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지표는 좋다"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 사실일까

팩트체크

대표적 소비지표 소매판매액지수
작년 1분기 이후 증감률 확 꺾여
3분기엔 '마이너스'로 곤두박질

생산·투자지표는 더 암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2018년 소비는 지표상으로 좋게 나타났지만 (언론이) 소비심리지수의 지속적 악화를 이야기하면서 소비가 계속 안 되는 것처럼 일관되게 보도했다”고 말한 게 논란이 되고 있다. 객관적인 실물 지표는 좋았는데, 언론이 심리 지표를 과장했다는 게 대통령의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문 대통령의 발언은 여당 지도부와의 오찬 간담회에서 나왔다.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 경제 실패 프레임이 워낙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어 그 성과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취사 선택해 보도하고 싶은 것만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며 소비지표를 예로 들었다.가장 최근 발표된 소비지표는 통계청이 지난달 28일 내놓은 ‘2018년 11월 산업활동 동향’의 소매판매액지수다. 개인과 27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하는 대표적 소비지표다. 통상적으로 전월 대비 증감률을 통해 소비가 살아났는지 등을 본다.

소매판매액지수 추이를 보면 작년 1분기 3.0% 늘었지만 2분기 0.7%로 증가세가 꺾였다. 3분기에는 0.5% 감소해 마이너스 전환했다. 월별로는 3월 2.9%를 기록한 뒤 계속 마이너스거나 0%대 증가에 그쳤다. 11월에는 증가율이 0.5%에 불과했다. 문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실물 소비지표도 좋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3대 경제지표 중 소비를 제외한 생산과 투자지표는 더 암울하다. 문 대통령은 이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작년 11월 산업생산지수는 전달보다 0.7% 하락했다. 9월 -1.4%에서 10월 0.8%로 살아나는가 싶더니 다시 고꾸라졌다. 생산이 줄어드니 공장 가동률은 떨어지고, 소비가 안 되니 재고가 쌓이는 전형적인 불황기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를 떠받치는 설비투자지표는 감소세가 확연해졌다. 작년 11월 설비투자지수는 전달 대비 5.1% 감소해 5개월 만에 가장 크게 줄었다. 건설투자는 8월부터 11월까지 계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생산투자를 이끌어온 반도체마저 11월을 기점으로 꺾여 전망은 더 어둡다.

문 대통령은 고용 악화가 이어지던 작년 8월에도 “전체적으로 보면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됐다”고 말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작년 7월 취업자 수 증가폭은 5000명에 불과해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이 있던 2010년 1월 이후 최악의 수준이었다. 당시 관가에서는 “대통령이 현실을 너무 모른다” “청와대 참모들이 잘못된 보고를 올려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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