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용환 "청년들이여, 창업은 꼭 해라…100세 시대 월급쟁이로만 살 순 없다"

2019 위기를 기회로 - 창업 기업인의 꿈과 도전

도용환 회장이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 준비된 창업을 해라. 우리나라는 미국과 다르다
● 나이는 중요치 않다. 조직서 배울 게 없을 때 떠나라
● 일관성 있는 삶을 살고 약속은 꼭 지켜라
● 배려와 희생의 리더십을 갖춰라
“일관된 삶을 살고 신뢰받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약속은 꼭 지키세요.”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이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주는 조언이다. 그는 “신뢰는 억만금의 가치가 있지만 절대 돈으로 살 수 없다”고 강조했다.도 회장은 운용자산 4조7000억원 규모의 투자회사를 일궈낸 창업자지만 1년 전에야 내 집을 마련했다. 그전까지는 전세로 살았다. 자신을 믿고 회사에 돈을 맡긴 투자자에게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스틱투자자문 창업 시절 투자해준 친구, 지인, 회사 선후배들이 외환위기가 터지자 돈을 돌려달라고 하는 겁니다. 금리가 연 25%에 달하던 시절이었죠.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서 돈을 갚았습니다. 그래도 안 돼 결국 집을 팔았어요. 그 이후로 20년간 무주택 생활을 했습니다.”도 회장은 그 후에도 투자자가 지분을 되사달라고 하면 월급받은 돈으로 또는 빚을 내서라도 모두 사줬다. 스스로 ‘가처분소득 없이 산 인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자신이 똑똑해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절대 성공할 수 없다”며 “사람들은 작은 약속부터 지키는 사람을 돕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크든 작든 입 밖으로 낸 약속은 지키는 일관성이 내 삶의 원칙”이라고 소개했다.

도 회장은 “창업은 꼭 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10년 전에는 상가에 가 보면 고인의 연세가 평균 85세였는데 요즘은 95세”라며 “지금의 젊은 세대는 100년을 훌쩍 넘게 살아야 할 텐데 60세에 정년을 맞는 월급쟁이로만 사는 건 인생 사이클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 회장은 다만 창업에 성공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은 도전정신 하나만으로 창업할 수 있는 미국과는 다르다”며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준비 없이 창업하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마찬가지여서 실패 확률이 100%”라고 설명했다.
“준비라는 건 지식만으로는 안 돼요. 경험과 네트워크가 있어야 합니다. 저는 신한금융그룹에서 14년 동안 금융을 경험한 뒤 창업했는데도 어려움을 겪었죠. 경험과 네트워크는 이미 궤도에 오른 조직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창업에 유리한 나이는 없습니다. 무턱대고 퇴사하지 말고 더 이상 그 조직에서 배울 게 없다고 느낄 때 창업에 나서도 늦지 않습니다.”

도 회장은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타이밍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외환위기 직전(1996년) 창업해 고생을 하긴 했지만 그때 흐름을 타지 못했다면 창업에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흐름을 읽고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서는 역시 많은 사람을 만나 얘기를 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도 회장은 젊은 창업자들에게 ‘희생과 양보’의 리더십을 주문했다. 그는 “사람들은 거래하면서 모두 다 계산을 한다”며 “나에게 남는 장사만 하려고 하면 자기편을 만들 수 없다”고 했다. “창업은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에 희생과 양보는 창업의 선행 요건”이라는 설명이다.

“영어는 잘하는 사람을 뽑아서 쓰면 되지만 희생과 양보, 일관성 같은 가치들은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황정환/유창재 기자 jung@hankyung.com