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은 정신적 고통 겪는 분들이 사회적 낙인 없이 치료받길 원했다"

환자 흉기에 숨진 임세원 교수 유족
경찰, 범인 박모씨 살인혐의로 구속
“가족의 자랑이던 임세원 의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정신적 고통을 겪는 분들이 사회적 낙인 없이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서울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의 유가족이 2일 빈소가 차려진 서울 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고인의 여동생인 임세희 씨는 “오빠와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분은 진료권 보장을 많이 걱정하지만 환자들이 인격적으로 대우받기를 동시에 원한다”며 “우리 사회가 현명한 해법을 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임씨는 임 교수가 생전 자신의 우울증 극복기를 책으로 낸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자신의 고통을 고백하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낙인이 없는 의사조차 고통받을 수 있음을 알리면서 사랑했던 환자를 위해 자신을 드러냈던 것이라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오빠가 얼마나 자신의 직업에 소명의식이 있었고, 고통받는 사람들이 사회적 낙인 없이 치료받기를 원했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씨는 임 교수가 평소 환자에 관한 이야기를 집에서 전혀 하지 않았고, 이번 사건 피의자의 범행 동기에 대해서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유족 입장에서는 가해자가 위협했을 때 오빠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갔으면 좋았을 텐데, (오빠는) 두 번이나 멈칫 하면서 뒤를 돌아보며 도망쳐 112에 신고했다”며 “영상을 평생 기억할 것 같다”고 했다.

임 교수는 지난달 31일 강북삼성병원에서 자신에게 진료 상담을 받던 박모씨(30)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조울증을 앓는 것으로 알려진 박씨는 2일 살인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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