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제약·바이오, 기술수출로 5조3623억 벌어

유한양행·에이비엘 등 11건 성사
기술수출로 신약개발 실탄 마련
"바이오 회계 논란·R&D지원 등
정부, 적극적으로 대안 모색해야"
“지난해처럼 국내 바이오 벤처가 성공적으로 기술수출을 한 적은 없었다. 확실히 한국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졌다.”

바이오 벤처 1세대인 김선영 바이로메드 대표의 평가다.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은 모두 11건의 기술수출을 성사시키며 주목을 받았다. 총 계약 금액은 5조3623억원에 달한다. 2017년 총 1조4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8건이 성사된 것에 비하면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유한양행과 에이비엘바이오가 각각 2건을 성사시키며 기술수출 붐을 이끌었다. 유한양행은 미국 바이오기업 스파인바이오파마에 퇴행성디스크 치료제(YH14618), 얀센바이오테크에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레이저티닙)를 기술수출하며 14억달러 규모의 성과를 얻었다. 이중항체 전문기업 에이비엘바이오도 미국의 트리거테라퓨틱스와 2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으며 스타 바이오기업으로 떠올랐다. 코오롱생명과학, 인트론바이오, JW중외제약 등도 기술수출 대열에 합류했다.

업계에서는 올 들어서도 기술수출이 활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형 제약사뿐 아니라 바이오벤처기업으로 저변이 넓어지고 있어서다. 한미약품이 2, 3년 전 대규모 기술수출계약을 잇따라 성사시킨 이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신약 기술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국적제약사에 비해 규모가 작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후보물질 개발부터 임상을 거쳐 상업화하기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데다 수조원의 개발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것도 기술수출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올해 바이오산업의 최대 복병은 정부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강화된 바이오기업의 회계처리 기준 탓에 상당수 바이오기업들이 실적난에 빠졌기 때문이다. 국내 바이오산업의 쌍두마차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회계 문제로 발목 잡힌 것도 변수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바이오산업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일어난 일”이라며 “정부는 바이오업계와 긴밀히 논의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정부가 바이오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한 해 1조3000억원 안팎인 국내 바이오 R&D 투자 가운데 정부 비중은 8%(약 1000억원) 정도다. 미국 37%, 일본 19%, 벨기에 4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