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7' '로마 비극' '자기 앞의 생'…해외 연극 대혼전 예고

'2019 문화마당' 파격 연출과 서사…관객 잡기 경쟁 치열

연극 혁신가 르파주 연출 '887', LG아트센터서 5월29일 개막
로맹 가리의 동명소설 원작 '자기 앞의 생' 국내 초연

'로마 비극'은 아시아 첫 무대…휴식 없이 5시간30분 공연
갈릴레이의 삶과 시련 다룬 '갈릴레이의 생애'도 눈길

‘현대 연극의 혁신가’ 로베르 르파주가 연출한 ‘887’이 오는 5월29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다. /LG아트센터 제공

해외 유명 연극 작품이 새해 국내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로베르 르파주, 이보 반 호브 등 유럽 무대에서 잘 알려진 연출가들이 잇달아 내한해 공연을 선보인다. 관습을 파괴하는 혁신적인 무대로 유명한 이들이다. ‘자기 앞의 생’ 등 국내 무대에선 쉽게 볼 수 없던 해외 명작도 국내 연출가의 손에서 새로 태어난다.

빙글빙글 도는 무대와 5시간 넘는 공연

연극 ‘887’을 선보이는 캐나다 출신 연출가 로베르 르파주는 ‘현대 연극의 혁신가’로 불린다. 지난해 ‘달의 저편’으로 내한한 지 1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르파주는 이미지와 영상, 첨단 무대장치를 적극 활용하며 연극의 장르 경계를 넓혀왔다. 2007년엔 “과거를 재구축해 미래 연극의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유럽 공연예술계 최대 영예로 꼽히는 ‘유럽 연극상’을 받기도 했다.

한국에서 초연되는 이번 작품은 르파주 자신이 어릴 때 살았던 퀘벡시의 ‘887 머리 애비뉴’에서 제목을 따왔다. 7명의 대가족이 부대끼며 살았던 작은 집, 익숙한 소리와 경치를 품고 있는 거리 등 추억이 담긴 장소가 주로 나온다. 무대는 빙글빙글 돌아가며 순식간에 여러 공간으로 바뀐다. 다양한 미니어처 모형으로 기억을 재현하고 옛날 사진과 신문이 공동의 역사를 끄집어낸다. 르파주는 연출을 맡은 동시에 주인공으로 무대에도 오른다. 공연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오는 5월29일부터 6월2일까지 열린다.

이보 반 호브가 연출한 연극 ‘로마 비극’.

벨기에 출신인 이보 반 호브는 ‘로마 비극’을 11월8~10일 LG아트센터에서 선보인다. 그는 영국의 내셔널시어터, 독일의 샤우뷔네 등 세계 유명 극장이 가장 선호하는 연출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오프닝 나이트’ ‘파운틴 헤드’ 등 파격적인 무대로 매번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대작 ‘로마 비극’도 마찬가지다. ‘로마 비극’은 셰익스피어가 로마 제국을 배경으로 쓴 3개의 희곡 ‘코리올레이너스’ ‘줄리어스 시저’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로 구성된다. 2007년 초연된 이 작품은 이번에 아시아에서 공연된다.

공연은 5시간30분 동안 휴식시간 없이 이어진다. 관객은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엔 공연장을 마음대로 오갈 수 있다. 배우들 바로 옆으로 가서 공연을 관람할 수도 있고, 무대에 차려진 바(bar)에서 음료와 음식을 사 먹으며 관람할 수도 있다. 사진을 찍어도 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도 된다. LG아트센터 관계자는 “역사적 사건을 생생하게 목격하는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해외 명작 재해석하기도

외국 명작을 새롭게 해석한 작품도 있다. 먼저 2월22일부터 3월23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자기 앞의 생’이 공연된다.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프랑스 공쿠르상’을 받은 로맹 가리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프랑스의 희곡 작가인 자비에 제이야르가 각색했으며 박혜선 연출이 국내에서 초연으로 올린다.

공연은 자신의 부모가 누구인지 모르는 아랍계 소년 ‘모모’와 돈을 받고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키우는 유대인 보모 ‘로자 아줌마’의 대화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를 통해 인종과 종교에 대한 차별, 사회적 약자의 현실을 고발한다. 모모 역은 배우 오정택이 맡는다. 로자 아줌마 역엔 배우 양희경과 이수미가 더블 캐스팅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협정을 다룬 연극 ‘오슬로’로 지난해 국내 주요 연극상을 휩쓴 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갈릴레이의 생애’를 선보인다.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다. 1938년 초연 이후 국내 무대에 거의 오른 적이 없다.

작품은 모두가 천동설을 확고하게 믿던 시대에 지동설을 지지했던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삶과 시련을 그려낸다. 이를 통해 과학을 도구화하려는 정치 세력, 진실을 고수하기 위한 지식인들의 자세에 질문을 던진다. 명동예술극장에서 4월5일부터 28일까지 공연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