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없는 그릴' 1000억 신화 썼던 자이글 "산소 뷰티기기로 제2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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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중소기업 - 스타기업의 부활위기는 기업인의 숙명이다. 경영사에 위기를 기회로 바꾼 기업인의 스토리가 넘쳐나는 이유다. 한국 중소·중견기업인에게 위기는 더 가혹하다. 인재는 빠져나가고 은행은 자금을 회수해 가기 일쑤다. 경영자는 모든 재산을 잃기도 한다. 그렇게 무대에서 사라지거나 명맥만 유지하는 기업이 부지기수다. 위기를 딛고 성장궤도에 복귀한 기업은 많지 않다. 경영난을 딛고 혁신으로 스타 기업의 위상을 되찾고 있는 세 기업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저가 주방가전 쏟아져 경쟁 치열
2017년부터 매출 성장 꺾여
산소 발생기·뷰티기기 렌털 판매
연내 LED마스크 결합상품 출시
"올해 매출 1000억 기업 복귀"
2008년 자이글은 원적외선 전기 그릴을 내놨다. 주부들은 연기와 냄새가 나지 않는 그릴에 폭발적 반응을 보였다. 대박이었다. 창업 7년 만인 2015년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스타 기업 대열에 올랐다. 이듬해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그러나 성장은 여기까지였다. 2017년 매출은 8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간편식 인기로 주방가전 시장이 축소된 데다 저가 주방가전이 쏟아져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었다.이진희 자이글 대표는 전성기이던 2015년부터 ‘포스트자이글’을 구상했다. 전기 그릴만으론 계속 성장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3년 만에 신제품을 내놨다. 산소발생기와 산소를 이용한 뷰티기기다. 이를 통해 다시 매출 1000억원 기업에 복귀하겠다는 구상이다.
두 번째 창업 나선 자이글이 대표는 “산소를 활용한 개인용 가전을 내놓은 것은 국내에선 자이글이 처음”이라며 “원적외선 그릴을 잇는 성장동력으로 키울 혁신 제품”이라고 했다. 그는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탓에 양압기를 사용하다가 신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양압기를 착용하고 자면 술이 빨리 깨는 사실을 깨닫고 원인을 찾아봤다. 산소를 많이 마시면 숙취 해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뒤 산소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는 “최근 미세먼지 탓에 공기청정기 시장이 커지고 있는데 산소 발생기는 청정기보다 더 적극적인 개선책”이라며 “뷰티기기 시장도 커지고 있어 관련 시장이 있을 것으로 보고 뛰어들었다”고 했다. 산소와 뷰티가 만나는 지점을 찾아낸 것이다.
산소와 뷰티가 만나는 지점
자이글은 ZWC란 브랜드로 신제품을 내놨다. 가정용 산소발생기 ‘ZWC 숲속’과 산소 뷰티기기 ‘ZWC 오투 마스크’, 기초화장품이다. ZWC 숲속은 가정용 산소발생기다. 공기 중 산소와 질소를 분리, 고농도 산소를 생성한다. ZWC 숲속과 헤드셋을 연결한 뒤 헤드셋을 쓰면 고농도 산소를 마실 수 있다. ZWC 숲속에 오투 마스크를 연결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면 고농도 산소를 얼굴에 뿌려준다. 함께 내놓은 기초화장품을 얼굴에 바른 뒤 마스크를 이용하면 미백, 주름 개선, 탄력 증진 등 피부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대표는 “대한피부과학연구소의 임상시험을 통해 효능을 인정받았다”며 “시중에 나와 있는 LED(발광다이오드) 마스크보다 효과가 훨씬 좋다”고 말했다.
산소는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도와 피부를 개선한다. 이 대표는 “산소를 많이 마시면 집중력과 인지력이 향상되기 때문에 두뇌를 많이 쓰는 학생 등에게도 좋다”고 설명했다. 그의 산소 예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우울증 완화와 피로 해소에 도움을 주고 알레르기성 비염, 호흡기 및 폐 질환 환자 등에게도 좋다”고 덧붙였다.
자이글은 이용자의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산소발생기와 마스크, 화장품을 렌털 판매하기로 했다. 지난달 31일 CJ오쇼핑을 통해 첫 판매에 나섰다. 월 렌털료는 3만9900원이다. 올해 LED 마스크와 결합한 산소 마스크와 탈모 개선 효과가 있는 헬멧 등 연관 신제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초기 반응은 나쁘지 않다. 이 대표는 “홈쇼핑 상품기획자(MD)들이 신제품을 방송하고 싶어 한다”며 “올해 신제품을 통해 회사를 다시 성장 궤도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아이디어 얻으려 매년 책 400권 독파
산소 발생기와 마찬가지로 원적외선 그릴도 국내 시장에 없던 제품이었다. 자이글 창업 이전 외식 프랜차이즈사업을 한 이 대표는 고깃집에 냄새와 연기가 없는 그릴을 설치하고 싶어 개발에 나섰다. 프랜차이즈사업을 접고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원적외선 아이디어는 숯불에서 얻었다. 초기 투박한 업소용 제품으로 개발했으나 가정용 시장이 훨씬 클 것으로 판단, 재설계해 시장에 선보여 성공을 거뒀다.
이 대표는 “실적 부진에도 기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했다. 중소기업으로서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변화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끊임없이 차별화한 기술과 제품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매년 책 300~400권을 읽는 독서광이기도 하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노력이다. “한 가지 키워드에 꽂히면 관련 서적 수십 권을 한꺼번에 사들여 파고든다”고 그는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