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심형석 교수 "국내 부동산 답답한가요…해외에도 기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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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의 시선집중 이사람심형석 성결대 파이데이아 학부 교수(사진)는 해외 부동산 전도사로 불린다. 일본을 비롯해 베트남, 홍콩 등 해외 부동산 시장을 직접 살피기 시작한 지도 20년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국내 전문가들 중에서 해외 부동산에 오랜기간 관심을 가지면서 직접 탐방을 한 전문가는 드물다. 이제는 현지에 고른 네트워킹이 있을 정도가 됐다.
성결대학교 파이데이아학부 교수·한국부동산자산관리연구원 이사장
심 교수는 오랜동안 해외 부동산 시장에 관심을 가지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나라의 거시적인 경제상황부터 정치적 상황까지 파악하게 됐다. 이러한 현황이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나라의 현실과도 어느정도 닮아 있다는 게 그의 얘기다. 지난해말 내놓은 <진보정권 시대 대한민국 부동산의 미래>에도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을 예상했다. 동시에 전망을 바탕으로 국내 부동산에 투자를 꺼린다면 대안으로 해외를 제시하기도 했다.그가 가장 유심히 보는 시장은 일본이다. '버블'로 상징되던 일본 부동산 시장은 '빈집'과 '유령도시' 문제가 불거졌지만, 이제는 이러한 소식도 뜸해졌다. 아베 신조 정권이 들어서고 과감한 금융완화와 적극적인 재정 정책인 '아베노믹스'가 발동되면서다.
▶일본 부동산 시장하면 '잃어버린 20년'이 생각난다.
"1990년대 버블이 붕괴되면서 일본 부동산 시장도 급격히 추락했다. 거의 25년 전 이야기지만, 아직도 1990년의 지가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는 지역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상업용 부동산은 다르다. 아베노믹스 효과를 직접적으로 받으면서 공실률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됴코 도심 3구(치요다, 츄오, 미나토)를 비롯해 외곽인 신주쿠, 시부야 등의 지역에서 공실이 줄어드는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일본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도쿄 추정 공실률을 4.4%에 불과하다."▶도쿄의 공실률만 줄어드는 것인가.
"도쿄 뿐만 아니라 오사카나 나고야의 공실률도 마찬가지로 급감하고 있다. 최근들어 도쿄의 공실률 추이는 4~5%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는 반면 오사카나 나오야는 급격히 줄고 있다. 일본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오사카의 오피스 공실률은 7.5%였지만 2018년에는 3.6%로 급감했다. 나고야도 마찬가지다. 7.3%에 이르렀던 2015년 공실률이 작년에 4.4%로 줄었다."▶일본 부동산이 살아나고 있는 분위기인 것 같은데, 원인이 뭔가."아무래도 중국 자본의 유입 요인이 가장 크다. 중국 투자자들은 규제가 심한 본국 대신 일본 부동산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이 대부분이라고 보는 건 오산이다. 세계 최대 수준의 정부계 펀드인 노르웨이 정부 연금기금도 일본에 투자했다. 2017년 12월에 도큐부동산과 공동으로 도쿄에 있는 상업용 빌딩 5개를 구입했다. 매도자가 홍콩계 부동산 펀드였는데, 매매금액만도 1325억엔(약 1조3250억원)에 달했다."
▶그 외에 다른 이유가 있다면?
"일본에서 56년 만에 개최되는 2020년 도쿄올림픽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올림픽이 개최되기 전까지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기장 건설과 인프라 정비를 위한 자금이 풀리고 있고, 일본도 마찬가지다."▶일본에 투자하는 해외 투자자들이 많은가?
"일본 도시미래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해외 투자자가 일본 부동산을 매입한 금액은 약 1조1000억엔이었다.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던 해로 꼽히는 2014년 9872억엔을 넘었다. 이는 일본 부동산 거래금액 전체에서 25%에 이르는 수준이다. 비중만 쳐도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본은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에는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
"부동산 투자는 수익성과 환금성, 안정성 등 3가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일본과 같은 선진국 부동산 시장의 장점은 '안정성'이 해당된다. '잃어버린 20년'을 생각하면 과연 안전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난 이러한 꼬리표 때문에 안정적인 투자처라고 생각한다. 투자금 회수의 예를 들어보자. 해외 부동산 투자를 하면 '투자금 회수'가 가장 고민거리다. 그러나 일본은 몇십년 전부터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가 자율화됐다. 이러한 고민을 할 필요자체가 없다."
