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여야 지도부 백악관 회동…셧다운 '출구 찾기' 실패

장벽예산 이견 못좁혀 4일 다시 만나기로…셧다운 장기화 가능성
트럼프 "셧다운 오래 걸릴 수도 금방 끝날 수도…민주당과 협력할 준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과 민주당 의회 지도부가 2일(현지시간)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 해소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으나 접점 마련에 실패했다.트럼프 대통령과 양당 지도부는 추가 협상을 위해 새 의회 출범 이후인 오는 4일 추가 협상을 이어나가기로 했으나, 셧다운 사태의 원인이 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둘러싼 이견이 여전해 전망은 불투명해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은 의회 지도부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동에서 합의 도출에 실패했으며,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조율을 위해 이들을 4일 백악관으로 다시 초청했다고 보도했다.

장벽건설 예산 브리핑을 겸한 이번 회동은 셧다운 사태의 출구찾기를 위해 마련된 첫 공식적 테이블이었다.트럼프 대통령은 비공개로 열린 이날 회동에서 국토안보부 관리들도 장벽 건설을 "탄원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장벽 예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케빈 매카시(캘리포니아)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백악관 회동이 끝난 뒤 "장벽 문제가 우리에게 도전적 과제이긴 하지만 우리는 이 문제를 풀기를 원한다"며 "우리는 정부 문을 다시 열기를 원하고 있고, 오늘 대통령의 발언을 들어보니 대통령 역시 해결하길 원하더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회동 이후 공화당과 민주당의 상·하원 지도부 인사들 사이에서 장벽건설 예산에 대한 입장 변화 조짐은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AFP와 AP 통신도 이날 회의에서 셧다운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한 진전이 이뤄졌다는 조짐은 없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미치 매코널(켄터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백악관 회동 후 "오늘 자리에서 특별한 진전이 이뤄졌다고 사료되지 않지만, 우리는 관련 사안에 대한 모든 측면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앞으로 수일, 수주 내에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며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A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 건설 비용을 줄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수정안조차 거부하고 56억 달러의 원안을 고수했다.펜스 부통령은 셧다운 사태 초기에 척 슈머(뉴욕)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만나 장벽 예산을 25억 달러로 줄인 수정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지도부의 반응은 냉랭했다.

척 슈머(뉴욕)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회동을 마치고 "대통령에게 정부를 열기 위해 우리가 지지하는 법안에 찬성해줄 것을 요청했다"면서 "대통령에게 직접 '당신의 정부를 계속 폐쇄하는 이유를 하나라도 말해달라'고 직접 물어봤지만 그는 마땅한 답변을 주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새 하원의장으로 선출될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우리는 공화당에 '예스'라고 답할 기회를 줬다"며 "우리는 대통령에게 정부 문을 열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펠로시 원내대표는 새 의회 개원일인 3일 하원에서 본회의를 열어 민주당 표 '패키지 지출법안'(예산안) 처리를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혀 트럼프 대통령과의 충돌을 예고했다.

이 법안은 논란이 되는 장벽 건설 예산을 들어낸 지출예산안이다.

장벽 건설의 소관 부처인 국토안보부 예산은 2월8일까지만 지원하고, 쟁점이 없는 타 부처들의 예산은 이번 회계연도가 끝나는 9월30일까지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국토안보부의 경우 국경 안보 분야 지원에 현행 13억 달러를 유지하되, 장벽건설 예산은 들어가 있지 않다.

민주당 예산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고 매카시 원내대표는 전했다.
백악관은 민주당의 이런 계획을 "가망 없는 일"이라고 부르면서 이 계획은 국경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데 실패할 뿐 아니라 타국의 요구를 자국민의 필요보다 우위에 두는 조치라고 비판해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장기전'을 불사하며 쉽게 민주당과 타협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지도부와의 비공개 회동에 앞서 열린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셧다운은) 오래 걸릴 수도 있고, 빨리 끝날 수도 있다"며 "셧다운은 필요한 만큼 오래 지속될 것(as long as it takes)"이라고 내다봤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주자들이 (미국 국경을) 통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예 출발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가 말하는 것은 국가 안보다.

그건 물러서기엔 너무나 중요한 문제"라고 장벽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셧다운 투쟁'이 2020년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선거용"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지도부와의 비공개 회동 후 트위터를 통해 다소 진정된 태도를 보이며 민주당과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의회 공화당과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국경 안보에 관해 중요한 회의를 했다"면서 "양당은 이 나라와 국민을 지키기 위한 예산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이것은 정부의 가장 우선적이고 중요한 의무"라고 적었다.이어 후속 트윗을 통해 "나는 우리 국경을 지키고 현장 요원들을 지원하며 미국을 안전하게 만들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여전히 민주당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고 그럴 의향이 있다"며 "일을 끝내자"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