와도 연관성이 많다. 조금 더 균형 잡힌 시각에서 봐야 한다"고 언급하며 논란이 일단락됐다.◆ 5700억 규모 해킹 당한 日거래소 코인체크
1월26일 새벽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체크가 해킹 당했다. 해킹으로 무려 5700억원어치의 암호화폐 넴(NEM)이 탈취당했다. 암호화폐를 인터넷과 연결된 '핫월렛'에 보관하면서도 보안에 허술했던 탓이다.
피해자만 26만명에 달하는 이 사건은 암호화폐 거래소 역사상 최대 규모 해킹으로 남았다. 일본 금융청은 코인체크에 업무개선 명령을 내렸고 전체 암호화폐 거래사업자 대상으로 현장검사도 실시했다. 암호화폐 무규제로 대응하던 입장도 바꿔 규제 일변도로 돌아서는 계기가 돼 이후 일본 내 암호화폐 사용이 크게 위축됐다.◆ 페이스북·구글·트위터 암호화폐 광고 전면금지
페이스북은 1월30일(현지시간) 암호화폐와 암호화폐 공개(ICO) 관련 모든 광고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암호화폐 광고가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지 않으며 사기 위험이 높다는 이유를 들었다. 구글(3월14일)과 트위터(3월26일)도 암호화폐 광고 금지 대열에 동참했다.
이들의 광고 금지는 시장에 큰 실망감을 줬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페이스북은 6월26일 승인된 광고주에 대해서는 광고를 허용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3월 발표 뒤 6월부터 광고를 전면 금지했던 구글도 7월25일 관련 조치를 해제했다. 페이스북 역시 인도 송금시장 공략을 위해 자체 암호화폐까지 개발 중으로 알려졌다.◆ 정부 발행 암호화폐 탄생
2월20일 베네수엘라가 원유 50억배럴을 담보로 암호화폐 페트로를 발행했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 제재를 회피하고자 발행한 것이긴 하지만, 정부가 발행한 최초의 암호화폐란 의미가 있었다. 때문에 발행 첫날에만 7억3500만 달러 상당이 판매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제 제재 회피수단이란 이유로 페트로의 미국 내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정부는 여권 발급 수수료를 페트로로 받는가 하면 국민연금을 법정화폐에서 페트로로 변경해 지급하는 등 생태계 활성화에 나섰다. 베네수엘라 국영석유기업(PDCSA)은 향후 원유 거래에도 페트로를 사용할 방침이다.
◆ 중국 정부, 암호화폐 등급 발표
중국 정부 산하기관인 중국전자정보산업발전연구원(CCID)이 매월 암호화폐를 분석해 등급을 매겨 발표한다고 5월11일 밝혔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라이트코인 비트코인캐시 등 암호화폐 28종이 대상이 됐으며 평가 범위는 갈수록 확대됐다. 가장 최근 이뤄진 '제8기 CCID 글로벌 퍼블릭 블록체인 평가지수'에선 이오스(EOS)가 1위를 차지했다.
암호화폐 거래 금지, 암호화폐 거래소·채굴장 퇴출 등 '반(反) 코인 정책'을 펼치면서도 암호화폐 평가·분석 보고서를 내놓은 데서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기술개발에 투자하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저우 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블록체인 기술 도입은 불가피한 것”이란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 일방적 상장에 뿔난 투자자들…빗썸, 팝체인 상장 보류
암호화폐 거래소의 일방적 상장 행보에 투자자들이 제동을 걸었다. 5월15일 거래소 빗썸이 신규 암호화폐 팝체인 상장을 공지하자 투자자들이 반발했다. 고작 2주 전 생성됐고 ICO도 하지 않은 암호화폐를 일방적으로 상장해선 안 된다는 취지였다. 생성 암호화폐의 91%를 2개 계좌가 보유한 점과 빗썸 싱가포르 법인 개발자들이 팝체인 개발에 참여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결국 빗썸은 팝체인 상장을 잠정 연기했다. 투명한 거래문화 정착과 소통 강화도 약속했다. 임의로 상장을 결정하던 거래소 업계가 투자자들의 집단반발에 변화한 케이스다. 이후 상장 투표, 상장 커뮤니티 개설 등 암호화폐 상장 과정에 투자자가 직접 참여하는 각종 제도가 점차 확산됐다.