▶ 도쿄 외에 다른 지역들도 안정적인가?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다고 봤을 때 사실 도쿄 보다는 오사카나 나고야의 수익률이 높다. 도쿄의 자본수익률이 4%대라면 오사카나 나고야는 6%대를 넘는다. 도쿄는 서울과 같이 수익률은 낮지만 안정적인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오사카나 나고야는 수익률이 높은 반면 리스크(위험)도 있다. 일본이 거의 제로금리에 가깝다고는 하지만, '대출 가능여부'는 꼭 체크해야 한다. 일본에서 거소일치(居所一致)가 되지 않는 개인은 대출받기가 어렵다. 다시말해 거주하는 곳과 주소지가 같아야 한다는 말이다."▶일본에 직접 살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개인이 일본 부동산에 투자하기는 불가능한가.
"그래서 대안으로 투자법인(SPC)을 설립을 소개한다. 개인 명의가 아니라 법인이 투자하므로 절세도 가능하다. 임대수익을 경비 처리할 수 있다면 법인세를 거의 내지 않아도 된다. 일반적으로 구입 가격의 30% 정도 자기자금이 준비된다면 법인 대출은 특별히 어렵지 않다고 한다."
▶실제 이렇게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해외 여행지 중 하나가 일본이다. 처음에 한 두번은 관광이나 먹거리를 보지만, 40~50대에 접어들면 자연스럽게 경제나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많다. 꼭 투자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시장현황에 흥미를 갖고 투어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충동적으로 투자하기 보다는 수차례 오가면서 투자하는 사례들이 작년에도 적잖게 있었다. 올해 국내 부동산 시장은 침체가 예상된다고들 하지만, 해외 부동산 사정이 같을 수는 없다. 이 달말에 투자자들과 오사카 투어가 이미 예정되어 있을 정도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아무래도 규제 때문에 투자매력이 낮다고 보는가?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는 계속 강화되고 있다. 문제는 부동산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려는 투자자들까지도 발을 빼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이 돈이 남아서 부동산에 넣으려는 것만 있는 건 아니다. 고령화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데, 노동력이 안되는 상태에서 어디서 부를 창출할 것인지가 고민이다. 장기적인 투자처를 찾는데, 정책이 급변하고 부동산 가격과 세금도 수시로 달라지고 있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를 위해 해외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다는 얘기로 들린다.
"진보정권이 집권하면 규제를 강화하고 보수정권이 집권하면 규제를 완화한다. 참여정부 이후 15년이 넘는 기간동안 이러한 패턴이 반복됐다. 나는 진보정권이 10년 이상은 집권할 것으로 본다. 10년이 지난 이후의 부동산 시장은 완전히 달려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해외 부동산 시장이 어떤가.
"미국 등 선진국 에서는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정책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이 거시경제의 한 부문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금리와 같은 경제정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제어한다. 우리나라는 가격에 초점을 맞추는 것 같다. 그런데도 몇달, 길어야 1년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을 근거도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한다. 부작용도 간접적인 개입에 비해 많을 수 밖에 없다."
▶해외 부동산에 대해 꼭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가?"세계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인근 국가나 비슷한 문화권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유럽과 아시아, 북미 등이 시차나 정도의 차이를 둘 지언정 비슷한 패턴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부동산에 관심이 많고 예측을 하고 싶다면 해외 부동산 시장을 공부할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부동산학은 내수용이다'라는 말이 있기도 하다. 이러한 한계를 넘기 위해 미국 SCU(Southwestern California)대학에서 부동산학과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 부동산 현황은 물론 세계적인 흐름에서 국내 부동산이 어떠한 상황인지 등을 연구하려고 한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