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대피시킨 임세원 교수, '의사자' 지정될까

의료계 일부서 공감대…복지부 "아직은 검토할 단계 아냐"

진료하던 환자의 흉기에 유명을 달리한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마지막 순간까지 동료 직원들을 대피시킨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료계 일부에서 임 교수를 의사자로 지정해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원협회는 임 교수에 대한 애도 성명에서 "고인은 본인의 생명이 위협받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동료 직원인 간호사의 안전을 먼저 살폈던 의인"이라며 "평생 환자를 위해 헌신하신 고인을 의사자로 지정해주길 요청한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자신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가슴 부위를 수차례 찔려 결국 사망했다.

당시 그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먼저 도망치기보다는 간호사 등 동료 직원에 대피하라고 소리치는 등 위험을 알린 것으로 알려졌다.복지부에 따르면 의사상자는 직무 외의 행위로 위해(危害)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과 신체의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하거나 다친 사람이다.

사망한 사람은 의사자, 부상을 입은 사람은 의상자로 구분한다.

의사상자로 지정되면 관련 법률에 따라 유족 등에 희생과 피해의 정도에 알맞은 예우를 한다.단 임 교수의 경우 아직 수사 중인 사안인 데다 '적극적인 구조행위' 여부에 대한 상황을 단정 짓긴 이르다.

의사자 인정 신청은 유족이 해야 하며, 신청 시 적극적인 구조행위를 판단할 수 있는 경찰이나 소방서의 공적 자료를 첨부해야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다른 사람을 걱정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있었지만, 경찰의 수사자료 등 공적 결과가 나와야 최종 판단이 가능하므로 아직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의료계 역시 일부 의사자 지정 요구에 공감하면서도 사건 발생 후 얼마 지나지 않은 만큼 공론화되는 데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해국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는 "법적으로 봤을 때 단순한 범죄에 의한 사망이긴 하지만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이었고, 사건 후 (동료들을 대피시킨) 노력 등을 봤을 때 의사자 선정과 같은 사회적 보상은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의료계에서도 이러한 요구 등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와 합의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