◆ 연이어 터진 코인레일·빗썸 해킹
6월 들어 국내 거래소 코인레일(11일)과 빗썸(20일)이 각각 450억원, 350억원 규모 해킹 피해를 입었다. 보유 암호화폐의 30%를 탈취당한 코인레일의 경우 암호화폐 회수 조치를 하겠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펀디엑스 등 해킹 물량이 시장에 판매되고, 애스톤은 코인레일이 책임을 회피한다는 이유로 마련했던 자체 보상안을 철회했다. 이후 코인레일은 792억원 규모 자체 암호화폐 레일토큰 발행으로 해킹 피해 보상을 대신해 업계 신뢰도를 크게 깎아먹었다.
빗썸은 고객들 암호화폐를 인터넷 연결이 차단된 콜드월렛으로 옮겨놓아 피해는 회사 소유 암호화폐에 국한됐다. 350억원에 달하던 피해 규모도 해외 거래소들 협력을 통해 최소화했다. 탈취 암호화폐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피해 금액을 100억원대로 낮췄다. 일본 코인체크에 이은 코인레일과 빗썸의 해킹으로 업계에서는 콜드월렛과 보안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 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심사 결과 발표
한국블록체인협회는 7월11일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첫 자율규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초 14개 거래소가 심사를 신청했으나 2곳이 신청을 자진 철회한 끝에 업비트·빗썸·코인원 등 12개 거래소가 심사를 받았다. 12개 거래소가 모두 통과했고 평가 순위나 등급은 매기지 않았다. 준비가 미흡했던 거래소에 수 차례 평가 기회를 부여하고 기간을 연장한 사실이 알려져 부실평가 논란을 빚었다.
다만 정부 가이드라인 부재 상황에서 업계 스스로 추진한 첫 자율규제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또 협회 자율규제심사 이후 업계 스스로 ICO, 거래소 공개(IEO)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선보이며 정부 규제의 빈자리를 채우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 월가 금융공룡들 암호화폐 시장진출 '러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지난 7월 암호화폐 시장 진출을 발표했다. 앞서 골드만삭스가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추진하기로 했고, 이후 9월엔 미국 대형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비트코인 파생상품 출시를 준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피델리티는 10월 들어 자회사 피델리티 디지털에셋서비스를 설립하고 암호화폐 보관 및 관리 운용 등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시장은 이들의 빠른 진입을 기대했지만, 발표 이후 큰 움직임은 없는 상황. 미국 규제 당국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암호화폐 침체기가 끝나 수요가 증가해야 이들이 관련 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는 "암호화폐가 합법화되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하겠다"면서 자금세탁 악용가능성 등의 해결을 전제로 정부가이를 허용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 하락장 촉발한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 분쟁
하반기 들어 횡보하던 암호화폐 가격이 11월 들어 급락했다.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체인 분리)를 둘러싼 분쟁이 하락장을 촉발했다.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는 11월16일 진행됐다. 우지한 비트메인 대표, 로저 버 비트코인닷컴 대표 등을 중심으로 한 비트코인캐시 ABC 진영은 거버넌스 개선을 요구한 반면 크레이그 라이트 엔체인 수석연구원을 필두로 한 비트코인 SV 진영은 현행 거버넌스 유지와 용량 증가를 주장했다.양 진영 주요인물들의 설전 끝에 비트코인캐시는 두 개 체인으로 갈라졌다. ABC 진영은 비트코인에 사용하던 채굴기를 비트코인캐시 ABC에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고 비트코인 SV 진영은 보유중인 비트코인을 처분하겠다고 받아쳤다. 결과적으로 암호화폐 업계가 핵심가치로 여기던 블록체인의 탈중앙화가 현실에선 통하지 않는다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