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김정은, 美와 타협점 안보이면 2차미북회담 안나설 것"

"금강산 관광재개 등 합의되면 남북정상회담 가능성 열려있어"
"北, 신년사서 '새로운 길 모색'으로 공갈…핵무기 고도화도 가능"
태영호 전(前)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는 2일 북미 간 타협점을 찾을 수 없다면 2차 북미정상회담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메시지를 해석했다.아울러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가능성과 관련해선 ▲ 한반도 전체로 적대관계 해소 확장 ▲ 다자협상 추진 ▲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중 하나라도 한국정부와 합의한다면 꼭 서울은 아닐지라도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 추가 개최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진단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국가미래비전특별위원회 오세훈 위원장 주최로 열린 '김정은 신년사로 본 2019년 한반도 정세 분석과 전망' 토론회에서 "2차 미북정상회담 전까지 북한과 미국 사이에 타협점이 보이지 않는다면 김정은은 2차 미북정상회담에 나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 중 '새로운 길 모색' 대목을 놓고 이 같은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하면서도, 바로 뒤에 '다른 길을 모색할 수 있다'며 공갈 대목을 끼워 넣은 점을 주목한다"며 "이는 김정은이 2차 미북정상회담에 대한 강력한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태 전 공사는 그러나 "동시에 만약 회담 전까지 미국과 북한 사이 타협점이 보이지 않는다면 차라리 2차 회담에는 나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길 모색'의 구체적 의미에 대한 질문에 "북한이 할 수 있는 것은 핵무기를 한층 고도화하는 것"이라며 "추가 핵실험과 핵무기 고도화를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했던 2017년과 같은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그는 "신년사에서 '핵무기 생산·실험·전파·사용'을 안 하겠다고 했는데,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는 것은 결국 이 공약을 깰 수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의 서울답방 가능성에 대해서는 "김정은이 제일 관심을 갖는 것은 개성공업지구(개성공단)와 금강산관광 재개와 같이 현실적인 이익이 되는 부분"이라며 "만약 이것이 재개되는 돌파구가 열린다면 서울까지는 아니어도 판문점에서 4·5차 남북정상회담을 하자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일각에서 김 위원장이 올해 대북제재를 풀기 위해 핵 폐기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해석이 제기되는 데 대해서는 "북한 외교관으로서 저는 북한이 그런 합리적인 사고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한다"고 단언했다.그러면서 "결국 올해 신년사의 문맥을 관통해보면, 2018년 초나 지금이나 핵무기를 끝까지 고수하려는 김정은의 입장에는 한치 변화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할 결단을 내렸다고 지금까지 이야기해온 것은 일부 사람들의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올해 북한 핵 폐기 협상과 핵 군축 협상 사이 어느 쪽으로 갈 것인지가 미북 협상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만일 미국이 김정은의 손을 들어줘서 핵 군축 협상으로 가닥을 잡으면, 결국 미국과 북한 사이 핵 협상은 물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협상 등 여러 갈래의 협상이 동시에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면 미국이 올해도 처음부터 북핵 폐기 협상을 고집한다면 2019년의 미북관계나 남북관계는 2018년과 같이 큰 진전은 없는 상황이 재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는 또 "북한과 미국이 대화에 임하는 출발점은 결국 미국도 핵보유국이고, 북한도 핵보유국이니 서로 동등한 핵보유국의 지위에서 협상을 출발시켜야 한다는 의미가 신년사에 담겼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