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음식 골치인 동네 식당의 고민과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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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경석 미로 대표동네 식당들의 장사가 끝나고 남은 음식들은 어떤 운명을 맞을까. 쓰레기로 버려지거나, 최악의 경우엔 다음날 영업에 재사용된다. 어느 쪽이든 좋은 방법은 아니다. 버려지면 처리하는 데만 연간 1조원 가량 필요한 음식물 쓰레기가 된다. 아깝다고 재사용하는 건 비위생적인데다 소비자의 신뢰까지 깎아먹는 일이다.
동네 식당의 마감 직전 음식을 저렴하게 구매 가능
유명 프랜차이즈는 물론 전통시장도 관심 보여
스타트업 미로의 앱(응용프로그램) ‘라스트오더’는 남은 음식 처리에 골머리를 앓던 식당들을 도와준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같이 동네 식당도 마감 할인을 할 수 있게 했다. 동네 식당들은 라스트오더에 상품을 알려 재고 음식을 처리하고, 소비자는 퇴근길 직장 주변, 혹은 우리집 주변 식당에서 최대 70% 할인된 가격으로 음식을 사먹을 수 있다.지난 2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사무실에서 만난 오경석 미로 대표(사진)는 라스트오더를 “소상공인의 고민과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마감할인 중개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원래 그는 방송사 PD로 일하면서 창업의 꿈을 품고 있었다. 2016년에 갔던 유럽 출장 중에 실마리를 찾았다. 식당들의 마감할인 음식을 중개하는 앱 ‘투굿투고(Too Good To go)’라는 서비스를 발견한 것이다.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유사 서비스가 없었고 바로 사업화 준비를 시작했다.
오 대표는 바로 서울 전역에 시도하는 것은 무리라고 여겨 관악구부터 시범 운영했다, 대학생‧사회초년생‧신혼부부 등 2030세대의 1인‧2인 가구가 미로의 타겟이었다. 그는 “통계청 자료를 보니 이런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인 곳이 관악구였다”고 설명했다. 라스트오더는 관악구를 중심으로 영역을 넓혀 지금은 영등포구, 마포구, 강서구 등 서울 6개 구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본격적으로 서비스에 들어간 건 지난 8월이다. 50개의 업장으로 시작해서 현재 미로와 손을 잡은 업장 수는 650여 개다. 5달 사이에 10배가 늘었다. 오 대표는 “계속 발품 팔면서 일일이 업장을 찾아가고 재고 처리와 가게 홍보에 도움이 된다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먼저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곳도 있다. 전통시장이다. 전통시장상인회는 당장 도입하고 싶어한다. 그는 “마트는 마감할인이 있는데 전통시장은 없으니 라스트오더를 통하면 마트와 유사한 서비스를 할 수 있는데다 젊은 고객들에게 홍보효과도 있다고 보는 것 같다”며 “다만 시장 상인들은 고령층이 많아 앱 사용에 어려움이 있어 그걸 고민하는 중이다”고 밝혔다.
라스트오더 가입자 수는 1만 여명이다. 일간 실이용자수(DAU)는 1000명대 수준이다. 이를 더 확장하기 위해 오 대표가 고려하고 있는 것은 라스트오더만의 상품이다. 그는 “기존의 상품이 아니라, 그날 남아있는 음식을 다 모아 넣은 라스트오더 패키지를 만드는 것”이라며 “상인은 모든 재고를 다 털어낼 수 있고, 소비자는 70%까지 할인 받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미로의 목표는 올해 상반기까지 서울 전역, 하반기에는 경기‧인천까지 서비스하는 것이다. “2020년에는 광역 도시부터 시작해 전국으로 갈 겁니다. 고향인 부산부터 먼저 갈 거예요”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