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현장 전문가 15명이 알려주는 '창업 내비게이션'

공병호의 파워독서

유럽 쇼핑거리 변화 20년 걸릴 때
한국은 2년이면 몰라보게 바뀌어

홍익대 앞·경리단길·가로수길·샤로수길…
상권 이모저모 알아보는 시간
시대의 변화 읽는 또 하나의 방법

리테일 바이블 2020
리테일 소사이어티 지음 / 와이즈맵
현장에 정통한 리테일 전문가들의 생생한 리테일 트렌드 보고서가 나왔다. ‘현장과 미래 전망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책 한 권 값으로 받아도 되는가’라는 송구스러운 마음이 들도록 하는 책이다. 《리테일 바이블 2020》(와이즈맵)은 15명의 현장 전문가가 협업을 통해 내놓은 리테일 보고서다. 저자들은 이 책이 “리테일 종사자들에게는 바이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예비 창업자에게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소개한다. 이런 언급이 민망하지 않을 정도로 알차게 구성된 책이다. 저자들은 GS리테일, 이마트, SPC그룹, KFC, 무인양품, 스타벅스코리아, 메가박스중앙, 할리스에프앤비, 롯데쇼핑 등 국내 굴지의 회사에서 수년간 리테일 업무에 종사해 온 전문가다. 현업에서 왕성하게 활동해 온 사람들인 만큼 책 곳곳에서 실감 나는 현장 얘기와 미래에 대한 예리한 전망이 돋보인다.

8개 장은 서울 5대 상권 트렌드, 특수 상권의 모든 것, 특수 상권의 틈새시장 영화관, 패션 리테일의 미래, 외식시장의 트렌드 변화, 외식 비즈니스의 현재와 미래, 커피 전문점 비즈니스의 미래 트렌드, 편의점업계의 미래, 오프라인 유통의 미래 등으로 구성돼 있다. 책은 “특수상권 입점을 검토하고 있다면 승자의 저주에 걸리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고 서술한다. 입점에 눈이 현혹돼 너무 높은 임차료를 감당하는 위험을 안지 않아야 한다는 경고다. 로드숍과 달리 특정 목적을 가진 특정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 특수 상권은 쇼핑몰이나 상업시설 등을 말한다. 특수 상권에 입점하는 사업자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는 방문 고객들이 자신의 매장을 당연히 찾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상업시설을 일컫는 리테일에서 주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분야는 단연코 패션 매장들이다. 특정 상권의 부침은 패션 매장의 진퇴와 운명을 함께하는 경향이 강하다. 패션 매장은 고객을 유인하는 효과뿐만 아니라 대형 매장을 빌리기 때문에 임대인에게도 무척 중요하다. 최근에는 가두상권에 패션 매장이 줄어들면서 상권 자체가 죽어가는 현상을 자주 접하게 된다. 한때 명성을 누렸던 대전 은행동, 전주 객사동, 광주 충장로가 그런 사례다. 서울 강남역은 이와 달리 여전히 잘나가는 장소에 든다.

세계적인 유통업체 임원들이 하는 공통된 이야기는 “한국은 정말 역동적”이라는 것이다. 유럽은 상업시설이 있는 거리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데 최소 20년 정도가 걸리지만 한국은 2년 정도면 충분하다. 저자들은 2년이 채 되지 않아 몰라보게 바뀐 곳으로 홍익대 인근, 경리단길, 가로수길, 샤로수길, 송리단길을 든다. 에너지가 넘친다는 얘기다. ‘이를 더 건설적인 방향으로 연결시킨다면 훨씬 더 성장할 수 있는 나라인데’라는 아쉬움도 남는다.최근 패션 트렌드는 제조·직매형 의류(SPA)를 비롯한 몇몇 특정 브랜드의 약진, 온라인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오프라인으로의 진출, 각종 편집숍의 발달로 정리할 수 있다.

리테일 시장의 이모저모를 알아보는 시간은 시대의 변화를 읽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공병호 < 공병호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