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OTT, 체급 증량 지름길은 결국 콘텐츠

시청 패턴 변화는 젊은 모바일 이용자 등 일부 예상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대형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출범을 야심 차게 선언했지만 실제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OTT들과 겨룰 수 있을지는 '알맹이'에 달렸다.콘텐츠 제공자인 지상파와 망을 보유한 통신사의 협력이 이들의 기대만큼 시너지를 낼지 아니면 호기로운 실험에 그칠지 관심이 쏠린다.
◇ 시작은 고육지책, 목표는 한류 교두보
3일 성사된 지상파와 SK텔레콤 간 통합 OTT 법인 출범 협약은 사실 코너에 몰릴 때까지 몰린 국내 미디어 산업이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공룡이라 해야 할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국내 우수 콘텐츠들로 쏠쏠한 장사를 하고, 막대한 자본력을 활용해 국내 제작자들과 손잡고 자체 제작에까지 나섰다.tvN과 JTBC 등 비지상파들도 매력적인 콘텐츠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발판으로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좋은 제작진과 대본, 자본이 점점 그쪽으로 몰리면서 지상파는 빈익빈 국면에 접어들었다.

최근 지상파에서 신선하고 트렌디한 장르극이나 수백억 원대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위기의식을 느낀 지상파는 공동 투자로 '푹'이라는 OTT를 내놨고, 지상파 특성상 전 연령층이 즐길 콘텐츠들을 풍성하게 갖춘 덕분에 선전했다.

하지만 밀려드는 글로벌 OTT에 대항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지상파들은 고민 끝에 통신사를 끌어들였다.세계로 뻗어 나가는 플랫폼 기반을 이미 갖춘 데다, '옥수수'를 통해 콘텐츠를 다뤄본 경험도 있는 SK텔레콤은 가장 좋은 파트너로 꼽혔다.

덩치가 큰 양측이 뭉쳤으니 국내외 파트너들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수월해졌다.

고육지책으로 뭉친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지만 막상 뭉쳐놓고 보니 '꽤 해볼 만하다'는 판단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날 협약 후 "새 법인이 한류 확산과 K콘텐츠 글로벌 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K팝, K드라마, K뷰티, K푸드 등 다양한 한류 콘텐츠가 주로 유튜브를 통해 세계에 확산하는 가운데 합병 OTT가 일정 부분이라도 가져온다면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 콘텐츠 주도권 쥔 지상파, 체급 증량 시급
그러나 통합 OTT가 당장 넷플릭스, 유튜브와 견주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상파와 SK텔레콤이 기대하는 성과가 가시화하려면 '체급 증량'이 시급하다.

한 지상파 관계자도 "OTT는 양질 콘텐츠가 핵심이다.

플랫폼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결국 콘텐츠 싸움으로 귀결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디즈니의 OTT 진출을 예로 들며 "디즈니 사업을 넷플릭스가 위협적으로 느끼는 것도 디즈니가 이미 다양한 TV 시리즈와 영화 등 독자적인 인기 콘텐츠들을 다수 보유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넷플릭스의 경우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받는 점이 오리지널 콘텐츠의 빈약이다.

최근 한국의 재기발랄한 제작자들과 손잡고 오리지널 작품 제작에 힘쓰는 것도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시각에서 본다면 형태는 지상파와 통신사 간 제휴이지만 초반 콘텐츠 주도권은 어쨌든 기존 콘텐츠 제공자인 지상파에 확연하게 기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세가 많이 기울었다고는 해도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가장 대중 친화적인 콘텐츠들을 보유한 지상파만이 체급 증량을 할 수 있는 주체다.

초반에는 기존 한류 콘텐츠와 인기 구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타 방송사의 매력 있는 콘텐츠들을 흡수하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생존 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방송가 관계자는 "옥수수의 경우 오리지널 콘텐츠 실험을 많이 했는데 결과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여줬다"며 "투자를 많이 받아 지상파의 제작 노하우를 활용한 중량급 콘텐츠가 나와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위기에 처한 지상파가 이번 협약으로 플랫폼을 확장한 셈이기 때문에 이 기회를 잘 활용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 시청 패턴 변화는 젊은 이용자 중심으로 예상
토종 대형 OTT 등장으로 국내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이나 환경에도 변화가 있을지 역시 관심사다.

다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이번 OTT는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것이고, 기존 '온에어'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전략을 짜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당장 국내 시청자의 시청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 TV로 콘텐츠를 소비하기보다 클립 등 스마트폰 기반 동영상 형태로 콘텐츠를 즐기는 젊은 시청자들은 유의미한 변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기존 넷플릭스, 유튜브 위주로 국내외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낼 젊은 세대를 토종 OTT로 얼마나 흡수하느냐도 이번 합병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